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통근버스를 탔다. 이젠 더이상 흔들리는 버스에서 인강을 보며 눈을 비빌 일은 없어졌다. 멀미와 싸우며 공격적으로 심호흡을 하던 날도 추억이 될 것이었다.
난 통근버스를 기다리며 계절의 변화를 가늠하곤 했다. 아침이 길어지나 싶으면 어김없이 봄이 찾아와 있었고, 쌀쌀한 바람과 함께 다시 긴 밤이 돌아왔다. 하늘이 밝아지는 시간은 매일 조금씩 달라졌는데, 덕분에 남극이나 북극에 가지 않아도 대자연의 섭리를 엿보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계절이 바뀔수록 막막한 마음은 커져만 갔다. 길 위에서 속절없이 보내는 4시간만큼 아내와 나의 거리가 멀어지는 것 같았다. 언젠가 태어날 아이와의 거리도 평생 4시간 안쪽으로는 좁혀질 수 없을 거란 두려움이 들었다. 통근버스를 탈 때마다 난 더 외로워졌다.
다시 지하철로 출퇴근하게 된 지금, 기쁨보다 안도감이 훨씬 크다. 이젠 아내와 제 때 저녁을 먹을 수 있고, 필요할 때 곁에 있는 남편이, 아빠가 될 수 있다. 중부고속도로에서 빠져나와 우리 가족의 노선으로 들어온 안정감이 든다.
언제 또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이슈화돼 우리 가족의 미래를 뒤흔들지 모른다. 그러나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우린 그때도 최선의 선택을 할 테니까. 계속 공부하고 대화하고 생각하는 우린 어떤 환경의 변화에도 지혜롭게 대처하는 부부가 될거다.
앞으로도 통근버스가 아무 사고 없이 길을 달리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