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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드는 여유

by 강진

늦은 오후 커피숍에 앉아 앙버터 한입 베어 물었습니다. 옆테이블 얘기가 자연스레 들립니다.


a"수영복은 안 가져가도 돼?"

c"그래도 가져가야지"

b"그래 사진이라도 찍자"

b"언니는 집으로 내가 태우러 갈게 가는 길이잖아"

a"고마워"

d"아들이 그러는데 하나카드 있으면 달러부족해도 쓸 수 있다네"

c"나도 딸한테 물어봐야겠다"


여행에 관계된 얘기들이 오고 갔습니다.

처음 함께 가는 여행에 걱정과 설렘이 저에게까지 전해졌습니다.


a"아직도니?"

d"응, 아침에는 꼭 밥과 국.. 점심은 국수. 저녁은.. 에효.. 매 끼니 늘 드시니..

b"매일반찬 만들려면 고민되겠다.. 뭘 해야 할지.."

c"미쳐 미쳐"

a"식혜를 내가 담가서 시누이까지 가져갈 만큼 담 그잖아.. 이제 그러지 말까 봐.."

b"식혜 만드는 거 힘들 텐데"

d"그래도 먹는 사람 때문에 하는 거니까"

c"나는 캔 사가지고 와서 먹어"


여행얘기에서 시아버지, 시누이, 명절얘기들로 바뀌었습니다. 신기합니다.

문어다리 온전히 8개가 붙어있는 걸 찾아다니는 얘기. 이제는 제사안지내니 간단하게 해서 편하지 안냐는 남편말에 일일이 정성 들여 손 많이 간다며 화낸 얘기. 애가대학 가면 여유가 생길 줄 알았는데 지원해 줄 게 많아서 돈이 더 들어간다는 얘기. 반찬 하느라 커피 한잔 혼자 마시러 갈 수 없는 얘기. 여자넷이 모이니 할 말도 많을 테니 오래 걸릴게 분명해 보입니다. 듣다 보니 저 또한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하고 커피숍에 앉아 차 한잔 마시는 여유로움을 바라는데 매번 시간이 많아지면 하겠다며 미루곤 합니다. 산(동네뒷산)을 오를 때도 자연을 바라보지 못하는 때가 더 많습니다. 하늘을 보며 길을 천천히 걷던 게 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공기는 얼마나 차가운지 사람들의 발걸음은 어떤지 전철 안에 사람들은 무얼 하고 있는지 보는 것을 좋아하는 저였는데 말입니다.

나 스스로 여유로운 아침을 만들지 않는다면 끝까지 만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유튜브로 볼 게 있어서 잠깐 들어온 거였는데 얘기 듣느라 시간이 금방 지나갔습니다. 오늘은 저분들 덕분에 미소 띠며 듣고 있는 여유로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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