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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로니 Apr 18. 2024

수험생 사회-연수오빠의 고백

실패로 끝난 나의 피트 수험생 에피소드 일기

“지이이잉.”


셋이 같이 밥먹던 시간, 희정언니는 핸드폰에 뜬 발신자 이름을 보고 한숨을 쉬더니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누구야?”

“전 남자친구.”

“응?? 정리 아직 안된거였어?”

“사실 작년에 시험 불합격하고 잠깐 방황했을 때 오빠가 하도 만나자 해서 몇 번 만났거든. 이제 공부 다시 들어가야 하니 만나지 말자 그랬는데 계속 연락오네.”

“누나가 너무 여지를 많이 준거 아니에요?”


물어보는 연수오빠의 말에 가시가 약간 맺혀있었다.


“그냥 나도 작년에 시험 불합격하고 우울하고 외로워서 몇 번 만난거야. 그리고 이 공부 다시 시작할 때 오빠한테 우리 헤어진거 맞다고 분명히 얘기했고.”

“그 형 입장에서는 누나랑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이 큰데 겨울에 몇 번 만나주다 갑자기 팽당한다? 화나면서도 포기못하겠고, 그러지 않겠어요?”

“나 지금 연수 너한테 혼나는거니?

”그냥 강하게 끊으라는 말이에요 지금이라도.“


연수오빠의 정색에 갑자기 분위기가 급랭해졌다. 난 분위기를 다시 가볍게 만들고 싶어 연수오빠에게 장난을 쳤다.


“아니. 오빠.. 왜 이렇게 정색해요..? 희정언니 좋아하기라도 하는거야?”


킬킬거리며 연수오빠 등을 쿡 쳤으나 연수오빠는 얼굴이 빨개지며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먼저 일어날게.”


연수오빠가 일어나 식당에서 밖으로 나가자 나는 대박대박하며 박수를 쳤다,


“세상에.. 내가 살다살다 좋아하는 마음을 저렇게 살벌하게 표현하는 사람은 처음봤네.”

“그만해.. 하도 어이없어서 얼굴 빨개진 걸수도”

“언니 진짜 그렇게 생각해요?”

“후... 나 이제 쟤 얼굴 어떻게 보니..”

“근데 좋으면 좋은거지 저렇게 나가는 것도 참..”


나와 희정언니도 식사를 마치고 카페에서 커피 한잔 테이크아웃해서 독서실에 들어갈 찰나였다. 문자 한통 확인한 희정언니 표정이 새하얗게 굳어졌다.


“수현아.. 나 아무래도 어디 좀 다녀와야 할거같아. 커피좀 내 독서실 자리에 놔줘.”


“...?”


그 후로 희정언니는 좀처럼 독서실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출석체크 스터디도 일주일 이상 빠지고 연수오빠와의 스터디도 더 진행을 안하는 것 같았다. 


“이렇게 길게 공부 놓기엔 휘발성이 엄청 강한 시험 과목들인데..”

“본인 인생 본인이 알아서 하는 거지.”


시니컬하게 되받아치는 연수오빠의 커피마시는 손목이 강하게 떨었다.


“오빠.. 몸떨림 증상이 어째 좀 심해지는 거 같은데..? 병원은 계속 다니고 있어요?”

“.... 시험 가까워질수록 몸이 더 이러네.. 약 먹으면 졸려서.. 병원은 안다니고 있어.”

“이번엔 꼭 붙을거에요. 오빠같은 사람이 합격 못하면 누가 되겠어요.”

“그러게.. 작년만 해도 그렇게 생각하고 시험 본건데...누나?”

“....?”


희정언니는 며칠만에 초췌해진 모습으로 독서실에 나타났다. 얼마나 울었는지 눈은 팅팅 불어있었다.


“언니.. 무슨 일 있었어요?”

“남친이.. 잠적했어.”

“네????????”


희정언니는 눈물을 마저 닦고 나에게 자기 핸드폰으로 온 문자 한 통을 보여주었다. 희정언니의 전 남자친구가 쓴 듯 했다.


‘희정이를 이렇게 맘고생시키는 나는 참 나쁜사람인거같아.. 공부하는 너를 괴롭히는 줄 알면서도 자꾸 연락하고 보고싶고.. 사랑하는 너한테 피해야하는 존재가 되버렸다는 걸 알아버렸어. 이젠 나도 내 자신을 멈춰야 할거같아. 잘 살아. 희정아.’ 

“그 날 이 문자 받고 놀라서 전남친 집으로 갔는데 남친 어머님이 전날 나가고 들어오질 않았다는거야.”

“지금은?”

“지금까지도 들어오지 않았대... 흑흑흑.”


언니는 결국 또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진짜 오빠 잘못되기라도 하면... 이런걸 바란게 아니었는데..”

“언니 아닐거야.. 울지마. 언니 잘못도 아니고...”


난 우는 언니의 등을 다독이며 위로해주었고 연수오빠는 한참 우리 둘을 바라보다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저 누나... 앗!!”


라는 말을 붙이려다 연수오빠의 떨린 손에서 커피가 빠져나와 엎어졌다.


“오빠 괜찮아요? 제가 얼른 휴지 좀 가져올게요.”


바닥은 연수오빠가 떨어트린 커피로 흥건했다. 나는 얼른 화장실에 들어가 화장실 휴지를 돌돌말아 밖으로 나왔다. 

나온 순간 연수오빠가 희정언니한테 하는 말을 듣고 나는 순간 얼음이 되었다.


“저 누나 좋아해요.”


연수오빠의 얘기를 듣는 순간 난 얼른 몸을 피해 기둥 뒤로 숨었다. 현타가 확 몰려왔다.


‘대체... 공부는 안하고 여기서 뭐하고 있는 것입니까 이수현씨... 진짜 아예 혼자 공부하면서 외로움 견디는게 맞는 것인가..’


차라리 독서실로 들어가 공부를 했으면 하지만 그러려면 희정언니와 연수오빠를 정중앙으로 지나쳐야 들어갈 수 있어 밖에서 발만 동동 굴렸다.

하지만 저 둘은 심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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