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 시술을 시작했다. 1년 가까이 자연임신을 시도하다 고심 끝에 결정한 일이다. 그러나 난자채취 다음 날 우린 이 결정을 바로 후회했다.
난자채취 과정이 힘들다는 얘긴 많이 들었다. 사람마다 편차가 크다니까 우린 괜찮겠거니 생각한 게 실수였다. 아내는 난소과자극증후군으로 배가 심하게 붓고 복수까지 찼다. 통증과 구토감으로 1주일 넘게 잠도 못 자고, 음식도 거의 못 먹었다.
그나마 직장이 공공기관이어서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다행이었다. 아내는 유급 난임 휴가 2일에 더해 증상이 심한 날에는 연차도 사용했다. 나 역시 수시로 연차를 사용하며 아내를 차로 데려다주고 같이 퇴근하며 보름을 버텼다.
물론 눈치까지 안 봤다면 거짓말이다. 휴가 사용이 자유롭다는 건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고, 이번 인사고과는 기대하지 말자는 이야길 농담처럼 나눴다.
성과를 낼 일이 적은 공공기관 특성상 잘 하는 사람에게 고과를 잘 주는 게 아니라, 튀는 사람의 고과를 깎는 게 일반적이다. 휴가를 자주 사용하며 자리를 비우는 건 좋은 구실이 된다. 아무리 주말에 출근해 내 일을 모두 처리해도 말이다.
우린 그나마 휴가를 쓸 수 있는 배려라도 받았지, 난임치료라는 단어 자체를 꺼내기 힘든 사기업도 많다. 저출산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지만, 노동 현장에서 출산은 여전히 개인의 문제로 치부된다.
요즘 애들은 이기적이어서 애를 안 낳는다고 열변을 토하면서, 조심스레 육아휴직 이야기를 꺼내는 팀원에게 “우리 애들은 다 알아서 컸는데….”라고 말하곤, 농담이었다는 것처럼 웃는 식이다.
솔직히 나 역시 맘 편히 남 욕할 처진 못 된다. 결혼 전에는 육아기 단축 근로를 사용하는 선배 대신 출장을 가면서 툴툴대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역시 그 상황이 되어보기 전엔 절대 상대방을 이해할 수 없다.
앞으로 아이를 낳고, 기르는 과정에 미안할 일은 수없이 생길 거다. 옆자리 동료에게, 양가 부모님에게, 아내에게 말이다. 동시에 힘든 상황을 이해해주지 않는 주변 사람들에게 원망도 생길 것 같다.
그럴 땐 이런 마음을 가져보려 한다. 내가 타인을 이해하지 못하는 만큼, 나의 사정 역시 이해받기만 바라서는 안 된다고. 안 겪어보았으니 모르는 게 당연하다. 그리고 억울할 것도 없다. 우린 살면서 결국 서로의 입장이 되고, 몰랐던 사정을 알게 된다.
아이를 갖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분에게 좋은 소식이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