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질 때까지 돌다리를 두드리는 심리 - 예측불가능성과 전망이론
새로운 시작을 앞둔 사람들이 보이는 태도는 다양하다. 어떤 사람들은 먼저 돌다리를 두드려본다. 그리고 건너도 안전하겠다는 판단이 들면 걸음을 내딛는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과정 없이 그냥 뛰어넘기도 한다. 그런데 다른 일부는 돌다리가 부서질 때까지 두드리고, 심지어 다리가 부서지고 나서야 이 다리는 애당초 튼튼하지 못한 다리였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사실에 안심하는 모습을 보인다. 새로운 시도에 대한 이러한 보수성은 뇌과학, 경제학 등 다양한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여기서는 예측불가능성과 전망이론을 가지고 돌다리를 두드리는 우리의 심리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예측 가능한 환경을 선호한다.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 환경적 위험을 최소화하는 능력을 생존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환경의 변화를 빠르게 감지하고, 예상하지 못한 위협에 신속하게 반응하는 능력은 생존확률을 높여왔다. 이런 능력이 없거나 부족한 개체들은 대개 일찌감치 멸종했을 것이다.
문제는 우리 뇌가 예측불가능성 그 자체를 위협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새로운 시도는 좋고 나쁨과 상관없이 필연적으로 예측불가능성을 동반한다. 시도의 과정에서 어떤 돌발 상황이 생길지,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뇌의 편도체를 활성화시킨다. 편도체는 위험 감지와 공포에 대한 반응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다. 새로운 상황을 맞닥뜨릴 때는 이 편도체가 활성화되어 경계심과 불안감을 높인다.
특히 예측불가능성에 대한 민감도는 개인차가 크다. 어떤 사람들이 돌다리를 두드리고 있을 때 다른 어떤 사람들은 이미 다리를 뛰어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기질적으로 민감할수록 새로운 시도에서 느끼는 불안이 커진다. 심리학자 제롬 케이건의 연구에 따르면 유아기부터 낯선 상황에 강한 예민함을 보이는 아이들은 성장 후에도 새로운 환경을 회피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들은 새로운 것은 위험한 것이라는 공식을 내재화하여 돌다리를 두드리는 강박적 행동을 학습하게 된다.
"부서질 때까지 돌다리를 두드리는 심리"를 더욱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행동경제학이 제시하는 '전망이론'의 도움이 필요하다. 대니얼 카네만과 아모스 트버스키의 전망이론은 인간이 위험 상황에서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대신 심리적 편향에 휘둘리는 경향을 실험적으로 증명한 연구로, 기존의 경제학이 가정하는 합리적 인간(Homo Economicus) 모델을 비판한다. 이 전망이론의 핵심은 손실회피성이다. 인간은 같은 크기의 이익보다 손실을 더 크게 느낀다. 100만 원을 얻었을 때의 기쁨보다 100만 원을 잃을 때의 고통이 훨씬 더 강하다. 이것은 뇌의 보상회로와 스트레스 반응 체계가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도는 성공할 가능성과 실패할 가능성이 공존하는 게임이다. 여기서 손실회피적 성향이 강한 사람의 경우에는 성공의 기대보다 실패의 두려움을 훨씬 강하게 느낀다. 그 결과로, 새로운 시도를 하기도 전에 먼저 실패의 고통을 가정한다. 그리고 그 고통을 피하기 위해 준비하고 점검하는데 집착하게 된다. 이것이 돌다리가 부서질 때까지 두드려보는 심리적 메커니즘이다.
전망이론에는 확실성 효과와 가능성 효과가 있다. 확실성 효과는 100% 확실한 안전을 선호하는 경향을 뜻하고, 가능성 효과는 매우 희박한 위험을 과장하는 경향을 뜻한다. 새로운 시도는 확실한 확실한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다. 철저히 준비하더라도 예상하지 못한 돌발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완전한 안전을 확보할 수 없다. 이때 가능성 효과가 작용한다. 실제로는 새로운 시도가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낮더라도 이를 크게 인식하게 된다. 여기에 100%의 안전을 선호하는 확실성 효과가 더해져 새로운 시도의 발목을 잡는 것이다.
예측가능성과 전망이론은 인간의 뇌가 가진 자연스러운 특징이다. 예상치 못한 위협에 즉각 반응하는 능력이 없었다면 인간은 진작 멸종했을 것이다. 또한 이익보다 손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해오지 않았다면 과거의 실패로부터 학습하지 못했을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심리적 현상이 스스로를 가두는 족쇄가 될 경우다. 새로운 시도를 극도로 회피하면 경험과 학습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 이는 장기적으로 자기 효능감을 약화시키고 부정적인 자기낙인을 강화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든다. 게다가 돌다리를 과도하게 두드리는 과정은 그 자체로 상당한 에너지를 소모한다. 끊임없는 점검과 재검토, 걱정과 불안의 반복 속에서 심리적으로 소진되기 쉽다.
부서질 때까지 돌다리를 두드리는 심리는 인간의 본능적 생존기제와 현대 사회의 복잡성이 결합된 결과다. 다만 분명한 것은 모든 새로운 시도에는 예측불가능성이 동반되고, 무엇을 하든 일정한 수준의 손실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시도를 앞두고 생기는 불안과 기대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다. 기대가 없으면 시도할 수 없고, 불안이 없으면 안전할 수 없다. "돌다리가 상하지 않을 만큼 두드리는" 신중함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돌다리를 건너기 전에 이를 시험해 보되 다리가 망가지지 않을 만큼만 두드려볼 수 있을까.
1. 위험 감수 범위 설정
손실을 회피하는 성향이 강한 사람일수록 위험을 무조건 피해야 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모든 위험이 동일한 무게를 갖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치명적인 위험과 감당할 수 있는 위험을 구분하는 개인적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 100% 안전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수용 가능한 손실의 범위를 설정하고, 그 한도 안에서는 다양하게 시도해 보는 것이다. "이 정도 다리는 넘어가도 괜찮겠다"라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2. 정보 수집과 검증의 효율화
다리를 부서질 때까지 두드리는 과잉 점검은 정보 과부하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과한 양의 정보는 판단력을 흐리게 만든다. 필수 정보와 부차적인 정보, 불확실성을 과하게 확대하는 정보를 구분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또한 정보를 수집하고 검토하는데 드는 에너지를 분배하는 규칙을 세우는 것도 좋다. 건너도 괜찮은 다리인지 판단하는 건설적 기준을 만드는 것이다.
3. 참조점의 재설정
전망이론에서 설명하는 참조점은 손실과 이익을 평가하는 기준이다. 이 참조점의 바늘이 과도하게 안전 지향적으로 설정되어 있다면 모든 시도에 큰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안전의 수준을 참조점으로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절대적 안전이 아니라 현실적인 안전을 기준으로 새로운 시도를 평가하는 것이다.
4. 손실회피 성향의 방향 전환
손실회피성향은 어차피 없어지지 않는다. 없앤다고 좋은 것도 아니다. 때문에 이 성향을 억지로 없애려고 하는 것보다는 리스크를 합리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지나친 불안을 줄이고, 신중함은 강점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위험을 같은 무게로 받아들이지 않는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
5. 작은 성공 경험의 누적
새로운 시도를 할 때마다 지나치게 다리를 두드려보지 않아도 괜찮다는 심리적 경험을 반복적으로 쌓으면 새로운 시도에 앞서 위축되는 성향을 개선할 수 있다. 일부러 돌다리를 조금만 두드려보고 발을 딛는 것이다. 처음부터 큰 도전을 가정하지 않고, 작은 시도로 쌓여나가는 경험을 이용하여 위험을 과잉 점검하는 습관을 개선하는 것이다.
안전을 추구하는 성향은 유지하되, 과잉 점검으로 인한 기회비용과 스트레스는 줄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