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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로니 Apr 14. 2024

수험생 사회-삼수의 결심

실패로 끝난 나의 피트 수험생 에피소드 일기

엄마는 나를 혼내다 결국 본인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나도 뭐라 따지고 싶었다. 두달이라도 정말 잠도 잊고 공부했다. 물론 성과는 좋지 않았지만, 공부를 안한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엄마, 아빠.. 진짜 한번만 더 기회 주세요.. 저 이 시험 포기 못하겠어요..”

“아니 한번 더 해서 안됐음 안돼는거지, 20대 공부는 10대랑 달라, 10대는 하는데까지 해서 맞춰서 대학가면 되는거지만, 20대는 모 아니면 도야. 되면 좋고 안되면 어쩔 수 없는거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저 이번 재수생활도 별로 성실하게 임하지 못한거 인정해요. 근데 저.. 두 달간만이라도 제대로 이 공부했던 기간동안.. 너무 행복했어요.”

엄마는 울다 나의 공부하며 행복했다는 말에 잠시 생각에 잠긴 듯 했다. 하지만 아빠는 더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내 말을 막아섰다.

“아 시끄러, 여보, 다 필요없고, 얘 살 빼고 피부관리시켜서 결혼정보회사 그런데나 가입시켜,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시집이나 보내야지, 지 좋다는 남자랑 결혼해서 남편 비위 맞춰사는것도 복이야.”

“.... 난 젊을 때 자기가 월급 차이나는거 가지고 핀잔줄 때마다 상처를 엄청 받았어. 나때도 그랬었는데, 지금 쟤 때는 더 안그럴거같아? 백수상태로 뭘 결혼해? 쟤 성깔에 남자 비위 맞추고 살겠어?”

“그 성깔 누구 닮았겠어? 다 당신 닮았지, 으휴 나도 저거 보면 깝깝해. 직업도 없지 성깔도 드럽지.”

“......”


뭔가 상황이 내가 굉장히 기분 나빠할 타이밍인가 싶었다. 그래도 일단은, 내가 공부를 더 해야 한다고 부모님을 설득해야 한다.


“솔직히 저, 잘할 자신은 없어도 이번 시험 진짜 제대로 공부해보고싶어요. 어차피 휴학 기간도 길고 좋은 회사로 취업하긴 좀 힘들거같아요. ”

“나 참.. 이렇게 어려운 공부를 한번 더 한다니,, 내 딸이지만 집념 하난 참 장하다. ”

그래도 딸이 공부하겠다는데 아빤 더 반대 안하고 엄마 눈치를 슬쩍 보았다. 엄마는 잠시 진정하다 얘기를 꺼냈다.

“엄마도 당분간 회사를 그만두진 않을거니까, 1~2년은 너 하고싶은 공부 해. 그치만 이 수험생활 우리 위해서라도 너 빨리 끝내야 해, 너 그 몰골로 독서실 다니며 공부 오래하는 것도 불효인거 명심하고. 알았지?”

“네. 명심할게요 엄마.”


그렇게 부모님의 허락을 간신히 받고 나는 삼수생활로 들어갈 준비를 했다. 하지만 말을 뻑쩍지근하게 해놓아도 정작 이 시험의 공부방법을 아직도 제대로 몰라 막막한 마음이 들었다.


‘일단 그 강사 선생님을 찾아가자. 공부방법을 일단 알고 제대로 공부해야 이 시험을 치를 수 있을 거 같아.’


우선 시험이 가망없는 성적으로 끝났으니 막학기 복학 절차를 우선 밟았다. 이번 학기가 끝나면 학사졸업이었다. 다행히 학점을 많이 들어놓아 3과목만 신청해도 될 것 같았다.


‘이 정도 학점이면 피트 삼수공부랑 병행할 정도의 시간 여유는 있겠지..’


이번 학기만 마치면 졸업이다. 이 상태에서 약대를 못들어가면 난 취업못한 채로 졸업하는 신세가 된다고 생각하니 아득했다.

막학기 수강신청을 마친후 곧바로 시험끝난후 자신을 찾아오라는 강사와의 면담을 신청했다.


“잘 오셨습니다. 앉으세요.”


나를 기억하고 있는지 얼굴 보고 반가운 기색을 취했다.


“선생님 말씀이 맞았네요. 결국 제대로 안됐어요.”


씁쓸하게 웃어보였다.


“어려운 시험이죠. 잘된 사람보다 잘 안된 사람들이 훨씬 많은.”

“휘발성이 너무 강한거같아요.”

“그래서 웬만하면 시험 끝나자마자 바로 준비해야 하는 시험입니다. 일단 제가 화학강사니 화학을 기준으로 말씀드리죠.”


그는 A4 빈용지에 자신의 커리큘럼을 적고 말을 꺼냈다.


“꼭 제 강의를 안들으셔도 돼요. 하지만 명심할 건, 하루에 한시간이라도, 그 과목에 공부하는 시간을 할애해야 합니다. 그래야 잊어버리지 않아요.”

“매일 공부해야 한다...”

“네. 그리고, 한달 기준으로, 한달 안에 과목 이론 정리를 하고, 그 다음 한달 안에 이론+기출 정리를하고, 그렇게 한달 같은 내용과 문제를 추가해서 정리하고, 그렇게 보폭을 넓혀가야 합니다.”


강사선생님의 말씀에 나 자신을 반성했다. 이 시험은 벼락치기로 되는 공부가 아니었다. 만시간의 법칙이 적용되는 공부였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이수현 님의 노력이 결실을 맺길 기원하겠습니다.”


강사선생님께 연신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네고, 학원을 나왔다. 선생님과 얘기나눈 것을 착실히 실행하면 내년 약대 입학은 따놓은 당상일 것만 같았다.


“지이이잉”


집에 가는 길, 핸드폰 문자가 도착했다. 승희였다.


‘나 승흰데, 원경오빠 이번에 k대 치대 최종합격됐어, 너랑 나한테 밥사고 싶다고 연락왔는데 시간되니?’

“......”


원경오빠는 기초지식이 워낙 탄탄했던 사람이라 붙을거라고 당연히 예상되던 사람이었다. 친구의 남자친구가 붙었다니, 부럽기도 하고 배아프기도 했다.


‘쳇, 난 공부한다고 연애도 안했는데, 이 오빤 연애도 하고 시험도 떡하니 붙네... 그나저나, 승희는 이번 시험 잘봤나.’


문자를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중 승희에게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나야, 잘 지냈어?”

“뭐 시험 죽쑤고 고민하고있었지, 너는? 원경오빠 붙었다고 방금 문자봤어.”

“휴... 나도 망했지...”

잠시 후 통화음에서 뭔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야. 너 설마 울어?”

“오빤 이렇게 떡하니 붙고, 난 더 볼품없어져 버리고. 이게 뭐냐구.”


승희도 시험 못보긴 했구나... 이 시험은 확실히 시험 공부와 학교 공부를 병행하기엔 무리가 있는 시험이어 보였다. 


“원경오빤 원경오빠고 넌 너지.”

“나 이 공부 다시할 자신 없단 말이야. 근데 원경오빤 이번에 떨어졌으니 시험 다시 준비해서 다음에 꼭 붙으라고 하고.”

“뭐 원경오빠는 의사하고 넌 약사하면 좋으니까..”

“꼭 그렇게 해야해? 내가 지한테 얼마나 잘했는데.. 왜 있는그대로 날 좋아해주질 못하고 꼭 약대를 붙어야 날 더 만나줄것처럼 행동하냐구.”

“이번에 못 붙었다고 헤어지자는 것도 아니고, 다시 준비해보라는 건데.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진 마. 포기하기엔 너무 이르잖아 우리.”

“헐. 너 그럼 이 시험 다시 준비하게? 난 완전 학을 뗐는데.”

“난 그냥 한번 더 준비해보려고.”

“대박이다.. 일단 우리 셋이 만나자. 너 언제 시간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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