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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범 Jan 20. 2022

아빠는 수단, 엄마는 목적

오랫동안 풀지 못했던 궁금증 하나를 풀었다.

돈은 아빠가 버는데 왜 애들은 언제나 엄마한테 고마움을 더 많이 표현하는지.

고생은 아빠가 더 많이 하는데 왜 애들은 엄마가 더 고생을 많이 한다고 생각하는지.


애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엄마가 차려주시는 음식이다.

애들이 고맙게 생각하는 것 역시 엄마가 차려주시는 음식이다.

물론 그것은 엄마가 아빠로부터 돈을 받아서 차려주시는 것이다.


하지만 애들은 그러한 과정은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애들은 지금 자신의 입으로 들어가서 자신을 배부르게 하고 즐겁게 하는 음식에 고마움을 느낀다.

그래서 그러한 것을 제공해 주시는 엄마한테 고마움을 느끼는 것이다.


애들에게 돈은 수단이고 음식은 목적이다.

결국 돈을 제공하는 아빠는 수단이고, 음식을 제공하는 엄마는 목적이다.

애들에게는 밖에서 돈을 벌기 위한 아빠의 고생은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반면 음식을 차려주시는 엄마의 고생은 즉시 느낀다. 눈으로, 입으로, 그리고 마음으로...


돈은 수단에 불과하다.

그래서 애들이 커서 돈을 벌게 되면 아빠는 필요 없어진다.

그러면 애들이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면 엄마도 필요 없어지지 않을까?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아빠에게는 그리 애착을 가지는 것 같지 않은데, 엄마한테는 오랫동안 애착을 느끼는 것 같다.

애들이 결혼을 해도 엄마의 밑반찬은 따라가지 못하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것 같다.

하지만 그것 보다 더 큰 이유는 아마 아빠는 한 순간 정자를 제공한 것뿐이지만

엄마는 10개월간 뱃속에서 애를 키웠고, 출산할 때 매우 큰 고통을 감당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오랜 궁금증이 어느 정도 해소된 것 같기는 한데, 적고 보니 아빠는 좀 억울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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