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그리고 정서적 학대

by 고라니

최근 부동산카페에서 핫이슈가 된 글이 있다. 대치동 유명 수학학원을 아동학대로 인권위에 접수했다는 내용이다. 그 학원은 수학 학원계의 에르메스라고 불리며, 초등 의대 입시를 위해 거치는 관문으로 알려진 곳이었다.

글쓴이는 해당 학원이 아이들에게 정서적 학대를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초등학생 수준에 맞지 않는 어려운 문제를 출제해 스스로 부족하다는 자의식을 심어주고, 등급제를 도입해 친구들 사이에 급을 나누는 분위기를 만든다는 것이다.

또한, 테스트 결과에 따라 학원에서 퇴출하는 시스템이 과도한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주고, 정확한 하원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 문제를 다 풀지 못하면 집에 가지 못하는 분위기라는 점도 비판했다.





문득 20년 전 다녔던 스파르타 학원이 생각났다. 강인한 전사를 키우기 위해 혹독하게 아이를 키웠던 스파르타 교육방식을 표방하는 학원이 우후죽순 생겨나던 시절이었다. 학원 교사가 효자손을 들고 다니면서 자율학습을 통제하고, 교사의 말에 절대적인 복종을 강요하는 군대식 시스템이었다.

요즘은 인권의식이 높아져 예전 같은 스파르타 교육은 자취를 감췄지만, 저 글을 읽으며 기시감이 느껴졌다. 낙오되는 구성원에게 가차 없다는 점이 닮아서다. 재미나 성취감을 느끼는 대신 처벌받지 않기 위해, 혹은 배제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 채찍질하게 만든다는 부분이 말이다.

물론 아이들의 학습 성향은 제각각이고, 저마다 맞는 교육방식이 있다. 저 글에도 학원은 개인의 선택일뿐이므로 안 맞으면 그만두면 된다는 댓글이 무수히 달렸다. 자신의 아이는 성적이 많이 향상됐고, 애초에 소수의 최상위권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학원이라는 이야기도 많았다.

이상했다. 그 말처럼 뛰어난 재능을 가진 소수만을 위한 학원이라면, 학부모 사이에서 인기를 끌어 대치동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분원이 생긴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는 거다. 그건 아마 부모의 불안감에 효과적으로 소구한 덕이 아닐까 싶다. 내 아이가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





불안을 잠재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보험을 드는 거다. 사교육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보험은 선행학습이다. 학원에서 교육과정을 미리 배우면 남들보다 앞서나갈 거라고 안도한다. 거기에 채찍까지 더하면 금상첨화다. 효자손만 안 들었다뿐이지 그보다 더 상처가 되는 낙인으로 아이들을 통제한다.

스파르타에서는 아기의 신체를 검사해 기준 미달이면 절벽으로 떨어트렸다고 한다. 절벽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학생들은 ADHD 치료제를 처방받는다. ‘콘서타’, ‘페니드’, ‘페로스핀'을 영양제처럼 먹는다. 각성 효과가 강력해 매우 끊기 어렵다고 한다.

그 끝에 무엇이 기다릴지 알 수 없다. 원하던 대학에 합격하고 사회적으로 선망받는 직업을 갖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불이익을 피하려 억지로 전력투구하는 환경에서 자란 아이가 건전한 동기부여를 갖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언젠가 학교뿐 아니라 학원도 졸업해야 할 텐데, 어쩌면 아이의 불안은 그때부터 시작될지도 모른다.



논객닷컴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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