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이다: 신이 배반한 사람들> 1회 후기
사이비 종교의 만행을 다루는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은 총 여덟 개의 에피소드로, JMS를 다룬 편은 세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 현재 나는 그중 1편 만을 본 상태로 남기는 리뷰라 전체적인 그림이나 완성도를 거론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그래도 1화 JMS, 신의 신부들을 보면서 받은 인상이라도 짧게 남겨보려고 한다.
첫 화, 그것도 초반부터 이 다큐멘터리는 충격적인 인상을 관객에게 각인하며 시작한다. 사건의 죄질이나 잔혹성이 그 이유일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다큐멘터리가 진행되는 방식과 사건을 묘사하는 방식이 지나치게 자극적이기 때문임을 부정할 수 없었다. 이 다큐는 시작과 끝에 모두 트라우마 유발 가능성에 대한 경고 문구를 남긴다. 이를 보면 기획자와 제작자 모두 이 다큐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이 다큐는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이 다큐의 제작 의도는 JMS는 물론, 여타 다른 사이비 종교를 믿는 이들이 자신들 제각각이 믿는 메시아에 대한 의구심을 들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느껴진다. 다큐멘터리가 진행되는 방식은 피해자를 옹호하거나 대변하는 방식이 절대로 아니다. 정명석에 대한 폭로와 그와 jms 단체에 대한 이야기로 천천히 채워져 나간다. 하지만 이 사건을 폭로하는 방식은 피해자들의 모습 재현 및 그들의 직접적인 증언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다큐멘터리 초반 1-2분에서 차마 견뎌내지 못하고 화면을 꺼버렸다는 후기를 더러 보기도 했다. 녹취록이나 선정적인 재현 장면들을 겨우 버텨냈다고 해도, 뒤이어 이어지는 피해 사실을 증언하러 입국한 홍콩사람 메이플이 공항에서부터 수상한 사람들에게 당하는 스토킹 장면은 보는 사람들의 눈살을 자연스레 찌푸리게 만든다. 광신도들의 뻔뻔함을 향한 분노와 동시에 폭로자가 느낄만한 위협이 시청자들에게조차 고스란히 전달된다. 다큐멘터리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는 관람자의 감각적 경험이라며 이해하려 노력했지만 지속적인 자극적인 연출이 과연 최선의 선택이었나라는 의문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질 않았다.
다큐멘터리에서 재현은 단순한 부연설명으로만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뚜렷한 관점과 목소리를 지니고 있다. 제작자가 궁극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개념이 시각화, 청각화되는 것이 바로 재현이다. 이 다큐멘터리의 가장 큰 특징은 중간중간 삽입되는 재현 장면들이 불필요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선정적이라는 것이다. 이는 다큐가 내는 큰 목소리를 위해 오히려 피해자들의 고통이 묵살되는 느낌마저 준다. 물론 제작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정한 주제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빌려 만든 다큐멘터리라면 그들의 존재를 무시해서는 안됨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사건은 사회적으로 관심을 받아야 할 문제라는 것은 분명하다. 영화와 같은 영상매체의 힘을 믿는 자로써, 이 다큐멘터리가 사회적으로 반향을 일으켜 더 많은 피해자들이 속출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와 같은 마음으로 직접 목소리를 내며 폭로에 동참한 피해자들의 진심이 묻히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다큐멘터리는 충분히 이슈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 다큐멘터리는 아직 헤어 나오지 못한 많은 이들을 위해, 성착취를 당한 피해자들의 고통을 극도로 자극적이게 묘사하면서 그것을 되레 제작자의 목소리를 내는 도구로 사용한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러한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묘사가 나와 같이 사건을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이들이 이 다큐멘터리를 접하면서 범죄자를 향한 분노가 어쩌면 피해자에게까지 번져가 그들에게 책임을 묻게 할 가능성의 여지를 남기지는 않았나 조심스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