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가로서 망했다.
왜냐하면 십수 년 동안 아직 대표작이라고 할만한 작품을 못 내놓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직 망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드라마 작가가 되기란 ‘소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도 더 어려웠다. 대상, 우수상, 최우수상을 합치면 대여섯 명의 드라마 작가를 뽑는 게 고작이었는데 매해 공모전마다 2천 부 넘는 원고가 쌓이곤 하니 말이다. 지금은 그래도 방송사가 많아지고, 보다 드라마 작가로 진출할 기회가 늘어났지만, 당시에 드라마 작가가 되는 건 정말로 힘들었다. 심지어 작가아카데미에서 2년 가까이 수강해서 전문반 코스에 들었다고 해도 떨어지는 경우가 허다했으니까.
나는 드라마 작가가 되고 싶은 주제에, 열심히 노력도 안 한 채 허송세월을 오랜 기간 보냈었다. 만약 그때 열심히 노력했었더라면, 죽을힘을 다해 드라마를 분석하고 습작했더라면 조금은 더 드라마 작가 문턱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었을까? 잘 모르겠다. 아무튼 난, 중간에 드라마 작가가 되기를 포기하고 그저 평범한 회사원으로서 꿈이 없는 상태로 꽤 오랜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책이 쓰고 싶어졌다. 그 계기는 참으로 단순했다. 회사를 잘 다니던 나는 어느 날 갑작스러운 사고로 두 달간 병가를 내게 되었는데, 집에서 심심하게 놀고 있던 와중에 우연히 인터넷소설 동호회를 발견한 것이 계기가 됐다. 남이 쓴 글을 몇 편 보다 보니 재밌기도 하고, 나도 한번 써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장난 삼아 글을 조각조각 나누어 글을 올리게 된 것이 작가로 전향하는데 시발점이 된 것도 같다.
어느 날, 동호회 회원이 자기가 전자책을 출간하게 되었다며 책 표지를 게시글에 걸어놓았는데, 그때부터 욕심이 생겼다.
‘나도 한번 내볼까?’
그때부터 나는 전자책을 목표로 열심히 글을 썼었다. 당시에 난 참으로 열심히 헬스를 다녔는데, 헬스를 다녀오자마자 과자를 여러 봉지 사 와서 과자를 먹으며 소설을 쓰는 게 유일한 낙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나는 병가 기간에 열심히 글을 썼고, 병가를 마친 후 곧바로 회사를 퇴사하고 그 뒤로 줄곧 웹소설 작가로만 활동해 왔던 것 같다.
명절날, 친척들에게 내 직업을 소개할 때 친척들의 반응은 떨떠름했다.
“소설을 쓴다고? 서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책이야?”
“아! 전자책 작가라고? 그게 직업이 되나?”
다들 걱정이 가득한, 한심한 눈으로 날 바라보았던 것 같다. 이해는 한다. 나 역시도 처음 작가가 되었을 때, 책만 써서 과연 먹고살 수 있을까 걱정되긴 마찬가지였으니까.
하지만 십수 년이 지난 지금도 난 여전히 작가로 활동하고 있고, 그동안 딱히 아르바이트 한 번 하지 않고 벌어먹고 살고 있으니 결과적으로 문제 될 건 하나도 없었다.
얼마 전, 친척들을 다시 만났을 때 친척들은 다들 놀라워했다.
“아직도 전자책 작가를 한다고? 대단하네.”
“작가 된 지 오래되지 않았어? 원로 작가네.”
다들 내가 작가 된 지 몇 년 안 되어 포기할 줄 알았는데, 십수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작가를 생업으로 이어나가고 있다고 하니 놀랍고 신기한가 보았다.
나는 딱히 작가로서의 은퇴 시기를 정해 놓지 않았다. 어떤 작가는 돈만 많이 벌면, 로또 복권에 당첨되면 당장 작가를 때려치우고 불로소득으로 살고 싶다고 하지만, 나는 죽을 때까지 쭉 작가로서 활동하고 싶다. 전에도 말했다시피 나는 글을 쓰는 것 외에는 딱히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글 쓰는 게 유일한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아마 이러한 점 때문에 내 책이 번번이 망해도 계속해서 글을 쓰는 게 아닐까?
고로, 난 ‘망했지만 아직 망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남들이 보기엔 못 나가는 작가, 즉 ‘망한 작가’ 인지는 몰라도, 난 앞으로도 계속해서 글을 쓸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