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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범 Feb 16. 2020

세상은 결과론

과정을 중요시하는 것은 학창시절 수학시험이 마지막이다. 학생들의 주관식 수학 문제에서 중간과정이 맞으면 답이 틀리더라도 점수를 받는다. 오히려 중간과정이 틀리고 답이 맞는 경우 보다 점수가 더 높다. 시험을 칠 때 부정행위 하지 말라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학창시절이 끝이다. 세상은 너무나 냉정해서 학생신분을 갓 마치고 새롭게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회 초년생들은 가혹한 세상에 놀라고 거부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공부와 인생은 다르다는 걸 곧 느끼게 된다.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서 결과가 중요함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축구 스타인 박지성 선수의 경우도 비슷하다. 동방예의지국에서 자란 예의바른 박지성 선수는 골을 자주 양보한다. 물론 골을 넣지 않아도 공격 포인트를 올리니 골 넣은 것과 비슷한 인정을 받기는 하지만 어쨌든 골은 아니다. 어쩌다 헛발이 맞아서 골이 된 것과 장거리 대포알 슛을 쐈는데 골대를 맞고 튀어나온 것과 어느 것이 더 인정을 받을까? 하프라인에서부터 상대방 수비수 5 ~ 6명을 제치고 골키퍼와 1대1 상황을 만들어 슛을 했는데 그게 골대를 맞고 튀어나왔는데 그냥 따라오던 옆 선수가 그걸 살짝 차서 넣었다면 어느 선수가 더 인정을 받을까?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세상을 한탄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편으로는 허망하기도 하고 인생이 참 슬프기도 하다. 내가 도저히 1등을 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1등만 기억하니 슬픈 것이다. 어디 스포츠뿐 인가? 우리네 삶 전체가 그러한 등수 매기기와 연관되어 있다. 아니 우리는 등수 매기기 사회에 살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과정을 중요시하는 것은 학창시절에 끝났다. 우리는 지금 결과를 중요시하는 험난하고 잔인한 사회라는 전쟁터에서 생활하고 있고, 그래서 우리는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일을 시작할 때 결과를 먼저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누구나 한번쯤은 상상해 봤을 것이다. 내가 내일을 먼저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복권, 주식거래 이런 건 전혀 나오지 않았을 테지만, 어쨌든 내일을 알 수 있다면 인생이 참 즐거울 것 같다는 생각 누구나 한번쯤은 다 해봤을 것이다. 특히 먹고 살기가 힘들 때. 나도 예외는 아니다. 아니 자주 한다. 하지만 나는 터무니없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해외 거래처에 거래제의서를 보내 놓고 ‘과연 거래가 성사 될까 안 될까’ 고민한다. 해외 거래처에서 보내 온 오더를 국내 제조사에 보내 놓고 ‘과연 회신이 올까 안 올까? 온다면 과연 어떤 조건으로 올까?’ 고민한다. 그러다가 내 예상대로 한 건 성사가 되면 쾌감이 있다. 이건 터무니없는 기대가 아니다. 추측도 아니다. 기대? 바램? 희망사항? 모두 아니다. ‘노력에 대한 기대’ 라는 표현이 제일 적합할 것 같다.


손자병법에서 손자가 말했다. 전쟁은 싸워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고. 전쟁은 내가 이겼다는 것을 확인하는 행위라고. 사전에 준비하고 계획해서 내가 이길 수 있도록 상황을 만들었는데 상대방이 항복하지 않으니 싸워서 내가 이겼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그래서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라는 말을 했다. 전쟁 중 최고의 선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라고도 했다. 모든 사업이 그렇다. 터무니없는 조건으로는 거래가 성사될 수는 없다. 상대방이 어떤 입장인지 파악한 후 그가 납득할 수 있는 조건을 제시했을 때 거래를 따낼 수 있는 것이다. 동네 구멍가게든 대기업이든 상거래는 모두 똑같다. 그래서 기업들은 서로 앞 다투어 고객만족이니 고객감동이니 찾아가는 서비스니 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명품 제조업체들이 유독 대한민국에서 파는 가격이 비싸다고, 가격 수준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높다고 난리를 침에도 불구하고 명품의 가격은 오히려 오른다. FTA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내리기는커녕 오히려 더 오른다고 언론에서 아무리 떠들어대도 명품 제조업체들은 요지부동이다. 왜 그럴까? 그들은 한국 소비자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에서 패션잡화 장사를 하던 한 친구는 가격표를 7,000원 붙여놓은 물건 하나가 워낙 안 팔려서 열 받아서 앞에 6자 하나를 더 썼더니 그 다음날 팔렸다고 한다. 순수하게 원가 + 비용 + 마진 = 가격이라는 마인드로 사업을 하면 안 된다. 목표 고객층을 파악하여 결과를 먼저 상정한 후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 내가 하고 싶은 게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하여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


세상은 결과론이 지배하고 있고 우리는 그에 맞춰 살아가야 한다. 사업을 할 때는 항상 결과를 염두에 두고 사업을 해야 한다. 착하면 안 된다. 순진해도 안 된다. 고지식해도 안 된다. 독하게 악하게 약삭빠르게 해야 한다. 단, 법을 어기면 안 된다. 절세는 죄가 아니다. 절세할 수 있는데 세금 꼬박 꼬박 다 내는 순진이는 사회에서 생존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절세로 세금을 추징당했던 연예인들을 욕하지 않는다. 오히려 전 국민한테 절세가 무엇인지 가르쳐줬기 때문에 고맙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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