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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로니 Apr 13. 2024

수험생 사회-또 다시 실패

실패로 끝난 나의 피트 수험생 에피소드 일기

“야, 부러우면 부럽다고 해. 공연히 질투하지 말고.”

“질투라니? 넌 질투하는 얘가 소개시켜주냐?”

“얼굴에 딱 나와. 내가 부러운거.”


승희의 얄미운 말투에 화가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내 반응에 승희는 이겼다고 생각했는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 먹었으면 그만 일어나자. 공부하러 가야지.”

“......”


승희가 원경오빠와 꽁냥꽁냥하는 사이 나는 더욱 공부에 매진했다.


“후...”


3일 연속으로 집에 안들어가고 독서실에서 쪽잠자가며 공부하니 여기 저기 몸이 안쑤시는 곳이 없었다.

“오늘은 그냥 일찍 들어가서 쉬고 낼 아침에 다시 올까..”


공부 핑계로 승희와 한동안 식사를 하지 않았다. 그렇게 자랑을 늘어놓고 사람 기분 상하게 하니 더 이상 얼굴 보는 것도 짜증났다. 하지만 승희는 내 기분과는 상관없이 옳다구나 하고 원경이와 함께 점심저녁을 같이 먹었다.

승희에 대한 분노를 잊으려고 최근 좀 무리해서 공부한 것도 있었다.


“어휴, 짜증나.”


집에 가려고 짐을 챙기다 분에 못이겨 공부를 정리하던 공책을 던졌다. 생각보다 크게 난 소리에 주변 사람들이 쳐다봐서 민망했다.

내 자리에서 난 소리를 듣고 희정언니가 궁금해서 내게 다가왔다.


“수현아.. 무슨 일 있어?”

“후 언니... 나 집에 가기전에 언니와 커피나 한잔 하고 가고싶은데 시간돼?”


희정언니와 나는 가까운 커피점으로 들어갔다.


“승희 그거, 원경오빠가 지 좀 이뻐해주고있다고 아주 말하는게 가관이야. 괜히 소개해준거 같아. 언니가 많이 도와줬는데, 이런 마음 갖게 되네 미안.”


속상한 마음에 희정언니에게 승희에 대한 미움을 털어놓았다.

희정언니는 좀 망설이는 듯 하다 내가 말을 털어놓았다.


“사실.. 원경이가 좀 승연이를 요즘 맘에 안들어하는거 같더라구..”

“응? 무슨 일 있었어?”

“좀 무리한 걸 요구한대. 가다가 갑자기 ‘나 신발끈 묶어줘.’하지를 않나.. 갑자기 ‘나 차사줘, 벤츠사줘.’이러질 않나..”

“아... 뭐 벤츠사달라고 하는 건 농담 아닐까?”

“그리고 최근에 식사나 간식을 같이 먹는데 얘가 자기 돈을 한 번도 낸 적이 없대. 그래서 원경이가 좀 속상했는지 나한테 한번 털어놓드라구.”

“아니...그건 너무 심한데?? 그럼 대체 원경오빠는 승희 애랑 왜 아직도 사귀고 있는 거야?”

“사실 원경이가 대학교 초반에 연애를 한번 했긴 했는데 깊은 사이도 못 되고 얼마 못가 헤어졌대. 최근에 승희랑 잔 거 같은데, 원경이가 경험이 처음이기도 하고 책임감을 거기에 느끼고 있어서, 원경이는 나름대로 승희 좋게 보고 잘해주려고 노력하는거 같더라고.”

‘아니 원경오빠.. 그게 뭐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승희는 클럽에서 원나잇도 하는 문란한 얘라구요...’


원경오빠가 생각보다 심한 호구라는 걸 알게되자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사실...”

“응? 또 뭐 있어요?”

“원경이가 사실.. 너 많이 좋아했거든.”

“아... 나도 그 느낌 있었는데, 날 많이 좋아했다기보다 그냥 외로워서 그랬던거같아.”

“그래도 막상 쟤네 저렇게 사겨서 서로 도와가면서 공부하는 거 보면 부럽지 않아?”


부러움?질투?... 지금 생각해보면 사실 그게 맞는지도 모르겠다. 그 단어만 들어도 엄청 부들거리고 화가 났었으니까.

부인하고 싶었다. 오로지 나를 위해서 내린 결정이었다고. 근데 질투심, 부러움이란 감정이 생기다니.. 왠지 내가 내 꾀에 넘어간 패배자가 된 기분이었다.


“후 언니... 바쁠텐데 시간내줘서 고마워. 난 오늘 집에서 좀 쉬려고.”

“그래, 요즘 무리해보이드라. 나야말로 말 걸어줘서 고마워. 난 이번 시험 사실 자신이 없어서, 공부가 잘 안되고 있어.”

“왜? 언니 열심히 하는 거 같던데..”

“남자친구 때문에.”

“남자친구? 올해 초에 헤어진 거 아니었어?”

“잊고 공부 집중하려 그랬는데, 요즘 자꾸 밤에 전화가 오네. 다시 흔들리는 거 같아서 마음 좀 다 잡고 싶은데.. 그게 또 맘대로 안돼. 근데 수현아, 가장 맘이 힘든게 뭔지알아? 우린 지금 수험생이라는 거야. 공부 외에 다른 것 때문에 마음이 힘들면 안되는 거거든. ”

“알아. 잘못한 것도 없는데 숨만 쉬어도 죄인 같고.. ”

“그래도 너라도 옆에 있어서 내가 얼마나 힘이 되는지.. 고맙다 수현아.”

“에이, 고맙기는.. 내가 수험생활 하면서 언니같은 사람을 얻은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데.. 나 지금까지 사실 인간관계가 별로 안좋았어. 내 잘못인지 타인 잘못인건지.”


우린 그렇게 넋두리를 늘어놓고 헤어졌다. 그래도 내 주변에 좋은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다는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다. 

수험생의 인생이 괴로운 이유는 인간은 사회적동물인데 공부만 해야하는 상황이 견디기가 정말 힘들다. 지금 겪고 있는 역경이 끝나고 나면 주변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공부에만 올인할 자신이 없으면 수험생활을 하지 말라고.. 차라리 취업준비하는게 훨씬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이라고.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 드디어 두 번째 시험일이 다가왔다. 여전히 공부가 어려웠지만 그래도 작년보단 열심히 공부했다고 자부하고 싶었다.

추론이라 확실히 알고 선택한 답은 없었다. 여전히 찍기 실력에 의존하여 시험문제를 풀었고, 시험이 끝나자마자 나오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두 달동안 밤도 새보고 하며 열심히 공부했고 고생했었다. 그런 것치고 점수가 잘 나올 것 같단 느낌은 들지 않았다. 

내가 제대로 공부한 달은 딱 두달. 그 시간동안 공부했다고 전문직 작업을 가질 수 있으리란 나의 착각은 오만이었다.

작년보단 잘 봤으나 역시 약대를 가기엔 턱없이 부족한 점수였다. 어머니 아버지의 실망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쯤 되면 고생했다. 그만 이 공부는 접어라. 너한테 버거운 시험같다.”


아빠가 한숨을 푹 쉬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 하지만 나는 이대로 끝낼 순 없었다. 뭔가 제대로 이시험을 공부해보지도 않고 끝낸 느낌이었다.

불현듯, 올해 초에 찾아뵈었던 강사 선생님이 얘기하신게 생각났다.


“혹시 이번 시험 끝나고.. 다시 공부해볼 생각 있으면, 절 한번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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