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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배움이 짧아 빈말을 못 배웠어요 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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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도 Sep 20. 2021

제주에서는 서울을, 서울에서는 제주를...

배움이 짧아 빈말을 못 배웠어요 6 - 자신에게 없는 것을 찾는 이들

'서울 사우나&피트니스'

서울 어디에서나, 아니 전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사우나&피트니스 업체의 이름이지만 제법 거대한 이 간판을 제주도의 석양과 함께 볼 때는 꽤 낯설었다.

며칠 전 저녁 무렵, 차창 밖의 하늘이 유독 오렌지, 핑크, 퍼플 색상의 물감들을 고르게 섞어 풀어둔 것처럼 아름다웠다. 대부분의 일정을 마치고 제주공항 근처의 숙소로 가는 길이었고 신호 대기를 하며 본 사우나와 운동 시설이 함께 있는 건물 속 사람들은 그 석양을 보며 뛰고 있었다.

서울을 떠나 바다가 보고 싶고 여행을 즐기고 싶어서 제주도로 나름 긴 여행을 왔던 내게는 뭔가 이질적인 풍경이었다. 저기서 바다와 노을을 보며 뛰고 있는 이들 중에는 제주를 떠나 어딘가 바다도 숲도 보이지 않는 도심으로 가고 싶은 이들도 있을 터.

사람들이 이렇게 본인에게 없거나 내 주변에 없는 것을 찾고 더 좋게 여기는 경우는 흔하다. 연애 상대를 찾고 친구를 맺는 단계에서도 나와 다른 이, 내게 없는 성향을 가진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는 경우는 주변에서 꽤 쉽게 볼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인터뷰 아이템을 찾던 중 회사끼리도 서로에게 없는 것을 찾아 협업한 사례를 찾았다. 제주맥주와 메가박스. 메가박스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고 극장 산업의 위기를 느낄 때 대부분 역에서 가깝거나 위치가 좋고 넓은 공간을 확보한 극장의 지리적, 공간적 이점을 살리기로 했다.

제주맥주는 판매 채널을 늘리기 위해 영화관을 공력하는 상황에서 공간 활용을 고민하는 메가박스와 손을 잡았다. 20대 고객 위주로 운영되는 메가박스 신촌점을 제주맥주와 함께 플래그십 스토어로 바꿔 7월 초에 문을 열었다.

오픈 전에 이 소식을 들었을 때는 사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몇 차례 가봤던 메가박스 신촌점 한 켠에 제주맥주 팝업 스토어가 생기는 정도를 생각했을 뿐이다. 하지만, 업종이 다른 두 기업의 협업이 흥미로워 인터뷰를 추진했고 오픈 다음날에 그곳을 찾았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을 때부터 그곳은 제주였다. 팝업 스토어 정도를 생각한 스스로가 무안해질 정도로 모든 것이 그럴써했다. 캠핑 의자와 빈백, 제주도의 상징인 현무암으로 만든 돌담. 귤이 매달린 나무, 서핑보드, 바다의 이미지. 한 층 전체가 '여기는 제주도다'라는 느낌을 강하게 풍기고 있었다.

이 공간이 열리기까지 서로 다른 일을 하는 두 회사의 직원들이 '한 회사'의 직원들처럼 함께 움직였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실감났다. 캠핑 의자에 앉아 맥주, 팝콘과 더불어 진행된 인터뷰는 진심으로 즐거웠다. 일로 왔다는 느낌보다는 새롭게 열린 세계에 놀러온 기분이 들 정도로.

평일 낮, 빈백에 누워 책을 읽는 이들과 영화를 기다리며 캠핑 의자에 앉아 수다 떠는 사람들을 보며 이들의 협업이 효과적이라고 느꼈다. 영화가 끝나면 빨리 다음 코스로 이동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관에 머물며 수다를 떨고 쉬다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라고 느껴졌다.

신촌점의 성공에 따라 2, 3호점 오픈을 결정하고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다시 열릴 신촌 맥주축제와의 협업도 고민한다는 이들의 미래 계획이 제대로 이뤄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https://www.jobplanet.co.kr/contents/news-1842(인터뷰 기사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