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여행과 EPA

by JHS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올레길 주변에 숙소를 정하고 쭉 걷다 왔다. 하루에 8,9킬로쯤 걸은 것 같다. 대기의 색감이 서울과는 다른 곳이다. 서울 하늘에 지하면 연노랑의 필터를 하나 씌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제주와 산과 바다를 구경하며 걷고 있으니 근래 자주 기사거리가 되는 이곳의 환경 문제 생각이 났다.

관광객이 급증한 제주도는 곶자암 등의 자연환경 파괴, 상하수도 시설 부족과 지하수 오염, 생활 쓰레기 증가와 교통난 등 심각한 환경 문제를 겪는 중이다. 관광객이 늘며 도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환경 비용도 늘고 있다. 2022년 제주도민 1인당 환경 세출 예산액은 104만 7788원으로 전국 평균 53만 3130원에 비해 2배가량 많다. 이에 제주에서는 환경보전 분담금 도입을 논의하고 있으나 관광객이 감소하고 있는 경제 상황에 기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환경 문제를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트럼프가 떠올랐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벌써 환경정책에서 바이든을 지우는 일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과 대기 수질 오염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31건의 조치를 발표했다. 특히 연방 정부 환경 규칙의 밑바탕이 되는 온실가스 유해성 관련 문건 폐기도 추진하고 있다. 온실가스 위해성 판단 문서는 온실가스 배출의 공중 보건에 미치는 위협을 인정한 것으로 연방 정부 차원의 각종 환경 규제를 뒷받침하는 과학적인 근거가 되어 왔다.

EPA 청장은 월스트리트저널 기고에서 해당 규제 완화 조치에 대해 “오늘 그린 뉴 스캠은 끝났다 “고 말했다. “온실가스 유해성 판단과 탄소의 사회적 비용 및 비슷한 이슈들에 관한 수많은 규칙들을 정비함으로써 기후 변화라는 종교의 심장에 단검을 찔러 넣으면서 미국의 황금기를 열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해당 규제 완화의 조치의 EPA의 본래 목적인 환경이나 공중 보건 보호는 일절 언급되지 않았다.

트럼프는 좋아하기 어렵지만 똑똑한 사람이다. 뉴욕의 겨울은 아직도 춥다느니 하는 헛소리는 본인도 믿지 않을 것이다. 그는 대선 토론처럼 수없이 많은 눈과 귀가 주목하는 자리에서도 자신의 탈세를 두고 똑똑한 절세라고 이야기한다. 사업가이던 시절 거액의 대출을 받으려고 대출기관 사람들을 데리고 나와서는 주변의 땅을 가리키며 다 자기 땅이라고 거짓말을 했다고 한다. 그게 수완이라는 사람이다. 트럼프는 상황을 파악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행동이라고 생각하면 뭐든지 한다. 이런 사람이 세계에서 가장 힘센 나라의 대통령을, 그것도 두 번이나 맡는 형편이니 환경 문제의 미래가 밝을지 알 수 없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내일의 환경 보전보다 오늘 손에 쥐어지는 달러-그게 자기 손에 쥐어지는 것인지도 의문이지만-을 선택했다. 당장 오늘 내가 실천해야 하는 환경보호는 번거롭고 나 하나가 눈감아도 규모의 총량에 티끌만큼도 못 미치는 것이 환경 문제가 풀어나가기 어려운 큰 이유다. 규제가 필요한 것도 이것 때문이다. 개개인이 환경 문제에 대처하는 노력은 중요하지만 너무 어렵기 때문에 국가부문 같은 큰 영역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제주도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경제난으로 섬을 찾는 관광객이 줄어들며 분담금제도를 도입하는데 난관을 겪고 있다. 하지만 당장 낼 돈이 아쉬워서 지갑을 닫는다면 제주도의 자연경관은 차츰 나빠질 테고 나중에는 그런 제주도를 찾을 관광객이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건 미국이건, 어떻게 하면 오늘의 노력으로 내일을 약속받을 수 있다고 상대를 설득하기는 정말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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