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대박을 내고 싶다!”
이건 모든 작가들의 소망이다.
어느 누가 뜨고 싶지 않겠는가.
그러나 명심해야 할 건,
대박을 내는 작가는 전체 작가의 1%도 채 못 된다는 사실이다.
요즘 유튜브에서 유독 많이 본 동영상이 있다.
그건 바로 무명 배우의 하소연이 담긴 영상이다.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영상을 소개하려고 한다.
무명 배우로 10년 이상을 살아온 어느 여성. 외모도 뛰어나고, 몸도 로맨스 여주처럼 가냘프고 선이 곱다.
하지만 이러한 완벽한 외모에도 그녀는 소극장 단역 내지는 무명의 광고 모델밖에 하지 못했다고 한다.
한때는 그럭저럭 잘 나갈 때도 있었지만, 서른 언저리인 지금은 아무도 불러주지 않는다고.
그래서 현재는 배우로서의 꿈을 접고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고 한다.
이 여성은 유튜브로서도 수익을 내려고 했는지, 꽤 오래전부터 유튜브 활동을 해오기도 했다. 하지만 배우로서 안 풀린 것과 마찬가지로, 유튜버로서도 잘 안 풀렸나 보다. 구독자 수가 1만을 넘지 않는 걸 보니.
나는 그녀의 영상을 보면서 가슴 한편이 안 좋았다. 십수 년 동안 배우의 꿈을 꾸면서 그동안 얼마나 좌절하고 울었을지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래 지켜왔던 꿈을 접는 일은 예술가 세계에서는 너무도 흔하고, 그녀 또한 수많은 예술가 지망생 중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에 더 가슴이 먹먹했다.
배우 지망생도 먹고살기 힘들지만, 웹소설가라고 다를 게 있을까? 웹소설계 역시 출판사에서 인정받고 독자 팬덤을 가진 작가는 상위 1%밖에 되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1%도 되지 않는다. 그러니 나머지 99%의 작가는 위에서 언급한 십수 년의 경력이 쌓이도록 제대로 스포트라이트 한 번 받아본 적 없는 무명 배우와 비슷한 삶을 산다고 보면 된다.
나도 지난 13년 동안, 단 한 번도 빛을 본 적 없는 소설가였다. 심지어 이 브런치북의 제목 역시 ‘망한 웹소설가의 생존법’이지 않은가. 나라고 네임드를 꿈꾸지 않았겠는가. 나 역시 처음 웹소설에 입문할 때는 ‘3년 안에, 늦어도 5년 안에 뜨자’라는 목표를 잡고 이 세계에 진입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웹소설계는 쏟아지는 작가들과, 망해가는 출판사들로 힘들어졌다. 심지어 네이버와 카카오페이지도 왕년에 잘나갔던 시절에서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 해에도 수차례 신인 작가가 생성되고, 기성 작가가 소멸하기를 반복한다.
현재 웹소설 시장이 썩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펜대를 꺾지 않는 분명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작가들이 희열을 느끼는 순간은 저마다 다르다고 한다. 어떤 작가는 인세가 입금될 때, 또 다른 작가는 소설 한 종을 완결할 때 희열을 느낀다고 한다.
나 같은 경우는 글을 쓰는 그 순간에만 쾌감을 느낀다. 스토리가 안 나올 때는 변비가 걸린 듯 답답하지만, 엉킨 실타래가 풀리듯 스토리가 점차 풀려나가면 얼른 쓰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일전에 나는 스스로를 ‘무당’이라고 부른 적이 있었다. 그건, 무당이 어쩔 수 없는 신의 제자로 살아야 하는 숙명인 것과 마찬가지로, 나 또한 평생을 글에 매여서 살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하루의 기분이 글이 잘 써질 때와, 안 써질 때로 나뉘어 좌지우지되니까 말이다.
난 글을 쓸 때야 비로소 살아있음을 느낀다. 글을 풀어내면서 머릿속이 깨끗이 청소된 듯 맑아지고, 집필이 끝난 뒤에는 숙면을 취하고 난 듯 개운하다. 그러므로 나는 글 쓰는 걸 멈출 수가 없다.
만약, 내가 글수익에 연연해하는 작가였다면 어땠을까? 아마 나는 지난 13년간 계속 불행했을 것이다. 아니, 13년 동안 글을 쓰지도 않았을 거다. 기껏해야 일이 년 써보고 최저시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인세를 보고 낙담해서 더는 이쪽 업계에 눈도 돌리지 않을 테니까.
이쯤에서 대박을 못 내서 실망하는 후배 작가가 있다면 묻고 싶은 말이 있다.
만약 나처럼 글 쓰는 순간에 희열을 느끼는 작가라면, 당신이 한 달에 백만 원을 벌든, 천만 원을 벌든 나름 행복할 것이다.
하지만 글을 써서 반드시 일정 수익을 내야 비로소 만족하는 작가라면, 작가보다 돈 잘 버는 직업은 얼마든지 있으니 다른 길을 가라고 말해주고 싶다. 만약, 정말로 재능이 있어서 적어도 3년 안에 피나는 노력으로 네임드 작가가 될 수 있다면, 최대한 소설을 많이 보고 전문직 공부하듯 그렇게 파고들라고 하고 싶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단 1%만 네임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성공하지 않으면 망한 거야.’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불행할 확률이 99%일 것이다.
성공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성공하기까지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리고 고통스럽다면, 성공을 한다 해도 그리 행복하지 않을 것만 같다. 왜냐하면 그 어려운 성공을 하기까지에 너무 많은 시간을 버리고, 고통스러운 순간들을 겪어왔기 때문이다.
사람이 행복해지기 위해선 단순히 행복한 사건만 겪어야만 하는 건 아니다. 불행한 사건을 최소한으로 하는 것도 행복해지기 위한 조건이다. 마찬가지로, 성공한 작가가 되기 위해선 작품을 바로 성공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패를 최소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실패가 반복되면 의지력이 꺾이고 그렇게 되면 슬럼프가 오래갈 수 있다.
그렇다면 성공한 작가가 되기 위한 ‘지름길’이란 뭘까? 그건 바로 다독, 다작, 다상량이다. 즉,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상상하라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초보 작가에게는 다독을 많이 권장한다. 물론, 다독을 할 때는 최근에 뜬 작품 위주로 분석하면서 책을 읽어야 한다. 그렇게 수십 권, 수백 권을 보면 저절로 체화가 되고 어떤 식으로 글을 써야 할지 자연히 알게 될 테니까.
그런 다음에 많이 상상하고 써 보는 것이다. 성적이 저조했던 소설가가 히트 친 소설을 많이 읽은 후에야 비로소 히트작을 내놓았다는 썰은 요즘에도 종종 듣곤 한다.
그러나 위에 언급했듯이 충분히 다독, 다작, 다상량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번번이 망하는 작가가 있기 마련이다.
사실 대부분의 작가가 망한다. 망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소설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을 거고, 출판사를 잘못 만나서 제대로 마케팅이 안 돼서 망하는 수도 있다.
글이 좋아도 외부적인 요인으로 얼마든지 망할 수 있으므로, 만약 망하더라도 너무 머리를 쥐어뜯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별 볼 일 없는 작가야.”
“아! 난 재능이 없나 봐.”
이렇게 생각하기보다는,
“이번엔 망했지만, 다음번엔 더 잘 쓰자. 어차피 내 머릿속엔 아이디어가 넘쳐나니까.”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넘어졌던 엉덩이를 툭툭 털고 일어나 보는 거다.
어차피, 망한 작가는 리스크가 적다. 내게 엄청난 기대를 거는 독자도, 출판사도, 플랫폼도 없으니 편한 마음으로 다시 한번 도전해 보면 되지 않을까? 더군다나 작가에게는 ‘필명’을 바꿀 수 있는 찬스가 있다. 번번이 망했다면, 새로운 필명으로 심기일전해서 다시 도전하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