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기, 그것을 우리는 명분이라 부른다

by 이영범

뭔가 하려면 이유가 필요합니다.

그것을 명분이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하지만 저는 그것을 계기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담배, 몸에 안 좋으니 끊어야지.

몸에 안 좋다는 게 이유입니까? 명분입니까?

이유나 명분이 약하면 실행도 약해집니다.

강력한 계기를 만드십시오.


저는 치과 치료를 6개월 하면서 금연을 했습니다.

하지만 치과 치료를 6개월 하면서 금연에 성공한 건 아니었습니다.

치과 치료를 마치고 난 후 담배를 다시 피우니 너무 좋았습니다.

담배를 피우시는 분은 아실 겁니다. “이렇게 좋은 걸 6개월씩이나 못 했다니...”


그렇게 3일간 열심히(?) 담배를 피웠습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지금 담배를 끊지 않으면 언제 담배를 끊을 수 있을까?

앞으로 남은 내 인생에서 6개월간 담배를 끊을 일이 다시 발생할까?

지금 다시 담배를 피운다면 나는 앞으로 죽을 때까지 담배를 못 끊을 것이다!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담배를 끊기로 결심했습니다.

치과 치료에 이은 나의 금연에 대한 생각이 20년간 피운 담배를 끊게 만들었습니다.


금주, 운동 등 우리는 많은 결심을 하고 많은 결심을 지키지 못합니다.

그것은 이유나 명분이 약해서 그런 게 아닙니다. 내 의지가 약해서 그런 것도 아닙니다.

계기가 약하기 때문입니다. 강력한 계기를 만들면 실행력이 높아집니다.


얼핏 듣기로 계기, 이유, 명분, 모두 같은 말인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같은 말 맞습니다.

하지만 저한테는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그 미묘한 차이가 완전한 금연이라는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지금 저는 완전한 금주를 못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명확하고 명분도 확실한데 계기가 약합니다.

언젠가 그 계기가 강해지는 날이 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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