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나토노트에 대한 나의 생각

착하게만 바르게만, 그렇게 도덕적으로'만' 산다는 것에 대한 나의 생각

by 하비

한창 베르나르베르베르의 책들이 인기가 많을 때 개미를 사러 갔다가 다른 책을 구입했다.

고등학교 내내 <SKT>, <묵향> 등 판타지 소설에 빠져 있어 마침 하늘나라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한 타나토노트 줄거리에 시선을 빼앗겼고 금새 읽고 한 번 더 읽으면서 그 시절 공상으로 가득찼던 내 머릿속에 또 하나의 뜬구름 같은 상상들이 나를 떠나지 않았다.


타나토노트는 영계 탐사의 개척자인 미카엘 팽송의 시선으로 또 경찰의 관점으로 신과 영계(천국)를 찾아나서는 과정을 그린 소설인데 몇 개월 전부터 문득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 시점은 아마 매일 뉴스를 통해 사건, 사고 소식을 접했을 때부터 같다.


어떤 좋지 않은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인터넷 뉴스 댓글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볼 수 있다.

사건의 본질에 중점을 둔 의견부터 무조건 죽어라하는 의견까지.

나는 오히려 머리로는 후자에 가까운데 심장에서 애매하고 이상한 감정을 느낀다.



-타나토노트 스포-


개척자들은 영계 탐사를 통해 궁극적인 목적을 이뤘지만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는 세상일에 자책감과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천국에서 천사들을 만나 그들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보며 들은 내용을 신비에 붙이지 않고 전세계에 떠벌린 개척자들에 의해 전세계인들은 환생 점수, 배점 정보까지 알게 된다. 카르마에서 벗어나기 위해 또는 다음생에 더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기 위해 자연스럽게도 의도적으로 유토피아를 맞게 된다. 거지가 내 집에 마음대로 들어와(도둑이 없어졌기 때문에 문을 잠글 필요가 없다) 냉장고를 뒤지고 안방을 차지해도 선행 점수를 따기 위해 쫓아내지 않고 오히려 좋아한다. 종교가 생겨난 이후 최초로 종교가 화합하고 선밖에 남지 않은 세상에 현재 나의 점수를 알기 위해 검은 돈이 투입되면서 있는 자들은 점수를 조절하며 악행을 저지르기도 한다.


이 이상하고 부조리 가득한 세상에 미카엘 팽송의 영계탐사 동료이자 개척자 중 한명인 스테파니아는 다시 선과 악이 공존했던 세상으로 되돌려 놓으려 악의 무리를 만들어 그 무리의 우두머리가 된다.



다시 내 생각으로 돌아온다.

내 생각을 정리할 수 있을까? 정리가 된다면 이 말 밖엔 없다.

선과 악의 공존 필요.


필요. 그래 공존에서 끝나는 게 아닌 명백히 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살인, 성범죄, 강도, 사기 등의 범죄는 생각만해도 메스끄럽고 싫지만, 타나토노트에서는 모든 악을 되살리려 노력한다. 책의 모든 내용에 공감해놓고 어떤건 괜찮다, 싫다 하는 나도 모순덩어리다.


한동안 책에 전혀 손이 안갔지만 문득 문득 타나토노트가 떠오른 이유는 뭘까.

내가 개척자 중 한 사람이라면 난 어떻게 살았을까?

유토피아인 세상을 환영했을까?


물론 책의 완전한 결말은 적지 않았다.

하지만 결말이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에 동의하니 난 아마 스테파니아의 악의 무리의 경범죄자 정도는 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경범죄라는 말을 쓰니 고해성사하듯이 갑자기 뭘 말하고 싶어졌다.



초등학교 2학년때 문구점 물건을 훔쳤다. 그리고 친구에게 누명을 씌웠다.

어린 난 완전히 상습범이었다. 서울문구점이라는 작은 문구점과 이름이 기억나지 않은 큰 문구점. 어느 곳이 시작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내 범행이 탄로나고 두 곳의 문구점에 부모님이 혼내며 주신 봉투를 드리러 갔던 기억이 난다.

훔칠 때의 감정도 생각이 난다.

안그래도 쪼그만 몸집이라 매대 밑에 숨으면 아예 안 보일것이라 생각했는지 처음엔 나 혼자 구슬이며 학종이를 몰래 가방에 넣고 주머니에 넣었다. 몇 번 훔친 것 같은데 혼자 하긴 왠지 믿는 구석이 없는 것 같아 친구 한 명을 꼬드겼다. 그렇게 기억한다.

미정(가명)은 성격이 시원하고 착했다. 그런 친구를 내가 꼬드겼고 결국 우린 같이 매대 밑에 앉아 쉽게 훔칠 것들을 고르고 어린 얼굴에 철갑을 두르며 문구점을 나왔다.

언제 들켰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고 바들도둑이 소도둑된다는 말처럼 이제 훔친 물건을 내 가방과 신발주머니와 주머니에 넣는 것에 그치지 않고, 문구점 안의 신발주머니를 훔쳐 그 안에 넣기 시작했다.

두 곳의 문구점 사장님들은 내가 그런다는 것을 진작 알고 계셨지만 인사 잘하는 어린 학생이 잠시 호기심에 저지르는 일이라고 넘기셨고 그것을 알턱이 없는 난 구슬과 학종이에서 책가방까지 넘봤던 것이다.

그날 난 혼자였다. 혼자 책가방에 담고 나서려는데 상냥하신 사장님은 날 불러세우셨다. 그렇게 사장님에게 혼이 난 후 교실에 갔다. 친구들은 얌전히 자리에 앉아있었고 담임선생님의 표정이 무섭게 변해있었다.

착-무섭게 가라앉은 교실에서 내 이름이 불렸다.


"최하비 나와."

선생님이 무서웠던 난 교활한 생각을 했다.


'미정이가 하자고 했다고 하자.'

난 그날 지금껏 훔친 행위보다 더 나쁜 짓을 해버렸고 결국 불려나온 미정이는 울음을 터뜨렸다.


아니예요. 하비가 하자고 했어요. 으아앙. 하비가 하자고 했어요.

네가 하자고 했잖아. 으앙. 선생님. 미정이가 하자고 했어요.


사실 미정의 옆에서 내가 같이 울었는지는 기억이 안난다. 울었어도 악질, 안울었어도 악질이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갔는데 한낮에 집에 계신 아빠가 앉아. 라고 하셨고 바로 뺨을 때리셨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과한 사랑만 받던 내게 뺨을 때리신 건 어린 나로서도 굉장히 충격적인 일이었다. 아무리 잘못을 했다고 해도 때리실 줄은 몰랐다. 정말 세게 한 대 때리셨고 처음 보는 무서운 얼굴을 하고 계셨다.

저녁엔 집으로 돌아온 엄마가 뺨을 때리셨다. 엄마도 가장 무서운 얼굴을 하고 계셨고 그렇게 두 분에게 맞고나자 그전에는 들지 않았던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진짜 큰 잘못을 했구나.


부모님에게 맞지 않았다면 난 이후로도 들키지 않게 손을 댔을지도 모른다. 훔칠 때의 그 스릴과 무사히 문구점을 나오는 짜릿함. 어린 나에게도 약간 중독이 되버린 일들이 거짓말처럼 없어졌다. 다시 그럴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진심으로 잘못한 것이라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두 문구점에 직접 찾아가셨던 것 같다. 그리고 그날 밤 내겐 봉투를 주셔 다음 날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라는 말과 함께 봉투를 드리라고 했다.

사장님들은 다른 비용은 받지 않으시고 내가 훔친 것들을 내게서 들으시곤 가격을 환산해 부모님에게 말하셨다. 어려서였는지, 원래 철면피였는지 시간이 조금 지나자 난 다시 두 문구점을 졸업 때까지 잘 이용했다.


하나, 계속해서 마음에 걸리는 건 미정이였다.

무의식적으로 이 기억은 잊고 싶었던 걸까? 그날 이후 미정이에게 정식으로 사과를 했는지, 아니면 미정와 다퉜는지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드문드문 생각나는 건 이후로도 미정과 떠들며 놀았는데, 그전처럼 붙어다니진 않은 것도 같은 정도.

5학년이 되고 나서 갑자기 누군가 내게 말했다.

"하비, 너 예전에 뭐 훔친 적 있지? 근데 미정이가 하자고 했다며?"

"응...(이렇게 대답한 것 같다)

"미정이가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알아?"

그 순간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그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하는데. 미정이와 이야기를 했어야 했는데.

당시 미정이와 난 여전히 이야기를 했고 떠들었다. 5학년이던 난 그때도 같은 생각을 한 것 같다.

'사과를 했었나.. 우리가 그날 이후 무슨 말을 했지..?'


미정이와 난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미정이도 부모님에게 많이 혼났겠지?

어린 시절 친구에게 상처 받아 얼마나 억울하고 화가 났을까.

그 일이 트라우마가 됐을까?


그 날은 난데없이 문득 생각난다.

도둑질할 때의 그 장면보다 '미정이가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알아?' 이 말이 가슴에 박혔다.

미정이와는 중학교 입학 후 소식이 완전히 끊겼고 오늘처럼 그저 문득문득 생각나는 친구로 기억에 남았다.

이렇게 쓰기만 할 게 아니라 어떻게든 찾아서 이야기를, 사과를 해야겠는데.

왜 그게 잘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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