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 중에 한 가지는 낳아주신 분을 만나고 싶은 거야

마음속 한 곳에 있는 비워져 있는 작은 공간

by 크레이지고구마
초3인데도 봄이는 참 귀엽다. 봄이의 요청으로 가족이 된 하루는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잘 지내고 있다.


20180630. 토.


요즘 봄이는 생모가 무척 보고 싶은가 보다.

생모에 대한 얘기를 하는 횟수가 부쩍 늘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잠깐씩 뭔가 가만히 생각하는 시간도 늘었다.


오늘도 샤워를 하는데

또 생모 얘기를 꺼낸다.


“엄마... 내가 소원 몇 가지가 있는데...

그게... 아니... 그러니까...

소원 중에 한 가지는...

낳아주신 분을 만나고 싶은 거야......”


“그게 소원이기까지 한 거야? 넌 내가 있잖아~.

세상에! 이렇게 나처럼 좋은 엄마를 두고!

친구들이 뽑은 제일 친절하고 좋은 엄마 1위인

나를 두고 낳아주신 분을 만나고 싶은 거야?!”

웃으면서 장난치듯 봄이에게 말했다.


“아니, 엄마는~! 엄마가 싫은 게 아니고,

낳아주신 분이 보고 싶은 거지.

그냥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고...

어... 음... 그냥 그렇다고...

그냥 보고 싶은 거야.”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한 거구나.

생긴 게 궁금한 거 말고 다른 건 없어?”


“음... 머... 그냥... 궁금하고... 보고 싶고 그런 건데...

계속 생각이 나.

내 마음에 낳아주신 분이 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작은 공간이 있는데,

그게 채워지지 않고 계속 비워져 있어...”


“그래서 답답하고 보고 싶은 거구나.

그럼 채워질 것 같아서...

그런데 말이야... 봄아.

저번에도 말했지만 네가 보고 싶고,

우리가 만나게 해주고 싶다고 해서

낳아주신 분을 만날 수 있는 건 아니야.

그분도 알 수 없는 사정으로 널 만나는 걸 거절할

수도 있어. 그럼 네 마음이, 기분이 어떨 것 같아?”


“아, 정말?!”


봄이는 생모가 만남을 거절 또는 거부할 거라는 걸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내 얘길 듣고는 살짝 놀라는 것 같았다.


“나도 낳아주신 분이 안 만나겠다고 하면

기분이 안 좋을 것 같은데...”


“그건 모르는 거야.

낳아주신 분이 흔쾌히 만나서,

봄아~ 너무 보고 싶었어!

하면서 손을 잡고 껴안고 펑펑 울 수도 있고,

또 그냥 담담할 수도 있고,

만나기 싫다고 할 수도 있고,

사정이 있어서 지금은 못 만난다고 할 수도 있어.

그 어떤 것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어.

그리고, 아빠와 더 이야기하고 의논해봐야 할 문제지만,

너를 낳아주신 분이 만나겠다고 해도,

아빠와 엄마가 반대하면 만날 수 없는데,

예전에도 말했지만,

엄마아빠는 네가 고등학교 졸업 후 스무 살이 되면

낳아주신 분을 만났으면 좋겠어.”


그 이후 무슨 얘기들을 했는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질 않는다.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을 보면 아주 심각하지도

웃기지도 않은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오갔던 것 같다.


퍼즐조각이 조금씩 맞춰져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마음속 한 곳에 있는 비워져 있는 작은 공간’

이라는 표현에 계속 마음이 쓰인다.


내가 어떻게 해 줄 수 없는 일이고, 봄이는 어떻게 해도 채워지지 않을 그 작은 공간 때문에 문득문득 힘들구나.


내가 봄이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가만히 생각하다가

봄이는 머무른 적이 없지만,

생모의 뱃속에 있었을 때 머물렀던 곳,

미혼모의 집을 방문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도 만날 수 없고,

직접 생활하지 않아 기억할 수도 없는 곳이지만

봄이가 지금 보고 싶어 하는 낳아주신 분이,

봄이를 임신하고 생활했던 곳

그곳에 가보는 것만으로도

그냥 어떤 위로가 되지는 않을까?

그게 무슨 큰 의미가 있겠느냐마는

그래도, 생모를 보고 싶어 하는 자신을 위해,

엄마가 머리를 쥐어짜 내어 생각하고 같이 움직여주는 것만으로도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자기 위안을 한다.


봄이의 생모가 봄이를 뱃속에 품고서 몇 달을 머무르며,

이 아기를 키울까 말까 엄청나게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고민을 나누었던 곳

춘천 마리아의 집을 방문해 보면 어떨까 하고 물었다.


“봄아~! 너를 낳아주신 분을 직접 볼 수는 없지만,

네가 그분 뱃속에 있을 때 지냈던 미혼모의 집이

춘천에 있는데, 다녀올까?

간다고 해서 너를 낳아주신 분에 대해 아무것도

알아올 수 없을 가능성이 높지만,

거기에서 몇 달간 지내셨거든. 어떡할까?”

“좋아! 엄마와 가보고 싶어.

아빠랑 오빠, 하루 없이. 엄마와 둘이서 갈래.”


춘천 마리아의 집에 전화를 했더니

아주 반기지는 않아도 오지 말라고도 안 하시는 수녀님.

조만간 날짜를 잡고서 ITX를 타고 다녀와야겠다.


춘천 마리아의 집을 다녀오면

봄이의 마음은 또 어떠할까?

마음속 그 작은 공간이 여전히 비워져있긴 하겠지만

맑고 따뜻한 공기가 스며들어

조금은 안락하고 포근해지면 좋겠다는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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