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어리 Aug 28. 2024

08 글쓰기가 나를 죽이고 있다

글쓰기를 배우는 시간 (8)

  글쓰기를 취미로 두는 건 얼마나 위험한가. 누군가 글쓰기는 자살 행위라고 하더니, 딱 맞는 말이다.  흡연보다 나쁘다는 ‘오랜 시간 앉아있기’를 안 하려고 노력하며 산 이후로 제일 방해되는 일이 글쓰기다. 오늘도 글 쓰다가 고개를 들어보니 3시간이 지나가 있다.  교정해 보려고 한 시간마다 일어나 걸으라는 알람도 맞춰 놓았다. 하지만 소용이 없다. 손목시계가 진동알람을 보냈을 텐데도 글을 쓰다 보면 못 느끼는 일이 부지기수다. 가끔 알아차릴 때도 있는데 ‘잠깐만’  ‘여기까지만 쓰고’ 하면서 무시하곤 한다. 그러다 정신 차리고 고개를 들어보면 몇 시간이 지나있고 목, 어깨, 허리, 엉덩이, 안 아픈데 없이 온통 욱신거린다. 요새 거북목이 심해지는 것도 다 이 때문이다. 글을 쓰다 보면 저녁마다 다니던 산책 시간도 까먹기도 하고 ‘아 산책 나갈 시간이다’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지금 써지는 문장이 날아가버리면 어떡할 거야. 하는 생각에 산책을 포기한다. 뇌는 움직임을 위한 기관이라던데 글 쓴다고 움직이는 것을 이리 쉽게 포기한다. 이러니 위험한 취미 맞다. 건강을 위해서라면 글쓰기를 끊어야 하나 싶다. 



  그런데도 왜 나는 자꾸 쓰는 것일까. 얼마 전 일이 떠오른다. 건강관리협회에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검진했던 이는 용종의 모양이 크고 애매하다며 큰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두 기관의 전원 과정이 꼬이면서 나는 52시간째 굶고 있는 상태로 큰 병원에 갔다. 간호사는 나보고 2~3시간은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도 고프고 기운도 없고 병원 복도의 에어컨 온도는 너무 추웠다. 벽에 기대 눈을 감고 앉으니 이 상태로 어떻게 기다리나 싶다. 앉아 있는 것조차 힘들어 의자 2개를 차지하고 가방 위에 엎드렸다. 그래도 힘들다. 주섬주섬 핸드폰과 핸드폰용 키보드를 폈다. 요새 친구랑 하는 글쓰기 숙제를 하기 위해서다. 친구가 그날 제시한 글감은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사’였다. 몇 개의 노래가사가 떠올랐고 이 노래에 대한 사연, 저 노래에 대한 사연을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좋아하는 노래가사에 대한 추억을 쓰다 보니 누가 내 이름을 부른다. 간호사가 내 이름을 부를 때에야  알아차렸다. 추위도 배고픔도 지루함도 2시간을 건너뛰어버렸다.  이러니 내가 이 친구를 버릴 수가 없다. 글 쓰는 일이 아니면 지루하고 고통 많은 삶을 어찌 건넌단 말인가. 



 어쩌겠는가. 이 매혹적인 친구를 데리고 살려면 더 체력을 길러야겠다. 더 잘 먹고 더 잘 자고 운동도 열심히 해야지. 이 재미진 것을 계속하기 위해서. 


  운동장을 다섯 바퀴만 뛰고 와서 다시 써야겠다. 





from 51세 8월

매거진의 이전글 07 브런치 고시 재도전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