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워진 시간, 멈춘 시간

by 라니 글을 피우다

노포의 시간 속에서

두 분이 함께 지켜온 바지락 칼국수집에 앉았다.


손수 반죽해 뽑은 칼국수 한 그릇,

그리고 오래 끓여낸 듯한 구수한 친절이

작은 공간의 온도를 천천히 끌어올린다.


이곳에서는

음식만이 아니라

사람의 시간까지도 함께 데워진다.


맛집에서 나와

태안성당으로 발길을 옮겼다.

배를 채운 뒤라서인지

마음은 한결 느긋해졌고,

걸음은 조금 더 천천히 흘렀다.


사람의 온기로 따뜻해졌던 시간에서

이제는

고요함이 머무는 공간으로

조용히 옮겨가는 길이었다.


성당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고요한 그곳의 의자에 앉는 순간,

그 고요함이 천천히 나를 잠식해 온다.


말없이 내려앉은 적막 속에서

흐르던 생각들도 하나둘 자리를 멈추고,

시간마저 잠시 숨을 고르는 듯하다.


밖에서 들고 왔던 소란은

문 앞에 두고 온 것처럼,

이곳에는 오직

멈춘 시간과 고요만이 머문다.


그리고 그 고요 속에서

나는 오랜만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나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