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습관에 대한 생각
소비를 할 때 과하게 앞을 내다보거나, 너무 많은 변수를 고려하는 버릇이 있다. 화장품을 산다고 하면 당장 사용하지 않을 텐데도 모든 세트를 산다거나, 새 필기구를 살 때는 펜케이스, 여분의 잉크에 파우치까지 사곤 한다. 신발을 사면 크림이나 방수 스프레이까지 같이 살 때도 있다. 나는 내 삶에 질서를 만들고 유지하려는 욕구가 있고, 이런 욕구는 소비 습관에도 영향을 미쳤다. 문제는 너무 먼 미래를 대비하거나 많은 변수를 생각하면 틀리는 일도 많다는 것이다. 당장 쓰지 않는 화장품의 사용기한은 어느새 지나가 있고, 여분의 잉크를 준비해놓으면 병을 열기 전에 더 마음에 드는 새 잉크가 눈에 띄기도 한다. 방수 스프레이를 뿌린 새 신발을 신는 몇 개월 동안 비가 내리는 일은 없었다.
예측 통제 욕구는 미래를 미리 대비함으로써 불확실성과 우연에 대한 불안감을 줄이려는 심리다. 체계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 대한 스트레스가 큰 경향이 있다. 이러한 심리는 구매 행태로 이어지기도 한다. 나는 막연한 문제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펜을 살 때는 여분의 잉크를 미리 준비하고,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려고 한다. 삶을 구조화하려는 마음이 큰 탓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성향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가방 안에 항상 우산을 가지고 다니면 비 맞을 일이 없고, 안주머니에 손수건을 넣어두는 습관 덕분에 손이 지저분할 일도 없다.
하지만 앞서 한 예측이 빗나가거나, 나중에 오히려 더 좋은 선택을 마주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통제욕이 효율적인 선을 넘어서 강박적인 구조화로 이어질 때 생기는 역효과다. 실제로 "통제가 불가능한 상태에서 사람들은 더 많은 패턴을 지각하려고 하며, 이 과정에서 실제와 무관한 선택을 하기도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예측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예측을 통한 통제가 습관적 과잉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이 문제다. 계획과 준비는 필요하지만, 불확실성을 모두 제거하려는 시도는 현실의 유연성을 잃게 만들 뿐더러 가능하지도 않다. 나는 미완의 상태를 견디는 태도가 갖출 필요가 있다.
예측 통제 욕구를 다 없애고 싶지는 않다. 삶을 구조화하는데서 오는 만족감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있는 공간이나 내 주변, 그리고 나 자신이 나름대로 준비되어 있는 상태에 있을 때 마음이 편하다. 변수에 대비되어 있다는 생각은 침착함을 가져다준다. 자신이 준비되어 있어야 타인에 실수나 잘못에 너그러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타인을 통제하려고 한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스스로를 통제하려는 욕구가 문제 될 것은 없다. 다만 예측 통제 욕구가 과해질수록 틀릴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인간은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함으로써 문명을 이뤘지만, 그 예측이 언제나 옳았던 적은 없다. 삶은 통제와 우연, 계획과 낙차 사이에서 조율되는 것이지, 어느 한쪽에 고정된 질서로 구성되지는 않는다. 모든 변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인간은 없고, 나 또한 마찬가지다. 때문에 정확한 예측에 신경을 쏟을 것이 아니라 예측의 실패를 관리하는 사고 습관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종종 느낀다. 방법은 아직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