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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로니 Apr 11. 2024

수험생 사회-희정언니 생일파티

실패로 끝난 나의 피트 수험생 에피소드 일기

“후.. 승희야, 아무래도 난 다음주부터 그냥 내 동네에서 공부해야할거같다. 나 혼자 좀 집중해야 하는 기간이 필요할거 같아.

체념한 듯한 내 말투에 승연이는 상황을 파악했는지 말투가 금방 비굴해졌다.


“아니.. 야.. 난 너랑 싸우자는게 아니라...”

“응 아는데, 너 내가 작년에 소정언니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지? 너 지금 똑같이 나한테 그렇게 행동하고 있어. 알어?”

“일단 수현아.. 흥분하지 말고.”

“암튼, 난 다음주부터 동네에서 혼자 공부할거니 그런 줄 알아.”


난 그렇게 일방적으로 엄포를 놓고 독서실로 들어가서 내 자리에 앉았다. 결국 이렇게 또 혼자 공부하게 되다니.. 내가 이상한건지 주변 사람들이 이상한건지 왜이렇게 환경이 날 도와주질 않는건지 세상이 원망스럽기만 했다.

머리가 복잡했다. 이 많은 짐들은 또 언제 다 동네독서실까지 나르며 언제도 또 마인드세팅 다해서 공부에 전념할지.

순간 다급하게 누군가 내 등을 두드렸다. 승희였다.


“잠깐 나와봐. 풀자고.”


난 그런 승희를 더 보고싶지 않아 커튼을 제쳤다. 승희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는지 태세전환하여 내 앞에서 손을 싹싹 빌며 사과했다.


“내가 진짜 미안해. 잠깐 나가서 얘기좀 하자. 응?”


결국 못이기는 척하며 독서실 근처 카페로 들어갔다.


“내가 공부하는 방식이랑 다른 사람이 공부하는 방식이랑 똑같다고 생각했던거, 내가 생각이 짧았어. 사과할게. 아까 너 무시해서 한 말 아니었어.”

“차라리 따로 공부하는게 낫지 않아? 우리 서로 공부 스타일이 다른거 같은데.”

“이제 밥먹는 시간 말고는 너보고 같이 뭐하자 안그럴게. ”


이렇게까지 굽히고 나오는 승희를 보니 나도 마음이 약해졌다.


‘그래. 솔직히 동네 독서실에서 혼자 공부하면 또 외로울수도 있고. 애가 이렇게까지 방해안한다고 하니 한번 믿어보자.’


하지만 승희는 나와 밥을 먹을때마다 자신과 시간을 보내주지 않는 것에 대한 서운한 티를 너무 냈다. 이미 남은 수험생활동안 같이하기로 한 마당에 나 또한 혼자 공부하기엔 겁나는 상황이고, 나는 왜이리 인복이 없는 건지 자괴감만 들었다.


속만 부글부글 끓이며 아침에 출첵스터디 장소에서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원경오빠가 독서실에서 나왔다.

“오, 오빠. 일찍 나와서 공부하고 계셨나봐요.”

“응, 다들 어제 무리해서 공부했다고 오늘 출석 못나오나봐. 벌금 매겨야지.”

“공부하랴 스터디 총무하랴 힘드시겠어요.”

“커피 마시러 갈래? 오빠가 사줄게.”

“오, 감사해요.”


원경 오빠와 인근 커피매장에서 커피 주문하고 바깥바람을 쐬고있었다. 아침공기는 제법 상쾌한데 정작 나는 시험이 닥쳐와도 인간관계며 공부며 다 풀리질 않아 마음이 무거웠다.

‘진짜 이번 시험 끝나고 그 강사아저씨 한번 더 찾아가봐야지, 하 근데 승희 얘는 진짜 어떡하지...’

혼자 사색에 빠지느라 원경오빠가 나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한참 후에야 눈치챘다.


“아, 오빠. 할말 있으세여?”

“아니.. 가만보니 수현이 눈이 참 예쁘다...”


이건 또 무슨 상황일까... 원경오빠가 평소에 좀 외로워하는 눈치는 있었다. 예림씨랑 학원강의나 저녁 먹으러 갈 때 같이 다니는 것 같아 둘이 썸이라도 있는 줄 알았는데, 그 사이 예림씨한테 거절이라도 당했는지 어째 요즘 예림씨와 다니는 풍경을 좀처럼 보질 못했다.


‘그래도 원경오빠랑 사귀면 되게 잘해줄거같은데.. 사람이 키도 크고 어깨도 넓고 나름 듬직한....’


수현은 잠시 계산 머리를 굴리다 고개를 내저었다.


‘아냐 아냐.. 지금 뭔 생각이야, 니 앞길이 구만린데.. 이번에 어떻게든 약대 들어갈 생각을 해야지..’

“하하, 그르게요. 전 뇌가 눈처럼 예쁘고 싶은데, 공부량을 뇌가 못받는다능..”

“아... 열심히 하는데 왜.”

“다음엔 제가 커피 사드릴게요. 들어가서 열공하세요!!”


계속 같이 있으면 분위기가 더 어색해질까봐 얼른 인사 마치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다 갑자기 계산 머리가 다른 쪽으로 팽그르르 돌기 시작했다.

‘잠깐만... 이 참에 승희랑 원경오빠를 엮어줘버릴까? 그럼 승희가 나 괴롭히지도 않을거고 원경오빠도 외로워하지 않을거고...근데 둘이 어떻게 만나게 하지?’

“오 수현아, 커피 사갖고 들어오는 길이야?”


희정언니가 이제 독서실로 들어왔는지 가방을 맨 체로 나에게 인사했다.


“아 언니, 공부 열심히 하고 계시죠?”

“공부가 너무 어렵네. 아 수현아, 나 다음주에 생일이거든. 출첵스터디원들한테 한턱 쏘고 싶은데, 다들 수험생이니까 술은 마시지 말고 저녁이나 먹고 공부하자.”

“네 언니, 혹시 저랑 같이 공부하는 친구 데려와도 괜찮을까요? ”

“응, 당연히 되지. 원경이가 안그래도 너랑 같이 다니는 친구 이름 물어보드라고.”

“아 그래요? 제 친구도 요새 외로워하던데. 이번에 둘이 만나면 좀 잘 됐으면 좋겠네요.”

“오정말? 원경이 좋겠네. 그럼 장소 잡고 문자로 알려줄게.”


생각보다 빨리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돌아가는 상황에 신이 났다. 

저녁시간이 되자 승희에게 넌지시 희정언니 생일파티에 좋은 남자도 있을 테니 같이 가자고 제의했다. 


“소개팅?”

“아.. 소개팅이라기 보단.. 내가 하고 있는 출첵스터디 총무오빠가 학벌도 sky고 키도 크고 괜찮거든. 이번에 친한 언니가 생파하는데 거기서 같이 저녁먹으면서 잘해보라고”

“그런 사람을 왜 날 소개해줘? 너 해.”

“난 누구 만날 생각이 없어가지고.”

“그래, 잘 됐으면 좋겠네. 좀 괴롭히게.”


말 참 얄미롭게 한다. 아무튼 이번 생일 때 둘이 엮어줘서 잘되면 더 이상 날 괴롭히진 않겠지. 맨날 날 향해 서운해하는 행동을 취하는게 신경쓰고 짜증이 났었다.

시간은 금방 지나 1주일이 흐르고 희정언니 생일이 되었다. 수험생 신분이라 돈은 없지만 공부에 필요한 노트 1세트를 포장지에 선물로 포장했다.

희정언니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원경이한테 은근슬쩍 승희 애기 했어.”

“좋아하죠?”

“응 좋아하드라. 저 근데 수현아...”

“네?”

“음.. 아니다. 일단 사람들 기다리고 있으니 저녁부터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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