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들 Shadows (1959)
정교한 영화에 익숙한 이가, 날 것 그대로의 영화를 만났을 때
정교하고 완벽하게 짜인 영화에 익숙한 나에게, 이 영화는 당혹스러움부터 안겼다. 뚝뚝 끊기는 컷들과 화면 모서리에 잡히는 이물질들. 영화를 보던 중, 화면에 붙은 머리카락을 떼어내려 손을 뻗었지만, 그것조차 영화의 일부였다는 사실에 멈칫했다. 이것이야말로 정제되지 않은, 다소 투박하지만 솔직한 연출이었다.
등장인물들도 처음엔 서로 아무 관련 없어 보였다. 제각기 다른 이야기와 주제를 품은 듯한 인물들. 하지만 결국 그들은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엮여 있었고, ‘방황하는 청춘’이라는 공통점 안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해하기 쉽지 않았지만, 분명히 특별한 영화라는 인상을 남겼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이 영화가 흑백이라는 형식을 택했다는 점이었다. 단순히 예산이나 기술적 한계 때문이 아닌, 감정과 관계의 결을 더욱 섬세하게 드러내기 위한 연출처럼 느껴졌다. 그래서일까, 영화를 보며 문득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Night of the Living Dead, 1968)이 떠올랐다. 같은 흑백의 질감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날것 그대로의 서사와 불편할 정도로 솔직한 사회적 맥락—그 결이 닮아 있었다.
처음에는 잘 연결되지 않아 보였던 인물들이 실은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함께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인상 깊었다. 피부색도, 말투도,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감정도, 언뜻 보기에 각기 다른 이들이 모여 있었지만, 그 안에는 ‘방황하는 청춘’이라는 공통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그 다양한 얼굴들을 담아내기에 흑백은 오히려 더 정확했다. 선명하지 않기에 더 많이 상상하게 만들고, 단조롭기에 더 오래 머물게 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제목에 대한 궁금증이 남았다. 왜 ‘그림자들(Shadows)’일까? 사람마다 표정이 있듯, 누구에게나 각자의 그림자가 있다. 그 그림자는 불안과 상처, 혹은 말 못 할 외로움일지도 모른다. 겉보기엔 철없고 가벼워 보였던 인물들도 결국은 각자의 그림자를 끌어안고 살아가고 있었던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