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엄마니까, 친엄마냐고 물어서 아니라고 했어
초2가 되어 배우기 시작하더니, 멋진 작품을 만들어 왔다.
20170322
길을 잃었다.
봄이를 만나고서 지금까지
늘 꽃길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막막하고 캄캄하고 어둡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터널을 지나갈 때도 있었지만,
그 터널의 끝엔 늘 환한 빛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잘 걷고 달리던 길에서
길을 잃어 멈춰서 버렸다.
입양이라는 단어를 이야기하며
한 번도 봄이 앞에서 울어본 적 없었는데
어제... 나는 처절하게 부서지고 무너져버렸다.
이제 입양이라는 이슈가 불안, 슬픔, 분노보다는
감사, 행복, 다행, 탄생의 기쁨으로 조금씩 옮겨지던 봄이가
10일 전쯤 친구에게 자신의 입양사실을 이야기해 버렸다.
우리에겐 정말 아무것도? 아니고
그만큼 편안하고 불편함이 없었기에 그랬을 것이다.
‘이 친구라면 뭐든 다 이야기하고 믿을 수 있겠다. 하는 친구에게만 입양사실을 이야기하자~!’라는 말이
9살 봄이에게는 너무 어려운 말이었던 것 같다.
그러기에, 입양사실을 친구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2~3년 혹은 그 이후였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었다.
그런데 봄이는 색칠놀이를 하다가
적당히 친한 친구에게 문득 이야기해 버렸다.
그리고는, 너만 알면 좋겠다고 말을 했지만
그 친구는 그 말을 듣자마자
봄이가 보는데서,
다른 친구에게 가서,
봄이를 힐끔힐끔 보며 귀속말로 속닥속닥 했다고 한다.
그때, 봄이는 그 친구가
‘내 입양이야기를 저 아이에게 했구나~’라고 직감했고,
너무 슬프고 힘들다고 했다.
그 이후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면서
친구들이 봄이를 찾아와서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너 입양이야?
너네 엄마는 친엄마야?
너네 엄마가 너 안 낳았어?
라는 질문들을 했고
봄이는 그렇다고, 친엄마는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와 동시에 슬픔을 느꼈고,
입양은 기쁨과 행복함이 아닌
슬픔과 부끄러움이라고 느껴진다고 했다.
어제, 한 친구를 길에서 만났는데, 친구가 또 물었다.
“봄아~ 너네 엄마 친엄마야?”
“아니!”
봄이의 대답이 ‘아니!’라는 이유를 나도 안다.
봄이는 친엄마가 무슨 말인지 정확히 모르니까.
내가 그 이유를 알면서도
왜 "아니!"라고 대답했느냐고 물었다.
"난 친엄마가 뭔지 몰라.
엄마는 엄마니까, 친엄마냐고 물어봐서 아니라고 했어."
역시나 내 예상이 맞았다.
짧은 대화였지만
나는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친엄마가 아니라고 대답한 봄이에게 화가 난 것이 아니라,
봄이의 그 "아니" 한마디로,
우리 가족에 대한 이야기들이 여기저기 퍼져나가
가지에 가지를 치게 될 것을 생각하니
화가 나고 미쳐버릴 것 같았다.
순간, 나 혼자만의 엄청난 생각들로
내 표정이 굳어버렸고
평소와 다른 냉정하고 차갑고 큰 목소리와 말투에
봄이는 그 자리를 피해버렸다.
집에 돌아와 봄이와 아이스크림을 함께 먹고 이야기했다.
“봄아~ 친엄마가 무슨 뜻인 줄 알아?”
“아니!”
“친엄마는 나의 엄마가 친엄마야.
부산 할머니가 엄마의 친엄마고,
나는 봄이와 지윤이의 친엄마야.”
“엄마는 엄마라고 하면 되는걸 왜 친엄마라고 하는 거야?”
“글세. 그건 네가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기가 힘드네.
내가 조금 더 공부해서 알려줄게.
그런데, 다음에 민서 만나거나 다른 친구들이
엄마가 친엄마냐고 물어보면,
친엄마 맞다고 해.
안 그럼 사람들은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어.”
“알았어^^ 근데 엄마라고 하면 되는걸 친엄마는 뭐야!
그리고 친구들이 자꾸 물어보는데,
놀리는 것 같아서 기분이 너무 안 좋아.
난 엄마 뱃속에서 직접 안 태어난 게
이젠 정말 슬프지 않고,
날 낳아주신 분이 날 태어나게 해 주어서,
엄마를 만나서 정말 좋은데,
친구들이 물어보면 슬픈 느낌이 들어.
놀리는 것 같아서 속... 상... 해...”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져버렸다.
내가 직접 낳아주지 못한 게 너무 가슴이 아팠다.
"엄마가, 직접 낳아주지 못해 미안해..."
라는 말이 절로 나와버렸고
봄이를 부둥켜안고서 펑펑 울어버렸다.
시간이 한참 지나... 진정하고 다시 얘기를 시작했다.
“봄아~ 앞으로 친구들이
입양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거나 질문을 하면,
엄마한테 얘기해 주면 좋겠어.
봄이 혼자 속상해하면,
그 슬픈 마음이 검은색 마음이 되어,
눈에 보이지 않지만
봄이 가슴속 한 곳에 자리 잡게 되거든.
그렇게 슬픔과 속상함과 서운함 등을 계속 갖고 있으면,
검정 마음이 점점 커지게 되는 거야.
검정 마음이 계속 커져서
봄이 마음 전체가 검정 마음이 되면,
나중에는 펑~ 터져버리면서
네가 정말 많이 아프거나 힘들어질 수도 있어.
그럼 약을 먹거나 주사를 맞을 수도 있고,
다른 방법으로 치료를 해야 하는데,
그건 꽤 번거롭고 힘든 일이야.
그러니 검정 마음이 들면, 꼭 엄마에게 이야기해 줘.
검정 마음은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 들어주기만 해도, 작아지거나 없어질 수도 있거든.
봄이의 검정 마음을 엄마에게 나누면,
엄마는 그 검정 마음이 사라질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노력할게. 그래서 함께 검정마음을 없애는 거야.
할 수 있겠어?”
“어! 검정마음이 커지는 거 진짜 무서운 것 같아.
꼭 얘기할게~”
“그리고, 봄아.
입양이 네 친구들과는 다른 방법으로 가족이 된 것인데,
슬픈 게 절대 아니야.
만약 그게 슬프거나 안 좋은 거라면, 엄마가 했을까?”
“아니. 안 했겠지^^”
“그래. 엄마는 절대 안 했을 거야.
엄마는 하지 말라는 거 안 하고, 안 좋은 것도 안 하잖아.
대신, 뭐든 살 때도 늘 비교하고 검색하고 찾아서,
제일 맘에 들고, 예쁘고, 멋지고 좋은 것으로 골라서 사잖아.
입양은 가족을 맞이하는 건데, 엄마가 쉽게 결정했겠어?
얼마나 고민하고, 열심히 공부하고,
찾고 또 찾고 알아봤는지 몰라.
그리고 나쁜 거면 당연히 안 했지!
그리고 만약 입양이 나쁘고 슬픈 건데 모르고 해 버렸다면,
내 목숨보다 소중한 네게 절대 비밀로 하고,
입양이라는 말은 꺼내지도 않았을 거야.
그리고 엄마가 하는 말, 다 믿지?
엄마가 지금까지 네게 보여준 것들 모두 믿잖아.
그러니 앞으로도, 다른 사람들이 잘 몰라서 하는 말에,
너무 신경 쓰지도 말고 상처받지 말자.
친구나 사람들이 입양 이야기해서 힘들면,
엄마랑 이야기하고 둘이서 아이스크림 먹고 나면,
검정 마음이 작아지고 사라질 수도 있어.
그러니 우리 앞으로도 지금처럼 이야기하자~!”
“알았어, 엄마.
그런데 오늘 이야기 아빠한테는 비밀로 해줘.”
봄이에게
과연
제대로 잘 얘기했는지 나도 모르겠다.
워낙 짧은 시간에 갑작스럽게 시작된 이야기라
생각을 정리할 틈도 없었고,
신학기라 정신없이 바빠서,
차분히 생각하고 정리할 여력도 없었다.
봄이를 조금 더 밝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내실을 다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입양에 대한 긍정적인 정체성을 갖게 해야겠다.
동시에, 앞으로도 친구들의 질문이나 이야기들을
차단 또는 중단시키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방법을 생각 중이다.
나는 다시 길을 잃고
암흑 속에서 헤매고 있다.
빛을 빠르게 찾아야 했다.
학교에서 매일 쉬는 시간마다 질문을 받아서 힘든
봄이의 스트레스를 줄여줘야 했고
봄이는 다행인 아이, 우리는 대단한 가족이라는
그 프레임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반편견입양교육'
사실 이번 일이 터지고, 가장 먼저 생각났던 교육이다.
그런데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나의 내면에서 거부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의 거부감 같은 것은 중요하지 않았고,
봄이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야 했다.
다행히 담임선생님께서 의연히 수용해 주시면서
반편견입양교육을 받도록 신경 써주셨고
한국입양홍보회에서도 강사님이 오셔서
2학년 전체에게 반편견입양교육을 해주셨다.
그 이후, 봄이에게
너네 엄마가 친엄마냐, 네가 입양이야?
라는 질문을 하는 친구들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