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고 이렇게 계속 말하면서 왜 나를 안 키운거지?

봄이는 생모와 자신과의 연결고리를 찾는 듯했다

by 크레이지고구마
봄이의 생모가 임신중 미혼모의집에서 만든 매듭묵주. 봄이를 위해 정성껏 만들어서 봄이를 보낼때 함께 보내주었다. 그 마음이 어땠을까...


20180714


건센의 교육을 꼭 한 번 들어보고 싶었는데

새내기 입양부모가 아님에도 허락해 주셔서

신청해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진접에서 안산까지

버스-지하철-택시로 다녀오느라

많은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그보다 더 값진 교육이었기에

힘들긴커녕 매우 만족했다.


교육을 듣고, 서로 얘길 하면서

내가 전혀 생각지 못했던 꿀팁도 알게 되고

이야기를 하며 봄이의 입양 마주이야기하기를

정리할 수 있게 되었는데

다시 한번 정리해 놓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교육 중에, 입양말하기에서 준비할 것들 중에

생모생부에 대한 정보와 입양 당시 남겨준

편지나 물건들이 있으면,

접근하기가 더 수월하다는 얘기에

아차...! 싶었다.


알고 보면, 봄이에게는 은근히 남겨진 것들이 많은데

생모가 쓴 편지와 태중일기,

직접 만든 매듭묵주와 네잎클로버

탯줄, 태어나서 5일 동안 생모가 찍은 사진 몇 장과

입양 전 기관에서 찍은 사진과 기록들,

생모가 사 준 배넷저고리, 발도장...


내가 입양하는 아기는

생모가 남겨주는 것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돌이켜보고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 보니

봄이는 생모가 남겨 준 것이 정말 많았다.


봄이가 생모에 대해 알고 싶고,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크고

자신에 대해, 엄밀히 말하자면

자신의 출생에 대해 많이 알고 싶어 하는 중인데

이제 생모가 남겨준 것들을 보며

이야기를 하면 되겠다! 싶었다.


아... 이 시기적절한 교육의 힘!


집에 가는 차 안에서 봄이에게 말했다.


“봄아~. 네가 입양될 때, 입양원에서 받은 것들이 있어.

너를 낳아주신 분께서 주신 것들인데,

묵주와 네잎클로버, 일기, 편지도 있거든.

한 번 볼래? 보여줄까?”


봄이의 눈이 엄청 커지고 반짝반짝해졌다.


“그런 게 있었어? 나 정말 보고 싶어.

그런 게 있으면 빨리 보여주지ㅠㅠ”


“묵주와 네잎클로버 등은 예전에도 너에게 보여줬는데,

네가 대충 보고는 넣기만 했었어.

편지도 글자를 잘 몰랐을 때라 안 읽어보고 싶어 했고.”

“거기에 뭐라고 쓰여있을까?

내가 궁금한 것들을 편지랑 일기를 보면 알게 될까?

엄마, 내 마음이 쿵쾅거리고 두근두근하고 그래^^”

봄이는 설레고 신이 나는 듯 밝고 빠르게 말했다.


“편지나 일기를 본다고 해서,

네가 궁금한 걸 다 알게 되지 않을 수도 있어.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


“응!”


봄이는 기대가 가득 차서 흥분되어 얘길 했다.

생모가 보고 싶고,

자신의 출생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았는데,

편지와 태중일기로 궁금증이 모두 해결될 듯

기대하고 있는데,

난 역시나 그 기대가 무너지면

봄이 기분이 어떠할까를 미리 걱정했고,

역시나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었다.

난 참으로 아둔한 사람이다.

그게 얼마나 쓸데없고 도움이 안 되는 것인지,

그 순간은 인지하지 못한다.

하지만 지나고 나면 바로 내가 부족했음을 느끼고,

후회를 하곤 한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봄이는 남겨진 것들을 보고 싶어 했고

난 한 개씩 꺼내어 주었다.


봄이는 찬찬히 보았다.


매듭묵주를 보면서... 우와~!

네잎클로버를 보면서... 와~!

연신 감탄사를 내뱉던 봄이는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편지를 두 장이나 썼네?”

하며 괜히 기쁜 듯 웃는다.


편지를 다 읽고, 매듭묵주를 만지작거리고,

네잎클로버를 조심히 만져보고,

태중일기를 찬찬히 보더니


“나를 낳아주신 분도 꾸미기를 잘하셨구나~ 나도 그런데~

이런 거 좋아하셨나 봐~ 나도 그런데~

사진에 그림이 있네~ 그림 잘 그리시는구나~

나도 그런데~.”

하며 정말 열심히 집중해서 보았다.


봄이는 생모와 자신과의 연결고리를 찾는 듯했다.

그리고, 찾을 때마다 기쁜 듯 보였다.

그 모습을 보는 내가 기분이 나쁠거라 다들 생각하겠지만

나는 내 딸의 입가에 퍼지는 미소를 보며, 더없이 기뻤다.

전혀 기분이 나쁘지도, 서운하거나 섭섭하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그건 봄이 입장에선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니까.

내 딸이 좋아하고 기뻐하기에, 나도 기뻤다.


초음파 사진들과 일기를 보던 봄이는

일기가 너무 길고 많아서 전부 읽기가 힘들어서

나중에 다시 읽어보겠다고 하고는

처음부터 훑어보듯 보더니

핵심단어들만 찾아보는 듯 보였는데

뭔가 조금 실망한 듯 한 착잡한 표정으로 말했다.


“왜 미안한 거야?

사랑한다고 이렇게 계속 말하면서 왜 나를 안 키운 거지?

그럼 사랑한다고 말을 하지 말지.

왜 사랑한다면서 나를 입양 보낸 걸까?

좀 그러네. 그렇게 사랑했으면 보내기 힘들지 않았을까.”

봄이에게 뭔가 말을 해주고 싶었는데,

나도 봄이도 서로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미안하다고 한 이유는,

너를 키우고 싶었는데,

키우지 못할 것 같으니 미안한 거야.

그리고 너를 정말 사랑하니까,

힘든데도 뱃속에 있는 너를 지켜냈고, 낳은 거야.

사랑하지 않았더라면 아기를 낳는 것은

절대 쉽게 할 수 없는 일이거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유로 키울 수 없었던 거지.

그러니까 미안하고 또 사랑하고

건강하게 자라주고 있어 고맙고 그런 거야.

너는 아직 어려서 절대 이해할 수 없지만,

엄마도 아기를 낳아봤잖아.

그래서 너를 낳아주신 분의 마음이 어떤 건지

아주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해.

편지를 읽고 나면 뭔가 알 것 같았겠지만,

그러지 않아서 아니면 다른 것 때문에

조금 혼란스럽고 힘들어 보여.

오늘은 너무 늦었어. 내일 성당 가야 하니 일찍 자자.”




편지와 태교일기를 읽으며, 호기심 가득했던

그리고 뭔가 궁금증이 충족될 거라 기대 가득했던 봄이는

실망감 비슷한 느낌의 말을 하고는,

차분해지고, 착잡해하고,

생각이 많은 듯, 또 아무 생각이 없는 듯,

뭔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잠이 들었다.


내 생각보다도, 내 예상보다도, 내 걱정보다도

더 생각이 많아지고, 혼란스러워하는 봄이.

당장 보기엔 안 좋은 상황인 듯 보이지만

이 또한 봄이가 자신의 입양 이슈를 다루어가는

과정 중 하나겠지.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이 상황은 분명 봄이가 성장하는 과정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줄 거라는 확신이 든다.


난 내 딸이 항상 웃고, 늘 즐겁고,

조금만 아프기를 원하지만

그 누구의 삶도 그러할 수만은 없기에

즐겁고 행복하면 감사하고,

아프면 잘 이겨내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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