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회고

5월

by JHS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을 갈 때는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는 편인데, 세세한 것까지 신경 쓰느라 머리 아픈 경우도 있지만 준비된 계획이 있는 편이 마음이 편하다. 그냥 서울 도심에 머물러 있어서 특별한 이벤트는 없었고, 밤에 경복궁에 간 것 정도가 기억에 남는다. 화려한 궐내를 걸으며 여기 살던 사람은 바깥의 초가에 살던 사람들보다 행복했을지를 생각했다. 그보다 머리에 든 생각이 있는데, 나는 삶을 즐길 줄 모르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여행 내내 무언가를 하면서 다음에 할 일을 생각하느라 바빴던 것 같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학교에서 줄넘기를 처음 한 적이 있다. 줄넘기로 평가를 한다고 해서 아파트 단지에서 혼자 해봤었는데 한 두 번을 넘기지 못했다. 그때는 유치원이나 학교처럼 내가 속한 시스템 안의 일은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이제는 그때만큼은 없다). 집 앞에서 계속 연습을 해서 다음날 학교에 갔다. 그러다 결국은 줄넘기로 상을 받아올 정도가 됐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 과정이 즐겁지 않았다는 것이다. 내겐 삶이 살아내야 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한 가지 일을 해치우면 다음 일이 생기는 그런 것 말이다.


삶을 서핑이라고 하면 물살에 몸을 맡기고 즐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몸에 힘을 주고 물살을 거스르려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나는 후자에 속한다고 생각된다. 결국 사람의 힘으로 물살을 거스를 수도 없는데 말이다. 이렇게 타고난 것이라 딱히 불만은 없다. 사는 것이 좀 무미하거나 건조하다고 해서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삶을 멀찍이 떨어져서 보는 태도가 없었다면 스트레스가 훨씬 많았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삶을 즐기는 것 같은 사람을 보면 궁금증을 느낄 때도 있다. 처한 조건이나 환경에 상관없이 삶을 쉽게 다루낸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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