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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로니 Apr 19. 2024

수험생 사회-뜻밖의 몸싸움

실패로 끝난 나의 피트 수험생 에피소드 일기

“연수야. 진짜 미안한데 지금 내가 너의 맘까지 알 여유가 없어서...”

“그냥 부담 갖지 말고.. 어쩌다 보니 이렇게 마음 갖게 됐어요. 그래서 그 전 남친 분이 좀.. 전 불편하네요. 이제 누나가 신경 안썼으면 좋겠고.”

“지금 내가 이 상황에서 어떻게 신경을 안쓰겠어? 나 때문에 직장까지 휴직하고 가출해서 행방불명됐는데.”

“그건 그 사람 선택이지 누나가 잘못한게 아니잖아요. 저번에도 얘기했지만 지금이라도 강하게 끊어내요.”

“응 안그래도 노력해보려고. 저 연수야, 오늘 니 얘긴 그냥 마음만 고맙게 알아둘게. 일단 공부가 우선 아니겠어?”

“네.. 부담드렸다면 죄송해요.”

“아니야.. 어서 공부하러 들어가자.”


연수 오빠는 계속 머리를 긁적이면서 괜히 말했나 싶은 듯한 표정으로 독서실에 들어갔다. 나도 따라 들어가려다 내 손에 잡힌 휴지를 보고 바닥에 흘린 커피를 마저 닦으려다 희정언니와 눈이 마주쳤다.


“하하.. 언니.. 그게 들으려했던건 아니고..”

“나 지금... 머리가 하얘서 뭘 해야 할지 생각이 안난다.”

“....그르게.. 언니 그냥 아무 생각말고 일단 책부터 피는게 나을거같아.”


희정언니를 겨우 달래서 독서실로 들어가게 했다. 자리에 앉자 한숨과 함께 헛웃임이 후 나왔다.


‘정말이지 이 공부 하면서 별의별 상황을 다 겪는구나.. 그래도 이번일은 뭐 나와는 상관없으니 본인들끼리 잘 알아서 하겠지.’


시간이 흐르고 나니 시험치르기 4달 남기고 나니 화학과 유기화학은 이론+기출+문제풀이 이 세 권의 책을 삼십분의 일로 쪼개어 한달에 한번 다 훑을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이 되었다. 


‘뭐든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양을 정해서 하는게 좋은거구나...’


문제는 남은 과목인 생물과 물리였다. 생물은 라이프 사이언스라는 생명과학 목련책을 이론 4개월(그 이상) 과정으로 진행하다 보니 너무 시간이 많이 걸렸다. 

자신 있는 화학, 유기화학만 하다가 남은시간 생물하다 보면 도무지 물리할 시간이 있질 않았다. 


‘물리는 이론은 듣지 말고 그냥 문제풀이만 하자. 어차피 성적반영 비율이 많이 들어가지도 않으니.’


하루가 24시간이고 자는 시간은 6시간(그 이하로 자면 그날 하루 머리가 안돌아가더라). 이상하게 밥먹는 시간은 다 같이 먹다보니 1시간은 족히 걸렸다. 

아침먹고 화학, 점심먹고 유기화학, 저녁먹고 생물, 자기전에 물리 몇 문제 풀고 나면 자정이 족히 넘어있었다.

피곤했지만 이 관문을 통과만 하면 남들이 선망하는 전문직이란 직업을 가질수 있을거란 생각에 하루하루가 행복했다.

sns는 따로 하진 않지만 가끔 카카오톡에 지인 프로필 사진 업데이트 되는 것은 보곤 했다.

원경오빠 프로필엔 아무것도 없었으나 승희 프로필 사진은 여전히 원경오빠와 데이트하는 사진이었다.


‘잘 만나고있는걸 보니 원경오빠는 승희한테 안들키게 소개팅 잘하고 있나보네..’


둘이 결혼한 사이도 아닌데 무슨 대수인가. 승희가 현모양처감도 솔직히 아니고, 승희 보험으로 두고 소개팅하고 다니는 원경오빠가 이해 안되는건 아니다.


‘흐흐.. 나도 나중에 이렇게 살고 싶다. 토요일엔 보험감 남친 하나 두고 데이트하고 일요일은 더 조건 좋은 남자랑 소개팅 하는 거지.. 결혼안했으면 그게 불법도 아니고 뭐 어때?’


혼자 이런저런 상상을 하며 므흣한 표정을 짓는 사이 누군가 쓱 내 자리를 지나갔다. 

추레한 차림의 남성이었다.


‘응...? 뭐지?’


남성은 터벅터벅 지나가더니 어느 자리에서 딱 멈췄다.


‘저긴 희정언니 자린데;;; 서얼...마??’


희정언니로 보이는 듯한 실루엣이 그 남성을 데리고 독서실 밖으로 나갔다.


‘멀어서 같이 나간 여자가 희정언닌지 잘 안보이네..?’


하지만 희정언니가 맞는 듯 했다. 뒤따라서 연수오빠도 나갔기에.


‘연수오빠도 나간거 보니 희정언니가 맞네.. 잠깐?? 연수오빠 저 오지라퍼.. 저길 왜 따라나가???????’

나도 궁금한 마음이 폭발하여 결국 독서실 문을 나서고야 말았다.

독서실 밖 휴게소 안에서 희정언니와 그 남성 분은 얘기 중이었고, 연수오빠는 휴게소 밖에 벽에 기대 두 사람 대화를 엿듣고 있는 듯했다.


‘그냥 엿듣고 있나보네.. 난 그냥 들어가서 공부나 해야겠....?’


다시 독서실 들어가려는 순간 연수오빠가 희정언니 있는 휴게실로 돌진하는게 보였다. 심하게 때리고 맞는 소리가 들렸다. 휴게실에서 쉬고 있던 다른 수험생들이 도망치듯 현장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무슨일이야 대체!’


조심스럽게 휴게실을 들어가자마자 연수오빠가 희정언니와 같이 있는 남성과 심하게 몸싸움하고 있는 상황이 벌어졌다.

희정언니는 연수오빠의 기습에 어안이 벙벙하다 계속 그만하라고 말로 둘을 말렸다.


“그만해!! 다들 뭐하는거야 그만!!!”

“죽여버릴거야 이 새끼!!!”

“이봐요 켁켁 이러지말고 일단!!!”


실제로 말리기엔 둘의 몸싸움이 너무 치열했다. 연수오빠가 처음엔 멱살을 잡고 주먹질을 하다 남성이 결국 못 참았는지 연수오빠를 결국 눕히고 제대로 주먹을 날렸다.

공부하느라 운동신경이 둔한 연수오빠가 몸싸움에서 밀리는 건 당연지사였다.

나도 희정언니 옆에서 멍하니 있다 아무래도 말려야겠다 싶어 나는 연수오빠를, 희정언니는 남친인 듯한 남성을 뒤에서 말리느라 정신없었다.


“아이 다들 그만해요...!!!!”

“휘리리리 휙!!! 여성분들 비키세요!!!”


광란의 현장을 보고 어떤 수험생이 신고했는지 경찰이 와서 제어했다. 두 사람의 몸싸움은 경찰의 등장으로 겨우 스톱됐다.

나와 희정언니의 해명으로 어찌어찌 경찰을 보내고 우린 독서실 사장님께 거듭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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