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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범 Feb 20. 2020

세상 어디든 바이어가 왕이다(2)

--- (1)에서 계속 ---


내가 수년 전에 중국 출장을 갔다가 신기해서 수입했던 제품이 하나 있었다. 목의 성대 울림을 이용하여 통화를 하는 핸즈프리였다. 그 제품의 장점은 아무리 시끄러운 곳에서 통화를 해도 내 목소리만 전달이 된다는 것이었다. 즉 상대방은 내 주변의 소음을 전혀 듣지 못하는 것이었다. 시끄러운 기계 소음이 심한 공사장에서 통화를 하든, 시끄러운 음악이 나오는 클럽에서 통화를 하든, 내 목소리는 마치 조용한 사무실에서 통화를 하는 것처럼 상대방에게 들리는 핸즈프리였다.


시험용으로 200개를 수입하여 전자제품 판매점에서 시범을 보였더니 판매점 사장님이 즉시 전량 구매를 했다. 그래서 그 사업은 대박날 줄 알았는데 그것으로 끝이었다. 나도 샘플테스트를 위해서 하나를 가지고 밤에 술집에서 친구와 술 마시면서 미국에 전화도 해보고 운전하면서도 사용해 보고 했다. 성능이 아주 좋았다. 하지만 한 가지 단점이 있었는데, 그것은 목이 아프다는 것이었다. 목의 성대 울림을 통하여 통화를 하려면 송신부분이 목의 성대에 밀착되어야 하니 유연성이 뛰어난 금속을 밴드처럼 만들어서 마치 헤드폰을 끼듯이 목에 착용해야 하는데, 그것을 오래 착용하고 있으면 목이 아픈 것이었다. 밴드 부분 때문에 부피가 커서 간단하게 주머니 같은 곳에 넣어 다닐 수도 없고 가방에 넣든지 끼고 다니든지 해야 하니 휴대도 불편했다. 200개를 샘플 형식으로 들여오고 전자상가에서 추가 주문이 나오기 전에 중국에 대량 주문을 안 했기 때문에 그렇게 조금의 소득을 올리는 수준에서 끝이 났지, 만약에 내가 미루어 짐작해서 전자상가에서 추가 주문이 나오기도 전에 중국에 대량주문을 넣었다면 큰일 날 뻔 했던 일이었다.


사업의 종류는 다양하다. 그래서 모든 사업에 대해서 ‘세상 어디가든 바이어가 왕이다’라고 하기는 어려움이 있다. 신제품이나 특허제품 같은 경우에는 공급자가 왕이다. 하지만 신규 사업을 하는 경우에는 그런 특별한 제품을 취급할 능력이 없을 테니 결국 100% 바이어가 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므로 사업을 선택할 때는 공급자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구매자를 먼저 보는 지혜도 필요하다. 제품을 선택할 때는 팔릴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내가 팔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파는 것 보다 사는 게 더 중요하다. 무작정 싸 보인다고 그냥 사면 안 된다. 향후 팔 걸 염두에 두고 사야 한다. 판매를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싸다고 사기만 하면 나중에 판매가 안 되어 악성재고를 안을 가능성이 높다. 가격이 싸다고 다 잘 팔리는 건 아니다.


세상 모든 사람이 나의 고객은 아니다. 잠재고객 확보한다고 모든 사람들한테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마라. 내 물건을 사는 사람이 나의 고객이다. 그리고 나의 모든 고객이 왕은 아니다. 돈이 되는 고객이 왕이다. 그게 훌륭한 사업가이다. 내가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처음 열었을 때 인근 중개업소 사장들을 보면 유능한 사장은 사무소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손님한테 친절하지는 않았다. 유능한 사장일수록 손님을 가려서 응대했다. 나는 처음에는 그것을 구별하지 못하여 돈이 안 되는 손님한테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하기도 했지만 점차 경험이 쌓여서 2년 정도 지나니까 나도 그것을 구별할 줄 아는 노하우가 생겼다. 세상만사 스킬 업 되려면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사업 초창기에, 그것도 없는 시간을 쪼개서 사업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러한 스킬을 얼마나 빨리 습득하는가 하는 것도 사업 성패의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명심하라. 사업을 선택할 때 꼭 유념하기 바란다. 세상 모든 바이어가 왕은 아니다. 나에게 돈이 되는 바이어가 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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