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로니 Apr 09. 2024

수험생 사회-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실패로 끝난 나의 피트 수험생 에피소드 일기

“네 감사합니다. 전 양원경이구요. 수현씨까지 합치면 총 5명이서 출석스터디하게 됩니다. 마침 두 분 더 오시네요.”


뒤를 돌아보니 언니로 보이는 듯한 여성 한 분과 남자분이 걸어오고있었다.


“어머, 새로오신분?”


나를 향해 반가운 듯이 걸어오시는 여성분은 가까이 오면 올수록 미모가 빛이 날 정도로 예뻤다. 김예림씨로 인해 상한 기분을 잠깐 잊을정도로 깜짝 놀랄 미모였다.


“네.. 안녕하세요. 전 이수현이구 나이는 25이에요.”

“반가워요, 난 김희정이구 나이는 30. 좀 많죠? 전 의학전문대학원 준비하고있어요.”

“원경이가 한명 더 모집했구나.. 전 27입니다. 이름은 유연수입니다.”


희정언니 옆에 있는 연수란 남자는 뭔가 쭈뼛쭈뼛 소심한 느낌의 남자였다. 나와 크게 친해지고 싶어하는 느낌은 아니지만 저 김예림이란 몰상식한 여자보단 말을 함부로 하진 않을 것 같았다.


“네 이렇게 5명 출첵 스터디 진행하겠구요. 시험합격을 목표로 만난 사람들이니만큼 서로 예의를 지키면서 함께 하면 좋을거같습니다. 그럼 오늘도 열공하세요!!”


스터디장인 원경의 마무리에 모두 자리를 파하고 제자리로 들어갔다. 2층으로 구성된 독서실에서 양원경씨와 김예림은 1층에서 공부하고 나, 희정언니, 유연수씨는 2층으로 올라갔다. 적어도 같은 층에서 저 김예림이란 여자를 마주할 일은 없을거라 생각하니 다소 안심이 됐다. 김예림도 자기도 아까 실수한 느낌이었는지 머리를 긁적이다 짐을 챙겨 자리로 들어갔다. 


출석스터디도 들었고 이제 공부시간만 확보하면 바람직한 수험생활이 될 것만 같았다. 무작정 공부를 시작하기엔 너무 어려운 공부였다. 뭔가 전략이 필요할 것만 같았다.


“휴...”


시작이 제대로 안되니 한숨이 나왔다. 그래도 일단 돈은 냈으니 인터넷 강의부터 듣자는 생각에 독서실 PC실로 들어갔다.


“응? 하이~”
 
 

들어가니 희정언니가 인강을 열심히 듣고 있다 날 보더니 반갑게 손인사했다. 희정언니 바로 옆자리가 비어있었다. 예쁜 언니 옆에서 인강 들을 생각에 다소 긴장되었다.


‘나 레즈였나..? 왜 이렇게 심장이 떨리냐 참...’


주책스런 잡생각을 하며 인터넷 강의 사이트를 열었다. 내가 결재한 인터넷 강의는 문제풀이 강의. 처음 공부했을 때 이론은 공부할만큼 했다고 생각해서 문제풀이부터 듣고자 하였다. 하지만 문제풀이 강의는 당황스러울정도로 내용이 생소했다.


‘...?? 이상하다. 분명 작년에 이론 공부했는데 왜 무슨 내용인지 하나도 모르겠지..??’


내용을 듣다가 결국 중간에 멈추고 밖으로 나왔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맘이 쓰였는지 희정언니도 따라 나왔다.


“무슨 일 있어? 안색이 안좋아서..”

“아... 분명 작년에 다 배운 내용이라 문제풀이부터 강의를 들었는데... 너무 내용이 생소해서요..”

“아무리 다 배워도 이쪽 공부가 워낙 휘발성이 강하더라구.. 이론부터 듣는게 내 생각엔 좋을거같은데... 수현아. 아니면 아래층에 학원 강사분들 무료로 공부방법 상담해주시는 분도 있던데.. 한번 상담받아보고 공부시작하는게 어때?”


언니의 따뜻한 말에 눈물이 핑 돌았다. 얼굴도 예쁘신데.. 마음까지 비단결이시네..

희정언니 말을 듣고 상담을 받으러 아래층 학원으로 내려가보았다.

아래층 학원은 규모는 작지만 학생 수가 굉장히 많았다. 강사들도 제법 이쪽 학원계에서 많이 알아주는 분들이어서 상담을 받아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이 학원 강의도 안듣는데 과연 내 상담을 성의있게 들어줄수있을까 싶었다.

학원 직원의 안내를 받아 어떤 강사분의 연구실로 들어갔다. 그 안에는 인자해 보이는 아저씨 강사가 수업을 마치고 학생들의 질문을 받고 있었다.

학생들을 상업도구로만 생각하는 다른 강사들과는 다른 인상이었다.


“피트 준비하시는 수험생이신가요?”


강사 아저씨가 안경을 고치며 물어보셨다.


“네. 공부를 어떻게 해야할지 갈피를 못잡겠어서..”

“일단 앉으시죠.”

“네.”


뭔가 진지하게 상담해주려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긴장되어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피트 공부한지는 몇 년 되셨나요?”

“재수생입니다.”

“혹시 1회 피트 시험치고 바로 준비하셨나요?”

“학기를 다니느라 집중은 못했습니다.”

“이 시험 과목은 휘발성이 매우 강해서 바로 준비하시지 않으면 합격이 어렵습니다.”

강사 아저씨의 단호한 말에 당황했다.

“아니, 하지만 제가 학기를 마저 다녀야 했어서 ;;; 그렇다고 학교를 안다닐순 없지 않나요?”

“본인 사정과 별개로 이 시험과목은 죽 이어서 공부를 해야합니다.”

“하.. 그럼 전 어떡해야 할까요?”


이미 늦었다니... 저 강사아저씨의 말이 틀릴수도 있었겠지만 뭔가 내가 재수생임에도 불구하고 내용이 기억이 잘 안나는 상황임을 보면 이번 시험도 열심히 해봤자 가능성이 크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지금 최선을 다하세요. 문제풀이보다 이론에 더 중점을 두셔야 합니다. 이 시험은 기초가 중요하니.”


문제풀이보다 이론이라... 중고등학교때 주입식 교육에 물들어 이론보다 문제푸는 것에 중점을 맞췄던 과거와 다르게 공부하라니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이번 시험이 끝나면 혹시 모르니 저를 찾아주시기 바랄게요. 잘되길 바라지만 혹시 잘 안풀리면 제가 대충이라도 공부방법 로드맵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마치 내가 이번 시험에 실패하는 것을 가정하고 말한듯해 속상했지만 확실히 일반 상업 강사들과는 다르게 나를 진심으로 걱정하여 말씀하시는게 느껴졌다.

독서실로 올라와 다시 기본 교재들부터 꺼냈다. 강사 선생님 말씀대로 기본이 중요한 시험이다. 재수생이라고 내가 모든 것을 안다는 오만이 있었다. 많이 늦었겠지만, 그래도 제대로 공부해보고 이 수험생활을 끝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물은 목련, 화학은 줌달, 유기화학은 맥머리부터 꺼냈다. 모두 대학 기본교재들이다. 


‘일단 기본교재를 놓지 말고 문제를 풀자. 이게 시험일까지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이전 06화 수험생 사회-시작된 재수생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