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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로니 Apr 06. 2024

수험생 사회-실패로 끝난 첫 1년

실패로 끝난 나의 피트 수험생 에피소드 일기

“저.. 수현씨. 나 할말 있는데 잠깐 화장실좀. 고해할게 좀 있어서.”


또 뭐가 그렇게 생각이 많을까. 수현은 소정언니의 그러한 행동에 답답했으나 인내심을 발휘하여 언니 손에 이끌려 화장실로 들어갔다.


“수현씨.. 사실 내가 요 근래 좀 까칠했잖아. 내가 왜 그랬을거같아?”

“오늘 좀 까칠하셨던거같은데..? 커피 때문에 서운하신거 아니에여?”

“아냐 사실.. 훨씬 그 이전부터 수현씨한테 좀 쌓인게 있어가지고..”

“네??”

“저번에 나한테 독서실 자리 바꾼다 해놓고 그냥 제자리에서 공부했잖아. 나 그때 좀 어이없었거든.. 응? 얘 바꾼다 해놓고 왜 안바꾸지? 나한테 말한건 아무의미 없다 이건가?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 아 그리구 저번에 시험날 제일 자신있는 과목이 화학이라 그랬잖아. 나 그말 사실 좀 듣기 힘들었어. 난 지금 준비된게 아무것도 없는데.. ”


온 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지금 내 행동 하나하나를 주의깊게 보고 시비를 따지고 싶은 마음 그동안 참아왔다는 뜻 아닌가. 이건 정신병자가 아닌가 싶었다.


“아 그리구 또 나 서운했던게...”

“저 언니..”

“응??”

“저.. 죄송한데.. 우리 이제 그만해요.”


내 기분따윈 아랑곳않고 자기 기분 상했던 것만 술술 털어놓아 시원해 죽겠다던 소정언니의 표정은 그만하잔 내 말에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무슨 말이야 그게?”

“우린 같이 공부하기엔 좀 안맞는 거 같아요. 지금은 공부에 집중해야 하니 여기까지만 하고 서로 각자 갈길가요.”

“아니.. 물론 내가 이런거 얘기하면 기분상할수도 있겠는데.. 그렇다고 그만하자니, 너무 섣부르고 생각이 짧은거 아니야? 나도 좀 서운한게.. 내가 지금 이렇게 애기하는 이유는 다신 이런 일로 서운해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얘기한건데..”

‘언니가 그런 의미로 얘기한건지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아니 관심없어요’

“나랑 그만하겠다는거 진심이야?”

“네.. 끝까지 언니 서운하게 했다면 죄송하네요.. 전 이제 그냥 혼자 공부하고 싶어요.”

“수현씨 진짜 너무한다.. 시험때까지 공부 같이하기로 해놓고.. 이제 와서 이렇게 따로 하자면 나는 어떡하라고?”

“전 할말 다 끝났으니 가볼게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난 수현씨 믿고 얘기하는 건데..”

나의 냉정한 행동에 소정언니는 울음을 터뜨렸다. 이 언니 정말.. 답이 없구나.. 그녀의 울음소리에 동정심은커녕 빨리 자리를 뜨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이 언니의 수험생활의 중심은 시험이 아니라 나와의 관계인 것 같은데 이를 알게 된 나도 부담스럽기만 했다.


짐을 곧바로 챙겨 다른 독서실로 옮겼다. 부모님은 시험 앞두고 이렇게 자주 독서실 옮겨도 되는지 물었으나 내 마음이 지옥이라 아무 답도 할 수 없었다. 


“메시지가 도착하였습니다.”


핸드폰 음이 울렸다. 소정언니가 보낸 문자였다. 


‘저번엔 내가 문자를 줬는데 이젠 받는구나.. 뭐 사과라도 하려는 건가?'


그러나 그녀가 보낸 문자를 끝까지 나를 기막히게 할 뿐이었다.


‘수현씨가 일방적으로 낸 결정이니 난 내 시험 망하면 수현씨 때문인 걸로 알게. 이렇게 맘 안좋은 채로 끝내게 돼서 유감이야. 난 시험 망칠거같으니 수현씨라도 시험 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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