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가 학군지를 찾는 이유

by 고라니

우리 부부는 내년에 갈아타기를 준비하고 있다. 메인 타겟을 정한 뒤에도 더 나은 곳은 없는지 매주 임장을 다닌다. 지금까지 추려진 후보군을 보면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모두 교육환경이 좋은 곳이다.




우리 부부는 학군지라고 말하기 어려운 곳에서 자랐다. 특히 난 교육으로는 명함을 내밀기 어려운 인천에서도 열악하기로 유명한 학교를 나왔다. 화장실엔 항상 담배를 피우는 아이들이 있고, 대학교 수시를 쓰는 대신 수시로 맞짱을 뜨는 곳이었다.


방과 후에는 학원을 가기보다 노래방과 피씨방에 가는 친구들이 많았으니, 그야말로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게 특이하게 여겨지는 환경이었다. 집중하려면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가장 아쉬운 점은 공부가 아니었다. 자기 삶을 진지하게 여기는 친구를 만나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해봤자 안 될 거라는 패배주의가 만연한 아이들은 자극적인 재미만 찾아다녔다. 학년과 반을 막론하고 학교폭력과 따돌림이 일상이었다.


물론 그 안에도 좋은 친구들은 있었다. 그 덕에 나름 즐거운 학창시절을 보냈다. 누가 어느 고등학교를 나왔냐 물으면, 어차피 모르겠지만 자랑스럽게 우리 학교 이름을 말한다. 사람의 인품이란 가정환경이나 경제력으로만 결정되는 건 아니라는 확신도 얻었다. 그럼에도 내 아이는 나와 같은 환경에서 자라지 않길 바란다.


내가 생각하는 학군지는 단순히 학원이 많고 서울대를 많이 보내는 곳이 아니다. 공부가 됐든 예체능이 됐든 무언가에 진지하게 몰두하는 아이들이 많은 곳이다.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는 노력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느끼는 고통은 삶의 일부임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곳이다.




물론 너무 어려서부터 지나친 경쟁환경에 노출된다면 오히려 정서에 안 좋을 수도 있다. 그저 경쟁에 이기기 위한 타성에 젖지 않도록, 부모인 나부터 건강한 마인드를 갖추는 게 먼저일 것 같기도 하다. 나만의 목표를 세우고 성취하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아이도 스스로 동기부여하는 방법을 찾지 않을까.


어쩌면 부모로서 채워주지 못할 빈틈이 두려워 보험 삼아 학군지를 찾는지도 모르겠다.

이번 주엔 어디로 임장을 가볼까.



논객닷컴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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