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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도 Sep 23. 2021

[인터뷰] "제주도? 메가박스야! 치맥보다 영맥"

메가박스와 제주맥주가 손 잡으니 생긴 일…김채영 차장·신정민 팀장


"여기가 제주도 펍이야? 메가박스야?" 

구멍이 뽕뽕 뚫린 현무암을 쌓아올린 돌담. 누군가는 빈백에 앉아 제주위트에일을 들이키며 책을 읽고 있고, 또 다른 쪽에서는 제주펠롱에일 두어 병을 앞에 둔 이들이 캠핑 의자에 둘러 앉아 한창 수다에 빠져 있다. 이들 뒤로는 대롱대롱 귤이 매달린 나무와 서핑보드, 넓은 해변이 펼쳐졌다. 

영락없이 제주 해변 어딘가에서 봤을 펍의 모습이다. 한 가지 차이라면 비행기 대신 지하철을 타고 도착했다는 점 정도일까? 이곳은 서울 신촌의 메가박스다. 

메가박스와 제주맥주는 7월5일 메가박스 신촌점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사실 이제서야 고백하건대, 큰 기대는 없었다. 극장 한 켠에 제주맥주 팝업 스토어가 생기는 정도를 생각했다. 하지만 지난 6일 이곳에 들어서는 순간, 절로 감탄이 나왔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곳, 영화관이다. 그렇다고 코로나19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는 일. 메가박스는 코로나19에 맞서 극장의 '플랫폼화'를 기획했다. 영화관의 지리적 이점과 넒은 공간을 활용해, 단지 영화를 보러 오는 곳이 아닌 머물며 즐기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것. 지난 5월 말 코스닥 상장에 성공한 제주맥주는 코로나19로 혼술족이 크게 늘며 빠른 성장세를 기록했지만, 한편에서는 아직 탄탄하지 않은 판매 플랫폼이 약점으로 지목돼왔다. 

두 회사가 신촌에서 만났다. 메가박스는 공간을 제공하고 제주맥주는 머물며 즐길 것을 담당했다.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채워 '윈윈'을 이룰 수 있을지 그 첫번째 시험대로 메가박스 신촌점을 택한 것. 이곳에서의 성공 여부에 따라 메가박스와 제주맥주는 다른 지점에도 새로운 시도를 할 계획이다. 

메가박스와 제주맥주의 신박한 만남은 어떻게 탄생하게 된걸까? 플래그십 스토어를 탄생시킨 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메가박스 운영기획팀의 김채영 차장과 제주맥주 영업부의 신정민 팀장이 그 주인공이다. 





(왼쪽부터) 신정민 제주맥주 영업부 팀장, 김채영 메가박스 운영기획팀 차장. 제주거멍에일 생맥주와 팝콘이 인터뷰에 함께 했다.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신정민/ 제주맥주 영업부에서 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신정민입니다. 제주맥주가 공급되는 펍, 레스토랑, 슈퍼마켓 등의 영업 전반과 주류를 공급해주는 도매사들을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특히, 제주맥주 브랜드를 키우고 매니징하는 일에 주력하고 있죠. 

김채영/ 메가박스 운영기획팀 김채영 차장입니다. 저는 멀티플렉스의 식음료를 담당하는 FNB파트에 있어요. 올해 들어 극장을 플랫폼으로 키우고자 제주맥주와 함께하는 프로젝트 기획을 하고 있어요. 이외에도 신메뉴 기획과 구매 같은 운영 지원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 메가박스 신촌점에 제주맥주 플래그십 스토어가 열렸습니다. 영화관과 맥주회사가 어떻게 함께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김채영/ 시작은 메가박스의 공간 활용에 관한 이야기였어요. 그러다가 공간 활용에서 나아가 적극적으로 브랜딩 협업을 해보자는 말이 나왔고요. 영화 관람 전후에 자유롭게 먹고 즐기며 노는 콘셉트의 영화관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적절한 파트너를 찾아야겠다고 느낀 시점에 제주맥주에서 연락이 왔어요. (웃음) 정말 신기한 일이었죠.

이 연락 뒤에는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까지 상당히 빠르게 진행되었어요. 물론 "플래그십 스토어인데 왜 코엑스가 아니냐?"는 내부 질문도 있었죠. 관람객의 연령, 직업 등의 분포가 넓은 코엑스 점과 달리 신촌점은 20대 고객의 비중이 확연하게 높고 청소년 관람객의 비중은 다른 지점보다 낮아요. 수제맥주 수요를 만족시키면서 저희가 생각한 '자유롭게 노는' 영화관 콘셉트에 신촌점이 더 어울린다고 판단했어요. 

신정민/ 처음에 메가박스에 접촉할 때는 이 정도 규모의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은 생각하지 않았어요. 메가박스에서의 제주맥주 판매를 위한 접촉이었죠. 그 과정에서 메가박스의 실무부서가 이관되면서 메가박스 운영팀과 함께 하게 된 것이 일을 키웠죠. 그때 공간 활용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바로 느낌이 왔어요. (웃음)

영화관과 맥주 업계에서 모두 없었던 새로운 문화 창조를 우리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첫 미팅 때 바로 '진행'을 결정했어요. 기존에는 극장들이 단일 맥주 브랜드와 계약해서 그곳의 맥주만 팔았었어요. 그래서 새로운 업체는 기존 맥주를 대체하는 방식으로 영업을 했고요. 하지만, 요즘은 영화관들도 최근 트렌드에 따라 여러 브랜드를 파는 문화로 변한 점도 저희의 협업을 쉽게 만들었습니다. 

김채영/ 신촌점이 다른 지점에 비해 공간 활용도가 높은 편이에요.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더 공간을 잘 활용해서 플래그십 스토어가 만들어졌어요. 코로나19 종료 후에도 팬데믹 전과 같은 시장 상황으로 돌아가기는 어렵겠지만, 소비자들의 극장 수요가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메가박스 신촌점 플래그십 스토어는 3년 정도로 길게 보고 진행할 계획입니다. 반응에 따라 기간을 늘릴 수도 있도요.  




- 기업마다 회사의 크기와 성격에 따라 커뮤니케이션 문화가 상당히 다른데요. 두 기업이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기까지 어떤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거쳤나요? 

김채영/ 두 회사의 차장급 미팅 이후 일에 속도가 붙었어요. 양 측 대표들이 힘을 실어준 부분도 있었고요. 대표들이 협업에 대해 세세하게 방향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협업 자체가 실무진들 사이에서만 논의될 수준은 아니었거든요.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일이 커질 정도로 모든 것을 열고 소통했어요.

신정민/ 두 회사가 마치 한 회사의 직원 같이 매일 통화하고 자주 만나면서 일을 진행했어요. 그 과정에서 플래그십 스토어의 콘셉트도 자연스럽게 논의를 통해 확실하게 세워졌습니다. 처음에는 제주도의 색을 스토어에 녹이는 방향을 생각하다가, 제주도 콘셉트의 펍이 서울에 많아지면서 차별점이 없겠다는 생각에 제주맥주 컬러를 살리는 방식으로 협업을 강조했죠. 공간을 꾸밀 때에도  제주맥주 양조장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배럴통과 거의 같게 제작한 소품을 설치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어요. 서핑보드와 캠핑 테마도 제주맥주가 그간 이벤트를 하면서 반응이 좋았던 것들을 활용해서 배치했고요. 

김채영/ 영화 시장에서 개봉을 앞둔 영화의 티저 영상 반응은 흥행 성적과 거의 직결된다고 할 정도로 중요해요. 티저 영상과 관련 굿즈들이 또 관객들을 움직이죠. 영화가 오리지널 티켓부터 각종 소품을 모으는 고객이 많은 시장이다보니 이들을 자극할 수 있는 현장 이벤트도 소통 과정에서 같이 고민했어요. 제주맥주가 온라인을 통해 하고 있는 캠핑 이벤트 접수를 메가박스 신촌점의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하고 현장에서도 배너로 홍보해요. 조금 뻔할 수도 있지만 감성을 자극하는 폴라로이드 사진 촬영 이벤트 같은 행사도 고민하고 있어요. 





메가박스 x 제주맥주 플래그십 스토어의 모습/사진=오승혁 기자 






메가박스 x 제주맥주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판매 중인 제주맥주 생맥주/사진=오승혁 기자 





-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메가박스는 3월에 극장 내 BBQ 딜리버리를 론칭하고, 코엑스점에 실내 스포츠 대회를 위한 공간 '몬스터짐 아레나'를 7월 초에 여는 등 극장 자체의 매력을 키우기 위해 애쓰고 있는데요. 제주맥주와 함께 연 플래그십 스토어가 앞으로 어떻게 확장될까요? 

김채영/ 지금은 이 플래그십 스토어를 성공사례로 남기는 것이 가장 큰 목표에요. 영화를 보며 팝콘과 콜라를 먹던 것이 당연했던 때와 달리 팬데믹 이후 상영관 안에서의 취식이 어려운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에요. 그래서 로비 공간을 누구나 와서 맥주와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꾸미는 것에 집중했죠. 이 공간이 성공사례로 남는다면 2, 3호점에 대한 계획도 장기적으로 당연히 실현될 거고요.

또 서대문구에서 메가박스 신촌점이 있는 신촌역 민자역사 건물 앞에 광장을 만들고 있는 점을 잘 활용하려고 해요. 코로나19 전까지 2016년부터 신촌에서 맥주 축제가 열렸기 때문에 코로나 종식 후에는 광장과 페스티벌에 적극적으로 협업하는 방식으로 플래그십 스토어의 활동 영역을 넓힐 계획입니다. 




- 수제맥주 업계는 메가박스와는 달리 코로나19로 혼술, 혼맥 문화가 확장되면서 더 성장했는데요. 이런 성장세 속에서 제주맥주가 진행한 '제주맥주 한 달 살기' '나만의 캠핑카'와 같은 홍보가 흥미로웠습니다. 다른 기업과 함께 준비 중인 이벤트가 있을까요? 

신정민/ 메가박스와 협업한 플래그십 스토어 같이 큰 스케일로 준비하고 있는 곳은 없어요. 현대카드와 콜라보해서 나온 '아워에일'과 같이 협업으로 만들어진 자체제작(PB) 상품의 출시는 이어질 수 있지만요. 지금은 메가박스 플래그십 스토어에 가장 힘을 쏟고 있어요. 사실 플래그십 스토어 문을 열기 전까지 '아무도 안 오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오픈한 날 낮부터 많은 대학생이 오는 것을 보고 플래그십 스토어의 가능성을 더 믿게 되었습니다. 기존에 하던 '나만의 캠핑카' 이벤트를 메가박스 신촌점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하는 것 외에도 고객 반응에 따라 인스타그램 이벤트를 키울 예정입니다. 





맥주와 캠핑 의자, 서핑 보드 덕에 인터뷰는 제주도 여행처럼 즐거운 분위기에서 이어졌다. 





- ‘기획’ ‘영업’ 직군의 취업을 희망하는 취준생이나 관련 분야의 이직을 준비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두 분은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신정민/ 대학 때 연극영화 전공을 했는데, 사회생활은 약품 영업으로 시작했어요. 대학 때는 영업의 영자도 몰랐고, 미래에 회사를 다닐 것이라는 생각 자체를 못했었죠. 그러다 뭔가 해야겠다 싶은 나이가 왔을 때 상대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직업이 영업이었어요. 생각보다 일이 잘 맞았고 성과도 좋았어요. 그러다 마침 제약 업계 일이 지루해질 무렵 헤드헌팅을 통해 외국계 맥주회사로 이직하면서 주류 업계 영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김채영/ 현장 운영으로 메가박스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현장에서 오래 일하면서 매니저에서 점장으로 승진했죠. 점장으로 지점에서 일을 하던 중에 '더 부티크' 기획 업무에 합류하면서 기획 커리어를 시작했어요. 더 부티크는 극장 내 개인공간이 넓고 상영관 내 음식주문과 와인 콜키지 등이 가능한 메가박스의 고급 상영관 브랜드에요. 기획은 극장 운영에 대해 모르면 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아요. 그래서 메가박스에서는 현장 경험이 풍부한 직원들이 운영기획으로 가는 경우가 더러 있죠. 




- 끝으로 두 분의 인생영화와 인생 술이 궁금합니다. 

김채영/ '어벤져스: 엔드 게임'이 제 인생 영화에요. 아이언맨부터 시작해서 길게 이어진 서사를 그렇게 잘 마무리할 수 있는 영화는 다시 없을 것 같아요.

신정민/ 제주맥주의 제주위트에일이 제 인생 술이에요. 사실 맥주 회사를 오래 다니며 그 많은 맥주를 마셔봤지만, 매력을 못 느꼈었어요. 퇴근하고 집에 가서 홀로 막걸리를 마셨죠. 그런데 2018년 제주맥주에 입사하고 마신 '제주위트에일'의 첫 맛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요. 먹자 마자 대박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딱 하나 더 꼽자면 호남 지역 막걸리인 '딱한잔'이 제 인생 술입니다. 





필름으로 찍은 요즘 회사. 메가박스 신촌점 플래그십 스토어 모습/사진=오승혁 기자 


오승혁 기자 

sh.oh@company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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