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타로카드 중독자의 이야기

by 문장에 털 끼었다

나는 타로점에 중독되었다.

틈만 나면 타로점을 보곤 하는 것이다.

내가 주로 보는 건 유튜브의 무료타로.

수많은 타로를 보다 보니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건 바로…….




나는 왜 타로카드에 중독되었나?


마음이 불안할수록 미신에 의지한다고 한다. 혹자는 점집이나 타로카드를 많이 보러 다니는 사람을 배우자감으로 싫어한다고 한다. 그 이유는, 마음이 불안정하고 줏대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찌 보면 일리 있는 말이다. 나는 이제껏 한 번도 안정적인 마음을 가져본 적이 없으니까.

나는 늘 불안하다. 글을 쓰면서도 이 글이 제대로 쓰이는 건가 불안하고, 소설을 투고하고 나서도 투고에 붙을지 불안하고, 플랫폼 심사에 들어가면 통과가 될지 불안하고, 소설이 출간되면 매출 때문에 불안하다. 함부로 도전한 공모전에 당선이 될지 불안하고, 만약 떨어지면 그 소설을 버려야 할지 불안하다. 내 인생은 온통 ‘불안’으로 이루어져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난 불안하기 때문에 타로점을 본다. 심지어 유튜브 타로는 공짜라서 수십 개의 타로 영상을 본다 해도 부담이 없다.



나의 첫 타로 집착은 외국인 타로 채널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짝사랑했던 어떤 남자와 헤어지고 난 이후, 나는 이상하게도 외국인 타로 채널에 집착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타로가 성행하는 만큼 외국에서도 타로가 인기다. 여러 개의 카드 중 하나의 카드를 뽑는 ‘픽 어 카드’나 ‘별자리 타로’와 같은 것들에 매료된 것이다.


유튜브의 외국인 타로 술사들은 정말로 다양했다. 그중 기억나는 사람은 갓난아이 엄마인데 칭얼거리는 갓난아이를 계속 어르고 달래며 조악한 카드로 점을 봐주었다. 아무래도 엉성한 카드의 그림이 본인이 만든 것 같았다. 그녀는 아이가 우는 시끄러운 상황 속에서 차분한 목소리로 계속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 영상을 보면서 나는 묘한 느낌을 받았다. 점괘의 정확성보다도 그녀의 생활이 더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의 분유 값을 벌기 위해서 유튜브의 타로 채널을 연 건 아닐까? 후원금을 받을 수 있다면 더 좋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또 다른 타로술사는 마치 영화에 등장하는 마녀의 복장으로 나타나곤 했다. 커다란 앵무새를 키우는 그녀는 여러 카드 중 앵무새가 카드를 고르게 했다. 그리고 몇 번의 실패 끝에 간신히 앵무새가 카드를 쪼으면 그 카드로 점을 보았다. 마치 연기하듯, 열 손가락의 긴 손톱을 움직이며 미래를 예측하는 그녀를 보고 있자면, 마치 모든 일이 그녀의 말대로 이루어질 것 같은 착각이 들곤 했다.


이렇듯 외국 유튜버의 타로술사들은 다들 저마다의 개성이 강했다. 어떤 사람은 온몸에 문신이 있었고, 어떤 사람은 팔찌를 스무 개 넘게 주렁주렁 달고 있었으며, 동물을 이용해서 카드를 뽑기도 하는 등 개성을 뽐냈다.

외국인 타로부터 보기 시작한 나는 그 이후엔 한국 타로술사들에게 점을 보았다. 대개 ‘픽 어 카드’나 ‘별자리 타로’. 하루 타로, 일주일 타로, 한 달의 점괘를 알려주는 타로들.


그런데, 해외 타로와 한국의 타로에는 눈에 띄게 다른 점이 있었다. 그건 바로 한국인 타로술사들은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길 꺼려한다는 점이다. 왜일까? 내향적인 성격 때문일까, 아니면 외모에 자신이 없기 때문일까? 만약 타로술사를 직업으로 삼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얼굴을 드러내고, 상호명도 큼직하게 드러내는 편이 마케팅에 도움 되지 않을까? 물론, 몇몇 타로술사들은 얼굴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타로카드와 손만 영상에 올린다. 사실 타로점을 보는데 굳이 타로술사의 얼굴을 봐야 하는 건 아니다. 그저 뽑힌 카드와 함께 해설만 들으면 되니까. 그럼에도 외국과 한국의 유튜브 타로가 확연히 달라 보이는 건 정말 흥미로운 일이었다.


사실, 난 무조건 긍정적인 타로를 좋아하지 않는다.



처음 타로를 보았을 땐, 아무것도 몰랐다. 그저 타로술사가 앞으로 ‘잘될 일만 남았다’고 긍정의 기운을 북돋아주면 마냥 좋아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무조건적인 긍정 타로’에 불신이 생겼다. 왜냐하면 분명 앞으로 잘 된다고 했는데, 상황이 안 좋아지면 두 배로 기분이 다운되기 때문이었다.


“분명 잘된다고 했잖아? 근데 왜?”


나는 곧바로 ‘긍정 확언’을 심어준 타로술사의 채널 구독을 취소하고, 보다 더 실력 있는 타로술사를 찾아 유튜브 채널을 떠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내게 맞는 타로술사를 찾게 되었다. 그 타로 술사는 주로 별자리 타로를 많이 보는 사람인데, 좋은 말만 해주지 않았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지난주에는 과소비로 인해 돈을 흥청망청 썼어요. 하지만 이번 주에는 금전운이 없으니, 최대한 돈을 아껴 써야 합니다. 이번 주에 연애운은 없어요. 그러니 연애보다는 자신의 일에 더 집중해야 합니다. 호흡기 건강이 안 좋아질 수 있으니, 꼭 마스크를 쓰고 다니도록 하세요.”


이렇듯 자세하고 현실적인 조언이라니. 이런 타로야말로 현실적인 타입의 MBTI를 가진 내게 딱 맞는 타로가 아닌가.

나는 이러한 타로 채널만 구독하고 나머지 타로 채널은 전부 삭제했다. 내 인생에 긍정적인 말만 해주는 타로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러한 타로는 나중에 일이 잘 안 풀렸을 때 좌절감만 안겨주게 되니까. 오히려 현실적인 조언으로 내가 어려움이 대비할 수 있게 해주는 타로가 진국이었다.



지금까지는 불행했지만, 앞으로는 행복해질 것이다~



미신을 좋아하는 나는 무당, 역술가를 찾아가 여러 번 점도 보았었다. 그리고 번화가에 놀러 가면 심심풀이로 타로카페에 가서 타로점도 보았었다.

무수히 많은 점을 보면서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대개의 점쟁이들은 과거는 잘 알지만, 미래는 잘 못 맞춘다는 것.

그리고 그들이 하는 말은 늘 같았다.


“지금까지 너무 고생했네요. 하는 일마다 잘 안 되고, 마음고생 심하게 했죠. 하지만 내년(혹은 내후년)부터는 괜찮을 거예요. 부동산운, 금전운, 결혼운이 들어와요.”


이런 식으로, ‘지금까지는 안 좋았지만, 앞으로는 좋을 것이다’라는 말을 끊임없이 변주하는 것이다. 얼핏 들으면 내용이 모두 다른 것 같아도, 결국 핵심은 같다.


혹시 나처럼 타로에 중독된 누군가가 있다면? 한 가지 알려주고 싶다.


아무리 타로술사가 앞으로 잘 될 거라고 해도 크게 기대하지 말고, 그냥 하루하루를 잘 살라고. 인생에는 그렇게까지 큰 기회가 오지도 않을뿐더러, 마음먹은 대로 잘 안 되는 게 세상의 이치라고. 점은 점일 뿐, 맹신하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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