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다고 하면 먼 곳,
마음이 말해주고 정해주듯
이끌리듯 가 닿은 곳.
숨결이 멈춘 이곳이
낯설기만 하다.
겨울이 오는 길목,
차가운 공기와 바람을 스치며
한 걸음 한 걸음 땅을 내딛는다.
대지와 함께 자연으로 되돌아가려는
삶의 철학이 문득 나를 붙잡는다.
삶도, 죽음도 결국은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는 순리일 터.
엄마가 머물렀던 장례식장 앞,
먼발치의 벤치에 앉았다.
촉촉한 이슬로 젖은 대지는
밤새 울어낸 듯,
숨결 같은 안개를 내뿜고 있었다.
귀가에서 브람스 교향곡 3번 3악장이 흐른다.
낮은 현악의 울림이
새벽 공기 속으로 스며들며
내 마음 깊은 곳을 천천히 어루만진다.
피아노와 목관의 잔잔한 선율이
이슬 맺힌 대지와 맞닿아
고즈넉한 시간은 더욱 짙어지고
그리움은 음악과 함께 진동한다.
햇살은 어느새 어디론가 흘러가 버린 듯,
이 자리엔 그리움만이 남는다.
음악은 여전히 귀에 남아
심장의 박동과 함께 나를 감싼다.
발길을 돌려
다시 하루를 걸어야 하는데,
자꾸만 멈추고 싶다.
멈춘 채로 음악과 새벽과
그리고 엄마의 기억 속에 머물고 싶은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