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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보고 있는 그 시선은 누구의 것인가?

디스클로저 Disclosure (2020)

by Yoon



Disclosure (2020)




우리는 언제나 과거로부터 배운다.

누군가는 발견하고, 또 누군가는 발명한다. 때로는 과오를 딛고 다음 세대로 나아간다. 우리가 현재 누리는 인권은, 그렇게 이어져온 진보의 결과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우리는 여전히 과거의 오류와 크게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누군가를 차별하고 있다.


과거 미국에서 흑인이 버스의 뒷좌석에만 앉을 수 있었던 것처럼, 차별은 늘 ‘당연한 일상’으로 가장해 존재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이 문제라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했고, 그렇게 차별은 차별이 아니게 된다. 우리는 ‘내가 아는 만큼’만 세상을 이해하며, 그것이 최선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 믿음 아래, 여전히 수많은 이들을 사각지대에 방치하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디스클로저(Disclosure, 2020)는 이러한 무지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든다. 이 작품은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미디어가 트랜스젠더를 어떻게 묘사해 왔고, 그 재현이 실제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날카롭게 파고든다.

놀랍게도, 아니 어쩌면 예상대로, 트랜스젠더는 대체로 부정적으로 그려져 왔고, 종종 조롱거리이거나 비극적 결말로 처리되곤 했다.


우리는 종종 착각한다. ‘보여주는 것’이 곧 ‘이해로 향하는 길’이라고.

하지만 이 영화는 말한다. 중요한 건 ‘누가 그들을 그리는가’, 그리고 ‘어떤 시선으로 그려내는가’라는 점이다. 트랜스젠더 캐릭터가 등장한다고 해도, 정작 그들을 연기하는 이는 대부분 백인, 이성애자, 시스젠더 남성이었다.


예컨대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의 자레드 레토, 대니쉬 걸의 에디 레드메인—두 배우 모두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었고,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분명 존재했다. 하지만 결국 그 작품들이 받은 찬사와 상은 누구에게 돌아갔는가? 캐릭터는 트랜스젠더였지만, 수상 무대 위에서 박수를 받은 이는 시스젠더 남성이었다.


스크린 속에서는 여성의 삶을 살아가는 캐릭터였지만, 시상식에선 턱시도를 입고 본래의 정체성으로 돌아가는 그 모습을 볼 때, 관객은 혼란이 아닌 확신을 갖는다. 트랜스젠더 여성은 결국 ‘변장한 남성’ 일뿐이라는 고정관념. 그 고정된 이미지가 오히려 더 굳어지게 되는 것이다.


결국 ‘노출’은 ‘이해’로 곧장 이어지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자주 등장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그들의 이야기를 만들고 있는가, 어떤 시선으로 그려내는 가다. 이 다큐멘터리는 바로 그 지점을 분명하게 짚어낸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배우 젠 리처드(Jen Richards)의 인터뷰는 특히 인상 깊다.

그녀는 스스로를 꾸준히 이해하고 견뎌왔다고 말하지만, 어느 프로그램에서 한 트랜스젠더의 아버지가 자식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인정하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고 고백한다. 타인의 시선보다도, 그녀는 자기 자신을 그런 방식으로 바라보지 못했던 점에 더 깊은 상처를 느꼈다.

이 역시 미디어의 영향이었다. 편협한 재현은, 당사자의 자기 인식조차 갉아먹는다.


디스클로저는 단순히 트랜스젠더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 미디어가 얼마나 쉽게 관념을 주입하고, 대중이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는지를 고발한다.


그리고 이 영화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무엇을 보고 있는가?”

그리고 “그 ‘시선’은 누구의 것이었는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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