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중심인 사업을 해야 한다

by 이영범

독립하여 개인 사업을 시작한 지 2년이 지났을 때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회사를 키우고 싶었지만 당시 내가 취급하고 있던 제품은 국내 거래처가 대기업인데다 경쟁업체들이 모두 큰 회사들이어서 자금력이 부족한 나로서는 회사를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사업을 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회사를 키우고 싶어 하고, 또한 회사라는 게 시간이 지날수록 커져야 하는 게 정상이었기에 여러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면서 이런 저런 조언과 상담을 하던 중 하나의 사업을 구상하게 되었다. 그것은 중국산 욕실용품을 수입하여 국내에 판매하는 일종의 수입 대행 사업이었다.


당시 사업은 네 사람이 하기로 했다. 한국에 두 사람, 중국에 두 사람. 한국은 나와 나의 오랜 친구, 중국은 나의 옛 직장 선배와 선배의 현지 중국인 파트너. 각자의 역할도 명확했다. 무역 경험이 많은 나는 한국의 수입절차를 맡고, 국내 판매 경험이 많은 나의 친구는 자금 및 국내 판매를 맡기로 했다. 중국의 선배는 중국 현지에서 수출 절차를 맡고, 선배의 중국인 파트너는 현지 시장 조사 및 제품 구매를 맡기로 했다.


완벽한 역할 분담이라고 생각했다. 서로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고 처음에는 생각했던 대로 진행이 잘 되었다. 한국에서는 나의 부족한 자금력과 국내 판매는 나의 친구가 채워줬고 친구의 부족한 무역 경험은 내가 채워줬다. 중국에서도 나의 옛 직장 선배의 부족한 현지 시장 조사 및 구매처 상담은 선배의 중국인 파트너가 해줬고 중국인 파트너의 부족한 무역 경험은 선배가 채워줬다.


그렇게 완벽한 역할분담과 파트너쉽은 오래도록 지속될 걸로 생각했는데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다. 나의 부족한 부분 중에서 가장 핵심인 자금력은 단기간에 채워질 수 없는 부분이었는데 반하여 친구의 부족한 부분인 무역 경험은 금방 채워졌다. 나의 옛 직장 선배의 현지 시장 정보 부족 역시 시간이 오래지 않아 금방 채워졌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네 사람이 모두 서로가 절실하게 필요했었는데 이제는 두 사람만으로 충분한 상황이 되면서 그 두 사람이 욕심이 생기게 된 것이다. 일종의 배신인 셈이다.


만약 내가 사업의 중심이 되고 내가 없으면 그 사업이 굴러가지 못한다면 그 사업은 내가 중심이고 내 사업이 될 수 있다. 누구나 사업의 전부를 혼자 할 수는 없으니 사업을 함에 있어서 역할 분담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내가 맡은 부분이 그리 중요하지 않고 그저 아무나 시간만 지나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 사업에 있어서 나의 역할은 중요하지 않게 되고 머지않아 나의 지위를 잃게 된다. 위의 사례에서도 나의 역할은 처음에는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친구가 경험이 쌓이고 실력이 향상되다 보니 나의 역할이 점점 약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던 것인데, 나는 그것을 간파하지 못했다. 그것을 간파하지 못했던 나는, 나의 역할이 영원히 지속될 것이고 다른 사람이 나의 역할을 뺏어갈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나는 안전장치를 준비하지 못했다. 그 안전장치는 바로 계약서였다. 친구와 계약서를 작성하면 그 계약서가 친구와의 관계를 멀게 하고 내가 나의 역할에 대해서 자신감이 없는 사람으로 비춰질까봐 우려되어 “그 까짓것” 하면서 계약서 작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사업을 잃게 된 원인 중의 하나였다.


사실 그것은 일을 저지르고 난 다음의 수습의 문제였다. 깊이 생각해 보면 그보다 앞서서 나는 더 큰 실수를 했었다. 그 사업은 내가 중심인 사업이 아니었다. 내가 중심이 아닌 사업을 하면 나는 언젠가는 변방으로 밀려나게 되어 있는데 그걸 생각하지 않았기에 예방책도 만들지 않았던 것이다. 내가 중심인 사업을 하면 사업을 오래 지속할 수 있다. 그리고 오래 즐기고 누릴 수 있다. 나는 과거의 아픈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는 뭔가 새로운 사업을 결정할 때가 되면 그 사업이 과연 내가 중심인 사업인지 그렇지 않은 사업인지를 먼저 생각한다. 물론 나의 생각이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평소에 다른 사람들과 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나의 생각이 맞는지 틀린지 점검을 자주 받는 편이다.


사업하는 사람은, 특히 혼자 또는 소규모로 사업을 하는 사람은 혼자 생각하고 혼자 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자주 있는데, 결정을 내릴 때는 언제나 신중해야 한다. 사업 선택, 품목 선택은 사업을 시작함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이 단계에서 시간을 사용하는 것은 결코 아까운 시간이 아니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최대한 많은 자료를 수집하여 분석하여 최대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그러면서 과연 그것이 내가 중심인 사업인지, 내 역할이 중요하여 다른 사람이 나의 영역을 쉽게 침범할 수 없는지를 판단의 중요한 잣대로 사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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