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의 생모를 찾았다!

생모를 찾으면 기쁠 줄 알았는데 그렇지만은 않았다

by 크레이지고구마
결혼기념일이라고 했더니, 봄이가 급하게 써준 편지. 표지도 예쁘게 그려주었다. 여전히 맞춤법은 틀리지만 고맙고 귀엽다

봄이의 생모를 찾았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내가 찾아냈다.


100% 정확하게 봄이의 생모!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10년 전 찾았을 때 사진을 기억해 봐도

지금 그녀의 얼굴과 10년 전 그녀의 얼굴은

아주 흡사하며 이름과 나이, 생일, 사는 곳

거의 모두 일치한다.


기분이 상당히 이상하다.

오묘하면서도 오만가지 생각이 교차하면서

머릿속이 뒤죽박죽 한 상황을

뭐라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봄이에게도, 봄이 아빠에게도

절대 말할 수 없는 비밀이

나에게 또 한 개 생겨버렸다.




봄이는 다른 것은 다 필요 없고

낳아주신 분의 얼굴, 날씬한지, 머리길이가 어떤지

궁금하고, 보고 싶다고 했다.


찾고도 선뜻 보여줄 수 없는 지금 이 상황이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다.


지금 내가 봄이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너를 낳아주신 분도 잘 살고 계실 거야~

날씬하실 거야~

머리카락은 길지 않을까~

라는 말을

내가 사진을 보고 사실을 추측인 것처럼

전달해 줄 수 있다는 그것뿐이다.



봄이의 생모는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살고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같은 시에 살고 있었다.

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쭉...

괜히 반갑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다.


같은 지역이지만 쉽게 마주칠 수는 없을 거리...

하지만 그녀의 친한 친구는 우리 동네 가까이에 살고

우리의 생활권과 그녀의 생활권에 교집합이 있다.


낯이 익은 생모의 얼굴은

봄이의 얼굴과 안 닮은 것 같으면서도 닮아있었다.

그래서 내게 많이 낯설지는 않았나 보다.


그녀의 몇 년을 쭉 보는데

만감이 교차하는 동시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생모를 찾고 나면

뭔가 시원하고, 개운하고, 기쁠 것만 같았는데

알 수 없는, 뭔가 말로 설명하기 힘든 느낌이 들었다.

혼란스러웠다.


이 느낌이 너무 당혹스럽고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이 오묘하면서도 썩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느낌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어젯밤에 자기 전, 봄이에게 물어보았다.


'봄아~ 너 아직도 낳아주신 분이 보고 싶어?"


봄이는 1초도 지체하지 않고 웃으며 대답했다.


'응, 당연히 보고 싶지!"


'그래? 야~ 네 엄마는 나잖아~

그냥 나만 보고 살아~ㅎㅎ

뼈 빠지게 키우고 있는데 너 그러기야~~~ㅋㅋ"


"하하ㅋㅋ 우리 엄마 또 왜 이러실까~ㅎㅎ"


"엄마는 내 엄만거 알지~

나는 그냥 낳아주신 분 얼굴이 궁금하다고~ㅎㅎ

엄마가 그러면 난 낳아준 사람 얼굴 아는 오빠한테 가서,

오빠는 낳아준 사람 얼굴 아니까 좋겠다고 얘기한다~ㅋㅋ"


"그렇게 되는 건가?ㅋㅋ 엄마가 그냥 장난친 거야ㅋㅋ 알지?ㅎㅎ"


"알아^^ 근데 나 낳아주신 분 얼굴이 보고 싶긴 해^^ 언젠가는 보겠지머^^"


생모를 찾기 전과 후 우리의 대화는 별다르진 않았다.


내가 추측이 아닌 사실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전부였다.


봄이의 생모는

내가 걱정했던 것과 달리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이젠 나도 봄이랑 더 예쁘게 잘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화가 치밀기도 했다.


봄이는 그동안 자신의 입양이슈를 수용해 나가느라

정말 힘들었는데

봄이의 생모는 결혼해서

아들과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화가 치밀고 분노가 치솟기도 하였다.


모르겠다.

봄이의 생모가 행복하게 잘 살기를

그 누구보다 바랐었는데

행복한 모습을 보니 괜히 괘씸하기도 하고

또 안도가 되면서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생모를 찾아내고서 여러 감정이 뒤섞여서

머릿속이 복잡하다.

그녀가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보았으니

이제 나도 봄이와 잘 살아야겠다.


그래서 나중에 봄이가 생모를 만났을 때

우리 봄이가 이렇게 잘 자랐다고 자신 있게 보여주고 싶다.


이전 04화봄아, 너 입양이야? 너네 엄마 친엄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