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저 사람들과 가족이 되어 다행이고 좋다고 느꼈어

네가 내 딸이라서 난 정말 너무 좋아

by 크레이지고구마
2009년 8월 29일에 우리는 처음 만났고, 가족이 되었다. 봄이는 고단했는지 집에 오자마자 한바탕 울고는 잠이 들었다.


2016년 10월 18일 화


샤워를 하는 중에 봄이가 물었다.

봄이는 샤워할 때 이야기하는 것을 참 좋아한다.


“엄마는 이 집에서 내가 몇 살 때부터 살았어?”


“2살”


“그럼 내가 1살 때 엄마랑 만나서 가족이 된 거지?”

“맞아. 1살 때. 정확하게는 너 태어나고 29일 때야.”


그 전엔 내가 입양원에 가만히 누워서 지냈지?

내가 입양원에 있었는데, 엄마랑 어떻게 만난 거야?”

“그건 말이야.

엄마가 여자 아기를 입양하려고

입양원에 신청을 했어.

예쁜 여자아기가 우리 가족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하고 말이야.

그리고 서류를 내고, 부모교육을 받고, 상담을 하고,

기도를 하면서 기다렸는데 엄청 오래 기다렸거든.

그런데 갑자기 입양원에서 전화가 왔어.

정말 갑자기.

입양원에 아기들이 갑자기 많이 들어와서

건강한 아기들부터 입양을 보내려고 하는데,

한 아기가 우리 가족이 되면 좋을 것 같다는 거야.

그런데 얼굴을 보고 결정을 할 수가 없대.

그래서 전화로 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얼굴은 안 보았지만 너를 입양하기로 결정했지.

얼굴을 안 보고 입양을 결정해서,

너~무 못생겼으면 어떡하나... 걱정했거든.ㅎㅎ

그런데 엄마가 입양원에 가서 널 딱 봤는데

그냥 조금 못생기기만 했더라고ㅋㅋㅋ

엄마가 가져간 옷으로 갈아입고 나온 너를

엄마가 안고서, 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마지막으로 입양원에서

'이젠 네가 우리 가족이니 널 데려갑니다~'

하는 서류를 쓰고,

입양원 성당에서

입양가족 서약과 기도를 하고 집으로 왔지.

그렇게 우리는 가족이 되었어^^”

봄이를 입양했던 날 이야기를

짧지만 정확하게 말해주었다.


난 내가 그렇게 가족이 된 게 너무 좋고 기뻐.”

“정말? 엄마도 그래^^”


“나 처음 봤을 때 어땠어?”


“솔직히 말할게. 아주 작고 못생겼었어ㅎㅎ

그리고 내 생각보다 너무 작아서 조금 놀랐었지”


“정말? ㅋㅋ 웃기다ㅋㅋ

그리고 누가 날 안아줬어?”


“당연히 엄마가 봄이를 안았지^^”


“아빠랑 오빠는?”

아빠랑 오빠는 엄마 품에 안겨있는 너를

가만히 지켜보았지.

봄이가 우리에게 왔을 때 자고 있었거든.

내가 엄마니까 젤 먼저 널 받아 안고 있었는데,

갑자기 네가 우는 거야.

그래서 엄마가 널 안고 일어서서

흔들~ 흔들~ 해주었더니

울음을 그치고 다시 잠들었었어.”


“내가 왜 울었을까?”


“글쎄. 왜 그랬을까?”


“조금 무서워서?”

“아마도 그랬을 거야. 익숙한 입양원을 떠나야 했고,

처음 우리를 봤으니까 조금 무서웠을 것 같아.”


우리의 계속되는 긴 대화 속에 샤워는 끝이 났고

머리카락을 말리며 또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엄마! 내가 해 줄 얘기가 있는데, 듣고 감동받지 마”


“무슨 얘긴데?”


또 어떤 말로 나를 놀라게 할까 궁금했다.


“나 사실 아기 때

엄마, 아빠, 오빠를 보고는 저게 누구지? 했거든.

저건(나) 나의 새로운 엄마구나,

저건(지윤파) 새로운 아빠고,

저건(지윤) 내 오빠구나라고 생각했어.

그리고 엄마가 나를 안고 살살 흔들흔들해줬잖아.

그때 너무 따뜻하고 기분이 좋았어.

그리고 우리 가족들이 너무 좋고,

내가 저 사람들과 가족이 되어

다행이고 좋다고 느꼈어.”


이렇게 말하면서 봄이는 나를 꼭 안아주었다.

안아주는 봄이의 품은 작지만 포근했다.

아이들이 간혹 자신이 태아였을 때 기억이라며

말하는 경우가 있 얘길 들었다.


봄이는 자신이 입양원에서

우리를 만났을 때 기억이라며 얘길 해주었다.

순간 귀여워서 웃음이 났다.

“와~~~!!! 정말? 우리 봄이 최고인데!!

나도 네가 내 딸이라서 정말 좋았었어.

다들 네가 우리랑 너무 닮았다며 신기해했는데다,

난 네가 정말 좋았거든.

지금도 난 네가 정말 좋아.

때로는 떼도 쓰고, 짜증도 내고,

말을 잘 안 들을 때도 있지만,

그럴 때도 난 네가 정말 좋아.

네가 내 딸이라서 난 정말 너무 좋아.”




우리의 대화는

서로에게 큰 감동을 주며

상당히 만족스럽게 끝이 났다.


어느 누가, 어디에서든지 물어봐도

그날 일에 대해서는

줄줄줄 막힘없이 이야기해 줄 수 있다.


앞으로 언젠가 또 물어보겠지만

다음에는 조금 더 자란 봄이에게,

더 디테일하게 나의 복잡했던 감정들까지

전달하게 되는 날도 오겠지.


봄이가 자신의 입양과정이 궁금했었던 것 같다.

곧 자신의 입양스토리와 뿌리에 대한 질문들이

시작될 듯 하다.


이는 어떤 생각을 갖고, 무슨 말을 하게 될까...

막연하지만 무섭지는 않은 길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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