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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로니 Apr 22. 2024

수험생 사회-허무한 엔딩

실패로 끝난 나의 피트 수험생 에피소드 일기

다음 시간은 물리, 12시 55분부터다

20분 전에, 양치하고 화장실에서 볼일도 보고 딱 5분전에 바로 앉았다.

물리는 내가 베이스가 워낙 없어서 고등학교 물리부터 공부했었다. 

피트 1회때라면 성공할 가능성이 있겠지만 몇 회 치러진 피트 시험이라 난이도가 상승되어있을 것 같아 걱정이었다. 

걱정이 머리를 지배하는 사이 어느 새 시험지를 받고 3교시 시험이 시작되는 종이 울렸다.

아... 첫 문제부터 느낌이 안 좋다.

확실히 작년보다 물리 난이도가 훨씬 상승한 느낌이었다. 1문제 1문제 푸는 것에도 의문점이 자꾸 따라서 시험 문제에 내가 끌려가는 느낌이었다. 


‘안돼.. 페이스에 휘말리지 말자. 일단 시간내에 다 풀어야.’


고개를 여러번 흔들고 마음을 가다듬고 문제풀이에 집중했다. 

보기 ㄱ ㄴ ㄷ ㄹ 이중 확실히 아는 것 우선으로 옳은 것을 체크하고 3분이내에 문제를 풀며 휙휙 지나갔다. 

거의 찍기 수준의 문제풀이 실력밖에 못보여준 느낌이었다.

헷갈린 문제는 다시 풀지도 못하고 마킹 한번 더 확인하자마자 시험이 끝나는 종이 울렸다.


‘후아... 물리 개망했다... 그래도 물리는 성적반영비율이 높지 않으니까..

생물.. 생물이 관건이야. 생물을 잘 봐야해 !!’


부담감에 생물 요약노트를 부랴부랴 꺼냈다. 


‘세포는 일단 넘기고 분자생물은 얼추 그림 그리는거 기억나고 맨 마지막 인체 부분 여기 좀 보자! 소화계.. 내장... 순환계.. 그리고... 내분비계.. 이것도 외웠고....’


인체생리학부분을 집중해서 보고 있을 때 어느새 감독관이 새로 들어왔고 시험지를 나눠주자 얼른 가방에 책을 넣었다.

마지막 시험시간이 다가온 것이었다.


“....”


한문제는 풀고 한문제는 못풀고 제법 띄엄띄엄 못 푸는 문제가 많았다.


‘아니.. 이번 생물 시험은 왜이렇게 어려운거야..’


못 푸는 문제는 뒤로 갈수록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다. 세포학, 분자생물학 딱 한 파트에 국한 된 문제가 아니라 다양한 부분을 한꺼번에 취합한 문제가 많았다.

생물시간은 오후 2시25분 ~ 3시 35분. 문제에 끌려가는 느낌을 물리에 이어 또 받아 일단 막판은 아는 보기 위주로 동그라미 쳐가며 애매한 부분들을 치웠다.

하지만 헷갈리는 문제들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콜록콜록.”


시험이 끝나가면서 막판에 긴장한 탓인지 기관지염으로 인해 계속 기침을 해댔다. 

옆에 물을 마셔가며 시험을 보았지만 한번 터진 기침이 계속 나오기 시작했다.


“으흠..”


옆 뒤 앞 가릴거 없이 수험생들이 나에게 눈치를 주기 시작했다. 


“흐읍.. 흡..”


강제로 기침을 막기 위해 휴지로 입을 틀어막고 시험을 보았다. 정말 오늘을 위해 열심히 살았는데 기침 때문에 망했다는 생각에 눈물이 찔끔 나왔다. 그래도 정신을 가다듬고 속씨끄러운 몸을 지니고 침착하게 하나하나 문제를 풀어나가려고 노력했다.

물리와 똑같이 헷갈린 부분은 미처 보지 못하고 마킹한 부분만 한번 더 확인하고 나니 시험 끝나는 종이 울렸다.

종소리와 함께 교실 분위기는 매우 가벼워졌지만 내 마음은 지옥이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시험장을 나오니 나랑 같은 수험생들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시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었다.

친구와 전화로 투덜거리면서 걷는 사람, 기다리고 있는 부모님차에 타서 얼른 출발하는 사람, 시험을 망했는지 교문 근처에서 멍때리면서 핸드폰만 두들기는 사람..

다들 오늘을 위해 열심히 살았을텐데 시험결과는 참 냉정하다. 이들 중에 또 성적순으로 들어가게 되어있으니...

끝에 기침만 올라오지 않았으면 더 잘 봤을수도 있었을텐데라는 생각에 많이 아쉬워했던 시험이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의 이 불확실한 심정 끝에 합격장이 날아올지 아닐지는 결국 미지수가 된 시험이었다.


‘하늘은 끝까지 날 불안하게 만드는구나...’


그래도 오늘같은 날만큼은 맛있는 거 먹고 커피도 한잔 마시고 집에 들어가고 싶었다. 오랜 긴장으로 허기가 져서 설렁탕 집으로 들어가 설렁탕 특으로 주문하였다.

설렁탕을 먹다가 무심코 핸드폰으로 인터넷을 뒤적이다 시험 가답안이 나오자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후우...”


머리를 쓸어내리고 마음 가다듬고 하나둘씩 채점하기 시작했다.

밖에는 아침엔 쨍쨍했던 날씨가 조금씩 먹구름이 드리워지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설렁탕집 문을 나오니 비가 얇게 내리고 있어 우산을 사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이 되었다.


“.......”


고민 끝에 채점한 시험지묶음을 머리 위에 이고 빗속을 덤덤히 견디며 발걸음을 집으로 향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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