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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로니 Apr 21. 2024

수험생 사회-결전의 날

실패로 끝난 나의 피트 수험생 에피소드 일기

“콜록콜록”


내 기관지는 여전히 건조해보였다. 

아버지 차를 타고 시험장으로 천천히 이동했다. 

시험장 앞은 수능 시험 못지않게 플래카드와 응원으로 들썩였다.


“조심히 잘 다녀와라. 지금껏 수고 많았다.”


아빠와 엄마의 숙연한 표정에 부담을 한껏 안고 시험장으로 들어갔다. 

준비물은 4과목 요약노트. 전공책 한권씩 들고 들어가던 작년 시험보단 공부가 더 잘 돼서 들어가는 느낌이다.


“드르륵”


교실로 들어가니 벌써 반 남짓한 학생들이 앉아서 책을 보고 있었다.

나는 칠판에 붙여 있는 종이로 내 수험번호를 확인하고 자리에 들어가 앉았다.

그리고 책상에 휴지와 500ml페트병 물을 놓고 컴퓨터 싸인펜과 샤프가 들어있는 필통을 꺼냈다.

(시험보면서 은근 챙겨야 할 짐이 많아 웬만하면 창가쪽이나 기댈수 있는 벽쪽 즉 가장자리가 제일 시험치기 좋더라.)


‘가만보자.. 1교시가 화학이니까..’


화학 노트를 펼쳤다. 화학은 자신있었다. 이미 수없이 기출문제를 많이 풀어봤고 외운 문제들도 있기에. 


시험시간 10분 전, 감독관으로 보이는 사람 두 명이 시험지꾸러미를 들고 테이블에 놓았다. 

10분 사이 그 사람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행동은 마치 무대에서 정해진 스텝대로 움직이는 발레리나들 같다.

한 사람은 정신없어보이는 시험지꾸러미들은 잽싸고 정확하게 책상 열대로 배분을 하여 테이블 하나당 하나씩 놓는다. 

또 한 사람은 침묵속에 칠판에 또박또박 시험 종료시간과 1교시 과목은 화학이라고 또박또박 적는다.

그렇게 두사람의 질서정연한 움직임이 끝남과 동시에 아침 9시. 시험시작 종이 울린다.

시험지를 펼치는 내 가슴이 곤두박질 치지만 문제를 풀면서 내 마음은 서서히 침착해진다.


‘이 문제는 제작년 기출문제랑 비슷한데..’


어려운 수험생활을 겪으며 느끼는 거지만 시험문제 만드는 사람들은 지금까지 만드는 기출문제들을 엄청 참조하는 것 같다. 공부하며 이론+문제풀이 다 듣기 힘들면 이론과 기출만이라도 보고 시험장 들어가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화학시험은 총 1시간 15분. 한 문제당 0분이란 시간이 소요되는 추론형이다. 

205문제를 다풀고 헷갈리는 문제 한번 더 푼 후 마킹을 한번 다 맞게 했는지 죽 확인하고 나면,

1교시 끝나는 종이 울린다.


“휴우..”


난이도는 중하. 제법 쉬운 편이었다. 

지금부터 또 쉬는 시간은 25분. 그 다음은 유기화학이다.


‘유기화학도 나름 공부할만큼 공부했지.’

화학문제를 풀었을 때의 속도감에 적응된 상황이라 유기화학도 자신 있었다. 쉬는 시간 15분에 맞춰 유기화학 공식 100여개를 한번에 싹 훑었다.


어려운 공식 2개는 시험지를 받자마자 위에 그려놓았다. 두 번째 시험을 위해 호흡을 가다듬었다.


바로 두 번째 시험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마음을 가다듬고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화학이 기출이라면 유기화학은 많이 모양을 그려보는게 생명이다. 연습 또 연습.

난이도는 중하. 화학이랑 비슷하게 헷갈리는 두세문데 넘겨짚고 마킹 한번 더 확인하니 

타이밍에 맞게 시험시간이 끝나는 종이 울렸다.


“휴우..”


두 번째 한숨은 길게 쉬었다. 안도의 마음까지 포함되어서.

두 번째 시험시간이 끝나고 1시간 5분동안 점심시간이다. 

기분이 좋아 노래한곡 부르고 싶었으나 시험장이라 그럴순 없었고 나도 모르게 몸을 가볍게 흔들며 도시락통을 열었다.


엄마의 정성이 담긴 쌀밥, 전, 김치, 멸치볶음...

괜스레 마음이 뭉클해졌다.


‘어머니, 조금만 더 고생하십시오. 엄마딸 이수현. 오후 시험 마저 성공해서 내년에 꼭 약대 들어가겠습니다!!


급히 먹으면 오후에 부대낄까봐 천천히 씹고 씹으며 물리와 생물 요약노트를 번갈아 보았다.


‘시험치고 나면 저녁으로 뭐먹을까.. 맛있는거 먹어야지..’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고 이런 중요한 순간에조차 저녁으로 뭐먹을지 생각하게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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