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처럼 무거워진 몸을 일으켜 세운다.
비 오는 날,
제멋대로 흩어진 머리카락을 모자로 눌러쓰고
마음이 바뀌기 전에
서둘러 집을 나선다.
조금 일찍 도착한 중심상가,
자주 찾는 서점으로 향하던 발길이
가을의 풍경을 알리는 마네킹 앞에서
잠시 멈춘다.
내가 입고 싶은 색,
마음에 드는 스타일.
가격까지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사지는 못한다.
망설임은 그림자처럼
끝내 나를 따라붙는다.
가슴속 설렘은 구겨 넣고,
아쉬움은 사진으로만 남긴다.
가방도, 신발도, 옷도
주부의 몫이 아닌 듯,
나는 스쳐가는 바람처럼
그 앞을 그냥 지나쳐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