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논다

by 라니 글을 피우다

여행을 떠난다.

정말 번개처럼 결정된 여행이다.


생각할 틈도 없이 길 위에 올랐고,

태안 쪽으로 향하고 있다.


바다와 산을 함께 품은 풍경을 만나러 가는 길.

차창 밖으로

하늘이 먼저 말을 건넨다.


하늘의 드넓은 공간 위에

구름이 그림을 그려낸다.

바람이 지나간 흔적일까,

그 모양은 시시각각 달라진다.


구름 사이로

보이지 않는 바람이 스쳐 지나가고,

그때마다 형태는 흩어지고 다시 모인다.


나는 그 변화를

한참이나 바라본다.


핸드폰에 담아낼 수 없는 광경들이다.

눈으로는 분명히 보고 있지만,

막상 담아내려 하면

어딘가 빠져버린다.


바람의 결도,

그 순간의 온도도,

흘러가는 시간마저도

사진 속에는 남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기록하려다 멈춘다.


이 장면을 남기는 대신,

이 순간을 바라보던 마음을

그대로 간직하기로 한다.


빠르게 지나가는 길 위에서

유일하게 천천히 흐르는 것은

하늘뿐이다.


그래서일까,

자꾸만 고개를 들어

그 넓은 곳을 바라보게 된다.


빠르게 지나가는 길 위에서

나는 멈춰 있고,

자연은 나와 함께 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