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은 반려인과 행복한가?
고양이를 좋아하는 이유
동물에 문외한이고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동물 복지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거나 시위하는 곳을 지나칠 때는 가벼운 죄책감을 느끼지만 다른 사회적 문제들에 더 관심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사람마다 마음이 가는 문제가 다른 모양이다. 다만 고양이는 좋아한다. 귀여워서 좋아하는 것은 아니고 우아해서 좋아한다. 걷는 모양새나 체형을 보고 있으면 완벽하게 만들어졌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자유로운 동물이라는 것도 마음에 든다. 대표적인 반려동물 두 종 가운데 고양이는 좋아하지만 개는 좋아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늑대는 일찌감치 인간과 만나 협력을 선택했다. 인간에 협조적인 늑대가 받아들여지는 과정을 거치며 인간 무리에 합류했다. 이런 이유로 개는 안정적 리더십을 따르고 인간에 잘 복종한다. 개를 키우는 분들은 동의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하지만, 나의 말에 무조건 따르는 동물을 만나서 그 목에 줄을 채우고 예뻐하는 것은 취향에 맞지 않는다. 나는 그보다는 독립적인 생물을 좋아한다. 자기주도적으로 관계를 설정하는 고양이 쪽에 더 끌린다.
좋아하지만 들이지는 않는 이유
고양이를 좋아해서 고양이 카페에 가끔 간다. 한 번 다녀오면 옷에 온통 털이 묻고 고양이 간식에서 참치 비린내가 나는 문제가 있긴 하다. 그래도 카페에 앉아서 넋 놓고 고양이를 바라보고 있으면 복잡한 생각을 좀 덜 수 있어서 좋아한다. 특히 고양이는 심리적으로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데(외모 때문만이 아니라), 골골송이라고들 부르는 고양이의 퍼링은 근육을 이완시키고 혈압을 낮추는 낮은 주파수 대역에 있어서 듣는 사람에게 안정감을 가져다 준다.
하지만 고양이를 키우고 있지는 않다. 고양이를 좋아하게 되고 나서 샴고양이를 들이려고 했던 적이 있다. 고양이에 관한 책을 사고, 어떤 용품이 필요할지 견적을 내고, 분양하는 곳을 알아본 적도 있다. 그러다가 포기했다. 고양이를 들이면 나는 좋겠지만 고양이에게도 좋을지 확신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비판적으로 평가해 볼 때, 내가 고양이를 들인다면 못 키울 것 같지는 않다. 아마 수의학이라도 공부해가며 물심양면으로 최선을 다 할 것이고, 생활 습관도 고양이를 들이기 적합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잘한다고 고양이가 행복할지는 모른다.
반려인과 반려동물의 관계를 조선시대 결혼 문화에 비유해보면, 결혼하는 당일까지 상대 얼굴도 모르다가 어느날 결혼해서 같이 사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결혼한 상대가 물질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나에게 잘해준다고 해서 꼭 행복하지는 않다.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반려동물도 마찬가지다. 내가 고양이를 들여서 온갖 정성을 들여 잘 돌본다고 해도, 내 생활 영역에 편입되는 것이 그 고양이의 삶에 좋은 일인지 나는 알 수 없다. 물론 이런 생각이 다분히 인간중심적이며, 동물에 대해 무지한데서 기인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고양이에게 말을 걸어서 행복하냐고 물어볼 수도 없는데, 나와 사는 것이 고양이에게 최선이었는지 모르는 것 아닌가. 다른 가정에서 사는 것이 더 나았을지도 모르고.
여기서 다음과 같은 철학적 의문이 생긴다. 인간과 반려동물의 관계는 사회적 계약인가, 아니면 일방적 시혜인가? 만약 계약이라면 그 당사자인 동물에게도 선택의 권리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과 동물이 토론을 하고 서류라도 작성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동물의 삶과 행복은 온전히 상대인 반려인에게 달렸다.
그렇다면 동물을 어떨 때 행복할까. 동물복지학에 몇 가지 이론이 있다고 한다. 크게 다음의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동물이 '종 특성'에 맞는 행동을 할 수 있을 때, 2. 동물이 긍정적 감정을 자주 경험할 때, 3. 인간-동물 관계 자체가 본질적으로 비윤리적인 것. 이렇게 세 가지 주장이 있다. 첫번째와 두번째 시각에 따르면 고양이의 생태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하고 많은 관심을 주면 고양이가 행복해 할 수도 있겠지만, 세 번째 시각에 따르면 애초에 동물은 인간의 소유물이 되어서는 안된다. 이런 문제 때문에 고양이를 키우는 것에 회의적이게 된 것이다.
물론 이런 생각은 그냥 회피에 불과할 수도 있다. 고양이가 인간만큼 지적인 것은 아니며, 그저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잘해주면 마냥 행복해 할지도 모른다. 다만 고양이를 들이는 문제를 생각할 때면 항상 "조선시대의 일방적 결혼"같은 생각이 들어서, 앞으로도 반려동물을 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어느날 길에서 고양이가 먼저 내 어깨에 올라타기라도 한다면 모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