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서초동이 알려주는 직장생활 팁

by 고라니

지금 방영 중인 드라마 서초동의 주인공은 변호사들이다. 변호사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선망받는 전문직 중 하나다. 거기에 비주얼 배우로 유명한 이종석과 문가영이 나온다길래, 치열한 법정공방이 이어지는 드라마 아닐까 생각했다. 전문성으로 무장한 카리스마 넘치는 변호사들의 이야기를 예상했다.


막상 시작된 드라마에는 엘리트 변호사 대신 평범한 직장인이 등장한다.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하고, 인성이 개차반인 직장상사를 견뎌야 하는 직장인 말이다. 퇴근 뒤 맥주를 마시며 스트레스를 푸는 모습은 바로 어제의 나의 모습이었다. 먼 곳에서 나와 다른 삶을 살고 있을 것만 같았던 그들의 모습에서 의외의 공감대를 느낀 건 그래서다.




흙수저 집안에서 장학금 제도 덕에 로스쿨을 졸업한 생계형 변호사 하상기, 거창한 소명의식 없이 수능 만점을 받고 어쩌다 보니 변호사의 길을 걷게 된 조창원, 공무원과 사내변을 하다 조직 생활이 맞지 않아 법무법인으로 이직한 배문정 변호사의 이력에는 평범한 우리네 모습이 녹아 있었다.


물론 TV에 나오지 않은 부분도 많다. 변호사라는 라이센스는 일반 직장인보다 많은 메리트를 보장한다. 배문정 변호사는 법적으로 보장된 육아휴직을 쓰지 못하고 퇴사를 종용당하는 부당함을 겪지만, 출산 후 현업에 복귀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같은 상황을 겪는 보통의 직장인들은 재취업이 어려워 경력이 단절되기 십상이다.


아무리 법무법인에 소속된 '어쏘변호사'라고 해도 일반 직장인과 비교해 페이는 훨씬 높을 테고, 사회적인 명예 역시 무시 못 한다. 아무래도 은행에서 대출도 더 많이 나올 테고 말이다. 불합격이라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끝없는 노력과 시간을 투자한 대가이니, 당연히 누려야 하는 권리라고 생각한다. 전문직이 선망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 부부만 해도 전문직에 도전하지 않은 아쉬움을 갖고 산다. 서른 살에 이직 대신 로스쿨을 갔으면 어땠을까, 공기업 대신 의전원을 갈 걸 그랬다는 이야기를 가끔 나눈다. 그땐 당장 돈을 버는 게 중요해 보였는데, 지나고 나니 몇 년을 더 투자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게 체감돼서다. 나름 학창시절에 공부 좀 했다는 직장인들은 아마 이런 생각을 한 두 번은 해보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나 드라마 서초동은 직업은 삶의 일부일 뿐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서초동에는 약자를 위한 투쟁에 헌신하거나, 글로벌 인수합병을 주도하는 변호사는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기가 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 계속 고민하면서, 회사 안과 회사 밖에서 크고 작은 투쟁을 이어나가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어느 직업이든 그 안에는 다양한 삶이 있다. 어떤 사람은 능력에 한계를 느끼고 회의감에 빠지지만, 어떤 사람은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 이건 태도의 문제이지 직업의 문제가 아니다. 직업이 불만이라면 회사 밖에서 다른 노력을 할 수도 있다. 운동이든 취미활동이든 재테크든 더 나은 삶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



어려운 사건을 맡고 밤늦게까지 골머리를 앓는 배문정의 사무실에 찾아와 같이 해결하고 빨리 퇴근하자고 말하는 안주형을 보면서, 내일은 나도 옆자리 후배가 힘들다고 하면 조금 더 깊게 들여다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제 직업은 바꿀 수 없지만, 더 나은 관계를 만들 순 있다. 그런 노력이 쌓이면 일도 조금씩 더 좋아지지 않을까. 어쨌든 사람이 하는 일이니 말이다.



논객닷컴 게재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