나는 늘 ‘명함 하나 없는 평범한 엄마’였다.
그런 내가 세상에 남길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아이를 키우고 집을 지키는 일은 매일같이 반복되지만, 아무도 그 가치를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내 존재는 늘 희미해지고, 스스로도 빛을 잃어간다고 느꼈다.
그런데 오늘, 나를 다시 보게 되었다.
내가 여기까지 버텨온 건 단지 시간이 지나서가 아니었다.
흔들리면서도 빛을 꺼뜨리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기 때문이다.
그건 내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나의 힘이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답을 찾고 싶은 순간이 많다.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 어떻게 하면 바뀔 수 있는지,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부모라는 이름을 달고도 늘 서툴고, 무기력해지는 때가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깨닫는다.
부모가 모든 문제를 풀어주는 해결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아이가 가야 할 길은 결국 아이 스스로 걸어야 한다는 것을.
그렇다면 부모의 역할은 무엇일까.
나는 이제야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부모는 해결사보다 등대에 가깝다고.
등대는 배를 대신 움직이지 않는다.
다만 어둡고 거센 바다 위에서,
제자리에서 묵묵히 빛을 비출 뿐이다.
아이가 방향을 잃고 표류할 때,
그 빛을 따라가면 육지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그리고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도록.
아이를 키운다는 건, 결국 내 빛을 지키는 일이다.
꺼지지 않게, 흐려지지 않게,
오늘도 나는 내 자리에서 빛을 켠다.
그 빛은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그 빛이 있었기에, 아이도, 그리고 나 자신도
이 거친 바다 위에서 길을 잃지 않았다.
나는 흔들려도 꺼지지 않는 등대다.
그것이 나의 존재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