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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로니 Apr 10. 2024

수험생 사회-불안한 친구

실패로 끝난 나의 피트 수험생 에피소드 일기

독서실에서의 생활은 차근차근 적응되었다. 생물은 목련스터디를 하며 문풀강의를 들었다. 화학은 줌달은 내용이 방대해 작년에 들었던 인강내용을 다시 정리하며 기출문제를 풀었다. 유기화학은 맥머리 문제만 풀어도 시간이 금방갔다. 

출첵스터디원들은 나 빼고 전부 의학전문대학원을 준비하고 있었기에 겹치는 강의가 없었다. 김예림도 처음만 까칠했을뿐 본인 공부에 치중하고 있었기에 서로 대화를 길게 하진 않았다.

불확실하지만 정직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희정언니와는 급격히 가까워지는 사이가 되었다.

딱히 나대지 않고 하루하루 똑같은 루틴으로 공부하고있는 내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종종 간식도 주시고 밥도 가끔 같이 먹어주었다. 

인간관계로 힘들어서 공부도 제대로 못했던 내게 희정언니는 가뭄의 단비같은 존재였다.


“나 방 구했어. 예림이랑 같이 살려구, 수험일까지.”


수험일이 4개월 안 남게 남은 시점이었다. 희정언니는 의정부에서 강남 학원까지 매일 공부하러 독서실다닌다고 들었는데 속으로 아무나 못할 체력이라고 생각했었다

.

“잘 됐네요. 집이 너무 멀지 않나 생각했는데.”

“이제 스퍼트 좀 내야지. 원경이랑 연수가 가구나 짐 나르는 거 많이 도와줬어.”

“고마운 사람들이네요. 나도 가서 도왔어야 했는데.”

“에이, 공부하느라 바쁜데 뭘, 원경이랑 연수는 얘들이 공부밖에 몰라서 그런지 누나로서 나 잘 따라주고 참 착한거같아.”

“두 분 좋은분들이시죠, 근데 언니가 너무 예뻐서 잘 따르는 걸수도 있어요. 큭큭.”

“원경이가 요즘 좀 외로워하는 거 같긴 하드라. 예림이랑 무슨 썸이 있어보이기도 하고.”

“정말요? 두 분이 같은 층 독서실 다니더니, 무슨 일이 있었나?”

“솔직히 원경이가 아깝지, 예림이 언행 좀 생각없잖아.”

“크크 그건 그렇죠?”


희정언니도 평소에 예림을 좋아하는 건 아니어보였다. 우리 둘이 친해진 배경엔 김예림 뒷담화도 한몫했다.


“지이이잉”


순간 내 핸드폰 진동이 요란하게 울렸다. 승희였다. 

희정언니와 대화를 끝내고 얼른 자리를 옮겨 전화를 받았다.


“응, 승희야, 기말 시험은 잘 봤어?”

“그냥저냥, 그래도 최선 다했어.”

“그렇구나, 잘 봤을거야. 피트 공부는 틈틈이 했어?”

“휴.. 그르게 잘 못했어. 학기 공부랑 병행하기가 너무 빡셌어.”

“그래도 스퍼트 내 봐야지. 이제 얼마 안 남았잖아.”

“응 그래서 말인데.. 혹시 너희 독서실에 빈자리 있나? 너랑 같이 공부했으면 해서.”

“.....응??”


승희는 학교 시험을 마무리 하자마자 곧바로 강남 독서실로 왔다.


“독서실 가격이 좀 세네. 아래층 학원 빈 강의실에서 공부하면 안되나.”

“강남 학원이라 싸진 않더라고. 잘 생각해보고 결정해.”


승희에게 친절하게 말했지만 지금 수험기간이 많이 안남았기에 대화를 얼른 끝내고 독서실로 들어가고싶었다. 하지만 승희는 좀처럼 결정하질 않고 시간만 질질 끌었다.

기다리다 못해 결국 일어났다.


“미안한데 승희야, 나 인강 들을 시간이라. 좀 더 생각해봐 그럼.”

“인강들을 시간이 따로있어? 점심먹은지 얼마 안됐는데 좀 더 얘기하지.”

“시험 때까지 이제 정말 얼마 안남았다 생각이 드니 시간이 많이 없게 느껴지네.”

“그렇게 조급해하면 될 것도 안돼.”


승희는 뭔가 이제 막 학기를 마쳐서 그런지 수험생으로서의 여유없는 느낌이 전혀 없어보였다. 승희를 안지 얼마되진 않았지만, 나랑 달리 절실해 보이지 않는 승희의 모습이 낯설었다.


‘하지만 승희는 나랑 다르게 1차까지 합격해본 얘잖아, 승희 말대로 조금 느긋하게 가도 괜찮지 않을까?’


승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할까 고민하는 사이, 승희는 결심했는지 일어났다.


“그냥 다녀야겠다. 독서실.”


이렇게 승희도 나와 같은 독서실에서 공부하게되었다.

하지만 승희는 독서실 끊은 후로 걸핏하면 내 자리로 와서 내 공부를 방해했다.

낮에는 덥다고 공부가 안된다고 한다.


“더워서 공부가 안된다. 나가서 간식좀 먹으면서 쉬자.”

“난 안더운데 혼자 쉬면 안될까?”

“야, 너 내 친군데 너무하는거 아냐?”

“......”


밤에는 밤공기가 좋아서 나가고 싶다고 한다.


“계속 독서실에만 있으니 숨막힌다, 나가서 산책좀 하자.”

“나 마저 들어야 할 인강이 있어. 웬만하면 먼저 나가줘.”

“야 몇 분 산책하고 나서 인강들어도 아무 문제 없어. 나가자.”

“......”


그래도 작년에 약대 1차까지 붙었던 친구라 어느정도 배울점이 있으리라 믿고 내가 다니는 독서실로 끌어들인게 실수였다. 막상 같이 공부하기 시작해보니 작년에 같이 공부했던 소정언니와 별반 다를 게 없는 아이였다.

참다참다 승희에 대한 내 불만이 폭발하고 말았다. 

여느 때처럼 승희는 불쑥 내 자리로 와서 말을 걸었다.

“수현. 나가서 먹을것좀 사오..”

“야!! 나 바쁘니까 니가 알아서 해!!”


 화를 버럭내고 내 자리 커튼을 닫아버렸다. 승희는 당황스럽고 어이없는 듯 꿀 먹은 벙어리로 뒤에 우두커니 있다 자기 자리로 들어가버렸다.


‘아니.. 분명 작년만 해도 소정언니같은 사람을 피해야 할 대상 1순위라고 생각하던 얜데.. 대체 어쩌다 저렇게 된거야? 난 이번에 꼭 좀 약대 들어가야 하는데 ;;;; 저 기집애 때문에 감정소모 심한건 어쩔거냐구..’


다음날이 점심시간, 도시락을 들고 휴게실로 가보니 승희가 팔짱을 끼고 기다렸다는 듯이 내게로 왔다.

사과라도 받고 싶은 모양새였다.


“아무리 시험이 앞이라고 예민해도 그렇지, 그런식으로 사람 무시하고 너 당장 사과해.”

“무시한게 아니라 같이 공부를 하기로 한거지 같이 독서실에서 노닥거리려고 만난거 아니잖아 우리, 너 최근에 너무 심했어.”

“야, 너 아직도 이 시험 모르겠어? 열심히 하건 느긋하게 하건 합격할 사람만 합격하는 시험이야. 너처럼 스트레스 받아가며 빡세게 할 필요가 없다고.”

“아니, 그런 마인드로 할거면 뭐하러 독서실 끊고 공부를 해?”

“난 초시때도 이런식으로 공부해서 그래도 1차까진 합격했어. 너처럼 안달복달해하면서 공부하면 스트레스만 받지 합격 못한다니깐?”


어이없고 기가 막혔다. 마치 본인은 느긋하게 공부해도 합격할 수 있는 사람, 나는 빡세게 공부해도 될까말까한 사람. 이미 승희는 나를 그렇게 생각해놓는 듯 했다. 나의 열등감에서 비롯된 오해일수 있어도 더 이상 승희와 같이 공부하기는 힘들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후.. 승희야, 아무래도 난 다음주부터 그냥 내 동네에서 공부해야할거같다. 나 혼자 좀 집중해야 하는 기간이 필요할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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