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 주머니에 돈이 없는 게 문제가 아니다

by 이영범


신용카드 결제일이 다가오고 있는데 신용카드 대금을 결제할 돈이 없다. 어디서든 마련해서 일단 급한 불은 껐다. 그런데 다음 달은 또 어떡하지? 매달 신용카드 결제 일만 되면 반복되는 이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은 없을까? 적지 않은 직장인들이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매월 겪는 상황중의 하나일 것이다. 방법이 없을까? 상황마다 다르겠지만 방법이 영 없는 것은 아니다.


나는 직장 생활할 때 카드를 여러 개 썼었다. 속칭 돌려막기. 옆에서 누군가가 코치를 해줬었다면 그렇지는 않았을 텐데. 하지만 그렇게 심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혼자 살면서 생활비는 그리 들지 않는데 왜 매번 신용카드 결제일이 되면 돈이 모자랄까 생각하다가 신용카드를 하나만 남기고 다 없애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그럴 자금이 없었다. 그래서 사내 마을금고에서 저리로 대출을 받아서 신용카드 금액을 모두 갚고 신분증을 대신하는 패밀리 카드 하나만 남기고 모두 잘랐다. 그랬더니 신용카드 결제 일에 다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다.


우리는 신용카드를 사용할 때 나중에 받을 월급을 생각하고 사용한다. 즉, 일종의 외상거래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그 월급이 안 나온다면 어떻게 될까?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당연한 얘기 아닌가? 그래서 사람들은 월급이 나오지 않으면 소비를 줄인다. 즉, 나중에 돈을 값을 여력이 없는 걸 뻔히 알기 때문에 지금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그렇게 소비는 알아서 잘 하면서 왜 사업을 그렇게 하지 못할까? 그것은 그런 경험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마인드도 사업가 마인드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도 신입사원 때는 멋모르고 신용카드를 마구 긁어대다가 한 번 크게 혼나고 나서 신용카드를 정리했듯이 일단 선취 경험이 있으면 그것을 행하기가 조금은 수월하다. 물론 마인드는 본인 스스로 닦아야 한다. 책을 읽든, 교육을 받든, 누구한테 조언을 듣든, 어쨌든.


사업하는 사람은 지금 내 주머니에 돈이 있다고 좋아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마음대로 써서도 안 된다. 이것이 사업가 마인드의 출발점이다. 봉급생활자는 막 써도 된다. 어차피 다음 달 정해진 날짜에 급여가 생길 테니까. 하지만 사업이라는 것은 돈이 생길 때는 두 세배로 생기다가 갑자기 가뭄이 들어서 몇 달 동안 수입이 없다가, 어쩌다가 반품 같은 사고라도 한 번 나면 벌었던 것을 토해내야 하는 상황도 온다. 따라서 사업가는 내 주머니에 돈이 있다고 해서 그것을 마구 쓰면 안 된다.


사업가에게 다음 달 월급이란 바로 계약이다. 물론 계약이 깨지기도 하지만 그런 최악의 경우를 제외하고 생각해 보면 계약서는 곧 미래의 소득을 의미한다. 지금 내 주머니에 돈이 없다 하더라도 계약서가 있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돈이 생길 테니까 그 때까지 버티든가 약간 빌리든가 살면 된다. 지금 내 주머니에 돈이 있다고 하더라도 계약서가 없다면 지금 내 주머니에 있는 돈을 어떻게 써야할지 알 수가 없다. 돈이란 게 어느 정도 규모까지는 하루 만에 다 쓸 수도 있고 며칠을 버틸 수도 있는데, 계약서가 없다면 즉 다음에 언제 돈이 생길지 알 수가 없다면 지금 돈은 마음대로 쓸 수가 없다. 하지만 기본 생활비는 필요하니 어쨌든 조금씩 소비하게 되는데, 돈은 자꾸 줄어들고 계약은 안 되고, 그러면 마치 시한부 인생을 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투잡의 규모가 크든 작든, 어떤 식으로 하든, 직장인이 투잡을 하게 되면 절반은 사업가이다. 그렇다면 사업가의 마인드를 가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직장에서 받는 급여와 사업으로 버는 돈을 분리 관리할 필요가 있다. 물론 초창기에는 급여를 사업자금으로 사용하겠지만, 혼자 쓰는 회계장부라도 만들어서 직장인인 나는 사업가인 나한테 무이자로 대출을 얼마 해줬고, 사업가인 나는 직장인인 나한테 사업자금 얼마를 무이자로 대출 받았다는 식으로 장부를 기재하기 바란다. 그리고 특히 사업가인 나는 지금 내 주머니에 돈이 얼마나 있고, 계약서가 얼마나 있고, 얼마의 여유자금이 있고, 앞으로 언제 어떤 식으로 사업소득이 생기고, 등의 세부 사항을 기록 관리해야 한다.


돈은 소리 없이 사라진다. 그리고 다시 채우기는 엄청나게 어렵다. 내 주머니에 있는 돈이 내 돈이라 생각하지 마라. 내가 보지도 않는 사이에 사라지는 놈이 돈이라는 놈이다. 부자들은 그런다. 돈은 따라가면 도망가고 따라가지 않으면 가만히 선다고. 그래서 항상 나와 돈은 일정 거리를 유지한다고. 참으로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지금 내 주머니에 돈이 있다고 여유부리지 말고 계약서를 만들도록 노력하라. 나는 돈과 계약서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주저하지 않고 계약서를 선택할 것이다. 돈은 곧 사라질 놈이고 계약서는 곧 생길 놈이니까. 독자 여러분은 대부분 나와 말은 같이 할 것이다. 하지만 막상 선택하라고 하면 돈을 선택하는 사람이 상당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계약서로는 오늘 저녁에 맥주 한 잔도 못할 테니까. 그것이 직장인 마인드와 사업가 마인드의 차이다. 사업가 마인드를 빨리 가지면 가질수록 사업이 빨리 발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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