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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로니 Apr 17. 2024

수험생 사회-시작된 삼수생활

실패로 끝난 나의 피트 수험생 에피소드 일기

언니는 자신의 글에 누가 응답한게 기쁜 듯 손을 흔들며 얘기했다. 나도 알았다고 고개는 끄덕였지만 제발 좋은 사람과 같이 출첵하기를 내심 기원했다. 

희나언니와 늦게 저녁먹고 출첵스터디원과 만나기로 한 카페로 들어갔다.


“어? 연수오빠.”


출첵스터디를 같이 하겠다고 문자 온 사람은 작년에 같이 스터디를 했던 연수오빠였다.

“아... 수현이구나. 오랜만이다.”


작년에 너무 조용해서 존재감이 없던 오빠.. 가장 잘 될 줄 알았는데 재수생으로 다시 만나게 되다니 의외였다. 


“어머, 연수야. 잘 지냈어? 문자보낸 사람이 너였구나.. 핸드폰 바꾼거야?”


희정언니가 문자 보낸 사람의 정체에 제법 놀란 눈치였다. 


“응.. 재수하면서 핸드폰 바꿨는데.. 이렇게 또 다시 만나네.”


한번의 실패를 겪어서 그런지 연수오빤 작년보다 뭔가 위축되고 움츠러든 느낌이었다.


‘그래도 연수오빠가 출첵스터디 멤버로 들어와서 다행이다.. 올해 공부하면서 외로울 걱정은 없겠지..?’

“같이 또 스터디 하게 돼서 반가워요 오빠, 근데 추워요? 몸을 좀 떠는거 같아서..”

“아....올해부터 이래서 병원엘 갔는데....불안감이 좀 겉으로 나타나지는 거 같다고 하네.”

“오빠 이 시험 원래 불합격하는 사람이 더 많잖아요. 너무 위축되지 말고 올해 한번 더 기운 내봐요 우리.”

“그래. 그러자.”


엷게 미소짓는 연수오빠 표정이 다소 짠했다. 연수 오빤 원래 명문대 분교 출신이었으나 거기서 공부를 잘해 본교로 들어오게 된 드문 케이스의 오빠였다. 그만큼 열심히 산 오빤데 이번 시험에서 떨어진 걸 보면, 확실히 우리 시험이 만만한 시험은 아닌 것 같았다.

함께 공부할 사람도 정해졌고 이제 정말 올해 마지막이다 생각하며 피트공부에 올인하여 꼭 합격하고 말리라 다짐했다. 


수험생활 3년차에서야 느끼는 거지만 기출문제가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엔 문제풀이보단 기출에 좀 더 집중해서 공부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생물, 화학, 유기화학, 물리..

각 과목이 내용이 매우 방대했으나 잘 쪼개서 하루에 4과목 조금씩이라도 보려고 노력했다. 화학과 유기화학은 기출을 접목해서 공부를 해보니 능률이 확 오른다는 느낌이었으나 생물과 물리는 어째 실력이 늘지를 않아 고민이 들었다.


‘그래도 두 과목이라도 잘 따라와지고 있는게 어디냐..’

공부를 하다 보니 자꾸 자신있는 과목인 화학과 유기화학만 중점적으로 해가는 것 같았다.


‘밸런스를 맞춰야 할텐데..’


이런저런 고민하면서 화장실 가려고 독서실에서 나오는데 저편에서 희정언니와 연수오빠와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누나, 저번에도 분명히 말했잖아. 분자생물쪽이랑 인체생리학 부분으로 나눠서 스터디하자고.”

“나는 문제풀이를 먼저 하고 합쳐서 스터디하자고 분명히 말했는데?”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몇 번을 얘기해, 작년에도 그렇게 공부하지 않았어?”

“내가 그렇게 공부해서 실패했다는 말처럼 들리네?”


둘은 서로 언성을 높이다 내 모습이 보이자 조용해졌다. 연수오빠는 내 눈치를 힐끗 보고는 굳은 표정으로 독서실 자리로 들어갔다.


“휴우.”


연수오빠가 들어가자 희정언니는 스트레스받는 듯 깊은 한숨을 쉬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희정언니에게 다가갔다.


“언니.. 무슨 일 있어?”

“아니.. 그냥 연수랑 생물 스터디를 좀 하려는데.. 맞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네.”

“맞지 않으면 그냥 각자 혼자서 공부하는게 낫지 않아?”

“생물은 좀 내가 외우는걸 상기시킬겸 해서 연수랑 토론하면서 공부하려 했는데... 아니 의견이 맞지 않는건 둘째치고 얘가 너무 기분나쁘게 말하네? 작년에도 이렇게 공부해서 내가 실패했다는거야 뭐야?”

“에이, 그런 뜻으로 얘기한건 아니겠지. 예민하게 받아들이면 스트레스 받어. 그러지마.”

“짜증나. 휴우.”


그 후로 둘의 스터디는 안할거라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공부하면서 잠깐 화장실 가거나 쉬는 시간 가질때마다 둘은 스터디를 하거나 싸우거나 둘 중 하나인 상태로 뭉쳐 있었다.


“몇번을 말해, 그래서 이게 아니라니까?”

“와 제발.. 누나가 뭘 잘못했는지 입장바꿔서 생각좀 해봐!”


스터디하다가 싸움이 일어나 연수오빠가 먼저 자리를 박차고 독서실 들어가는 일이 빈번했다.


‘저렇게 스트레스 받을거면 둘이 대체 스터디를 왜하는 건지..’


희정언니는 연수오빠와 싸우다가 또 담날 같이 스터디하고 크게 싸우다가 스트레스 받는다고 나와 폭식하고는 했다. 본디 체질이 깡마른 체질이라 폭식하고 나면 그 다음날 토하기 일쑤였다. 

상태가 불안정한건 연수오빠도 마찬가지였다. 작년에는 조용조용 공부만 하던 사람이라 크게 신경이 안쓰이던 사람이었는데, 희정언니와 싸울 때 언성 높이는 모습이 예전보다 분노조절을 잘 못하는 느낌이라 불안불안했다.


‘이래저래 시험공부는 누구에게나 힘든 자기와의 싸움이지..’


나는 출석체크 스터디만 하니 저들의 갈등에 직접 끼진 않아 천만다행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저렇게 싸우면서 꾸역꾸역 같이 스터디를 하는 저들의 모습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둘중에 한명이 한명을 좋아하지 않고서야...


‘혹시.. 연수오빠가 희정언니를 좋아하는거 아니야?’


이런 생각을 하는 나도 공부하기 싫어서 할 수 있는 잡생각은 다한다 싶어 실소가 나왔다.

근데 그 잡생각이 일리 있는 판단이었다는 건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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