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내 딸이라서 난 정말 너무 좋아
2016년 10월 18일 화
샤워를 하는 중에 봄이가 물었다.
봄이는 샤워할 때 이야기하는 것을 참 좋아한다.
“엄마는 이 집에서 내가 몇 살 때부터 살았어?”
“2살”
“그럼 내가 1살 때 엄마랑 만나서 가족이 된 거지?”
“맞아. 1살 때. 정확하게는 너 태어나고 29일 때야.”
“그 전엔 내가 입양원에 가만히 누워서 지냈지?
내가 입양원에 있었는데, 엄마랑 어떻게 만난 거야?”
“그건 말이야.
엄마가 여자 아기를 입양하려고
입양원에 신청을 했어.
예쁜 여자아기가 우리 가족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하고 말이야.
그리고 서류를 내고, 부모교육을 받고, 상담을 하고,
기도를 하면서 기다렸는데 엄청 오래 기다렸거든.
그런데 갑자기 입양원에서 전화가 왔어.
정말 갑자기.
입양원에 아기들이 갑자기 많이 들어와서
건강한 아기들부터 입양을 보내려고 하는데,
한 아기가 우리 가족이 되면 좋을 것 같다는 거야.
그런데 얼굴을 보고 결정을 할 수가 없대.
그래서 전화로 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얼굴은 안 보았지만 너를 입양하기로 결정했지.
얼굴을 안 보고 입양을 결정해서,
너~무 못생겼으면 어떡하나... 걱정했거든.ㅎㅎ
그런데 엄마가 입양원에 가서 널 딱 봤는데
그냥 조금 못생기기만 했더라고ㅋㅋㅋ
엄마가 가져간 옷으로 갈아입고 나온 너를
엄마가 안고서, 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마지막으로 입양원에서
'이젠 네가 우리 가족이니 널 데려갑니다~'
하는 서류를 쓰고,
입양원 성당에서
입양가족 서약과 기도를 하고 집으로 왔지.
그렇게 우리는 가족이 되었어^^”
봄이를 입양했던 날 이야기를
짧지만 정확하게 말해주었다.
“난 내가 그렇게 가족이 된 게 너무 좋고 기뻐.”
“정말? 엄마도 그래^^”
“나 처음 봤을 때 어땠어?”
“솔직히 말할게. 아주 작고 못생겼었어ㅎㅎ
그리고 내 생각보다 너무 작아서 조금 놀랐었지”
“정말? ㅋㅋ 웃기다ㅋㅋ
그리고 누가 날 안아줬어?”
“당연히 엄마가 봄이를 안았지^^”
“아빠랑 오빠는?”
“아빠랑 오빠는 엄마 품에 안겨있는 너를
가만히 지켜보았지.
봄이가 우리에게 왔을 때 자고 있었거든.
내가 엄마니까 젤 먼저 널 받아 안고 있었는데,
갑자기 네가 우는 거야.
그래서 엄마가 널 안고 일어서서
흔들~ 흔들~ 해주었더니
울음을 그치고 다시 잠들었었어.”
“내가 왜 울었을까?”
“글쎄. 왜 그랬을까?”
“조금 무서워서?”
“아마도 그랬을 거야. 익숙한 입양원을 떠나야 했고,
처음 우리를 봤으니까 조금 무서웠을 것 같아.”
우리의 계속되는 긴 대화 속에 샤워는 끝이 났고
머리카락을 말리며 또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엄마! 내가 해 줄 얘기가 있는데, 듣고 감동받지 마”
“무슨 얘긴데?”
또 어떤 말로 나를 놀라게 할까 궁금했다.
“나 사실 아기 때
엄마, 아빠, 오빠를 보고는 저게 누구지? 했거든.
저건(나) 나의 새로운 엄마구나,
저건(지윤파) 새로운 아빠고,
저건(지윤) 내 오빠구나라고 생각했어.
그리고 엄마가 나를 안고 살살 흔들흔들해줬잖아.
그때 너무 따뜻하고 기분이 좋았어.
그리고 우리 가족들이 너무 좋고,
내가 저 사람들과 가족이 되어
다행이고 좋다고 느꼈어.”
이렇게 말하면서 봄이는 나를 꼭 안아주었다.
안아주는 봄이의 품은 작지만 포근했다.
아이들이 간혹 자신이 태아였을 때 기억이라며
말하는 경우가 있다는 얘길 들었다.
봄이는 자신이 입양원에서
우리를 만났을 때 기억이라며 얘길 해주었다.
순간 귀여워서 웃음이 났다.
“와~~~!!! 정말? 우리 봄이 최고인데!!
나도 네가 내 딸이라서 정말 좋았었어.
다들 네가 우리랑 너무 닮았다며 신기해했는데다,
난 네가 정말 좋았거든.
지금도 난 네가 정말 좋아.
때로는 떼도 쓰고, 짜증도 내고,
말을 잘 안 들을 때도 있지만,
그럴 때도 난 네가 정말 좋아.
네가 내 딸이라서 난 정말 너무 좋아.”
우리의 대화는
서로에게 큰 감동을 주며
상당히 만족스럽게 끝이 났다.
어느 누가, 어디에서든지 물어봐도
그날 일에 대해서는
줄줄줄 막힘없이 이야기해 줄 수 있다.
앞으로 언젠가 또 물어보겠지만
다음에는 조금 더 자란 봄이에게,
더 디테일하게 나의 복잡했던 감정들까지
전달하게 되는 날도 오겠지.
봄이가 자신의 입양과정이 궁금했었던 것 같다.
곧 자신의 입양스토리와 뿌리에 대한 질문들이
시작될 듯 하다.
봄이는 어떤 생각을 갖고, 무슨 말을 하게 될까...
막연하지만 무섭지는 않은 길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