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비, 고요한 나
비가 오던 날이었다.
사실 그날은 가지 않으려 했다.
몸도 마음도 무거웠고, 친구도 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친구가 어렵게 마련해 준 자리라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고 요가원으로 향했다.
조금 늦게 도착한 나를 향해,
요가 선생님은 맨 앞자리, 친구의 자리를 가리켰다.
수업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고, 나는 조용히 따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선생님의 말투가 내 마음에 자꾸 걸렸다.
아직은 처음이고, 어색한 동작에 선생님은 말했다.
“동작이 웃기다,
늦게 와서 못 따라 하는 것 같다. “
그냥 으레 아무 의도 없이 하는 말이었던 것이라고 알고 있었는데도
농담처럼 지나가는 그 짧은 말은 내 마음에 이미 깊게 상처가 되었다.
겉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마음은 이미 스크레치가 나서 피가 흘렀다.
무엇보다 내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게 더 괴로웠다.
왜 말하지 못했을까.
왜 늘 마음속에만 담아두고 마는 걸까.
요가하는 내내,
몸은 움직이고 있었지만 마음은 멈춰 있었다.
수업이 끝나고 나서야 겨우 숨을 고를 수 있었다.
지나간 일이지만, 아직 마음 어딘가에 그대로 남아 있다.
이야기라도 하지 않으면
내 안에서 자꾸만 풍선처럼 부풀어 커질 것 같아서,
먼지 털어내듯 풀어놓는다.
혹시 나 혼자만 예민한 건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지만,
지금은 내 감정을 탓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땐 그럴 수 있었고,
나는 그런 나를 지켜주고 싶다.
"그래서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천천히, 그리고 처음으로 마음을 꺼내 보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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