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가 정말 기다리고 기다리던 생일날
2017년 8월 1일 화요일
나의 휴가 이틀째이자 봄이의 9번째 생일이다.
이번 생일은 봄이가 정말 기다리고 기다리던 생일날이었다.
왜냐하면 봄이 생일날 우리 가족이 함께
봄이가 태어난 병원을 다녀오기로 했기 때문이다.
생일이어서인지 봄이는 아침 일찍 일어났고
나는 시간시간마다 봄이에게 얘기해 주었다.
"지금은 네가 태어나기 전 수술준비 중이야~."
9시 24분에는,
"9년 전 지금 이 시간에 봄이 네가 태어났어."
"지금쯤이면 넌 신생아실에서 목욕하고 자고 있겠지~"
라고 얘길 해주었더니 봄이가 재미있어하고 좋아했다.
봄이를 내가 직접 출산하지 않았지만,
봄이의 출생에 대한 정보를 모두 기억하고 있었는데
봄이가 태어난 날, 시간시간마다
어떠했는지 이야기를 해주니
봄이가 정말 좋아했다.
봄이는 자신의 탄생에 대한 질문을 할 때
내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바로 대답을 해주면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오늘은 봄이가 질문하기 전에
먼저 무엇을 하고 있었을지를 예상하여 말해주었더니
봄이가 더 재미있어하고 좋아했다ㅎㅎ
봄이의 기쁜 표정을 보니
아주 만족스러운 봄이의 생일아침을 시작한 것 같다.
봄이는 한림대춘천성심병원에서 태어났다.
봄이가 태어난 병원을 어떻게 알았냐는
질문을 몇 번 받았는데
봄이가 태어난 병원을 알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예방접종증명서를 떼어보면
B형 간염 1차를 접종한 곳이 나오는데
B형 간염 1차는 대부분 태어나자마자 접종하기에
B형 간염 1차를 접종한 곳을 찾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봄이의 B형 간염 1차 접종일이 태어난 날이 아니라
태어난 날 이틀 후로 되어있어서 혹시 그 병원이 아닌가? 싶었는데
병원으로 전화해서 물어보니
봄이는 그 병원에서 태어난 것이 맞았고,
접종만 이틀 후에 했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렇게 봄이의 출생 병원을 알아냈고
우리는 그 병원을 다녀올 수 있게 되었다.
봄이가 태어난 병원으로 가는 봄이의 생일날은
유난히 더 맑았고 뜨거웠으나
그것은 봄이에게 아무렇지도 않았다.
춘천은 우리가 살고 있는 곳과
멀지 않은 곳이었어서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었는데
맑고 좋은 날 우린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은 아주 크지는 않았으나
자연분만을 시도하다가 수술을 하게 된 봄이의 생모가
급하게 가게 된 큰 병원이었을 것이다.
주차 후, 아빠와 오빠는 병원 여기저기 둘러보았고
나는 봄이와 둘이서 산부인과와 소아과를 찾았다.
봄이와 내가 둘이서 다닌 것은,
봄이의 요청이 있기 때문이었다.
산부인과 앞에 가서는
"여기는 산부인과인데,
네가 태어나기 전에 진료를 받았던 곳이야."
분만실로 가서는
"여기는 네가 태어났던 곳이야."
소아청소년과 앞으로 가서는
"여긴 소아과인데,
네가 태어나서 이틀 후에
여기에서 B형 간염 1차 예방접종을 했어."
이렇게 이야기를 해주니 봄이가 역시 좋아했다.
병원 안을 둘러보며 이야기를 듣는 봄이의 표정은
살짝 상기되어 보였고, 눈빛은 빛이 났다.
한림대춘천성심병원을 다녀오며 어떠냐고 물어보았다.
"좋아!"
나는 더 장황하고 디테일한 대답을 원했던 것 같다.
'좋아'라는 저 한마디가 너무 짧고 가볍게 느껴져서
조금 서운한 마음이 있었을까?
내가 다시 한번 더 질문했지만 봄이의 대답은 똑같았다.
좋아!라는 말보다 더 봄이의 기분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없을 거라는 걸 깨닫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했다.
봄이는 지윤이에 비해 출생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가
늘 부족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걸 봄이는 조금 아쉬워했었다.
그랬는데, 태어난 병원을 다녀오고,
산부인과랑 소아과를 둘러본 후의 서윤이의 표정은
애타게 찾았던 뭔가를 찾아서
개운하고 갈증이 해소된 듯
기분 좋고 시원하고 맑고 밝았다.
그 표정을 사진으로 남겨둘 수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내 눈에 가득 담아, 내 기억에 또렷이 남겨두었다!
봄이를 키우면서
내가 입양인이라면~ 하고 생각 또 생각을 했는데,
그때 생각했던 것 중 한 개가
태어난 병원을 가보고 싶을 것 같다~는 것이었다.
입양인의 애도의 과정 중 네 번째가,
잃어버린 대상에 대한 재배치인데,
우리 봄이는 어떻게 잘해나가고 있는 거겠지?
하고 또 한 번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